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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 핸들러인 다니엘(오른쪽), 타니아(가운데)와 울 클라서인 트레비스(왼쪽)가 바삐 움직이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
ⓒ 김하영


양털깎이 뒤에는 '울 핸들러'가 있다

양털깎이들이 재빠르게 깎아낸 양털을 정리하고 다듬는 사람들을 '울 핸들러'(Wool handler)라고 한다. 양털깎이의 보조라고 할 수 있는 '울 핸들러' 팀원은 2명. 다 깎인 양털을 작업대 위에 올려놓은 뒤, 지저분해져서 상품가치가 떨어진 테두리 부분을 찧어서 따로 분류하는 일을 한다.

그리고 양털을 깎을 때 떨어져 나가는 작은 조각을 재빠르게 쓸어서 따로 모아둔다. 양털깎이들이 한 마리를 깎는 데 들이는 시간이 약 2분이므로 '울 핸들러'들도 그들만큼 재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내가 찾아갔을 때 팀의 막내인 다니엘(28)과 타니아(40)가 손발을 척척 맞추며 쉼 없이 일하고 있었다.

양모의 등급을 결정하는 '울 클라서'

그 다음 단계에 필요한 사람은 '울 클라서'(wool classer). 양모의 등급을 결정하는 이 직책은 팀에서 아주 중요하다. 반드시 대학에서 1년간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또한 법적으로 모든 양모는 이 '울 클라서'의 확인 도장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각 팀에 꼭 한 명씩은 있어야 한다. '울 클라서'는 남는 시간에는 '울 핸들러'를 도와 양모를 정리하기도 한다.

이 팀에서 '울 클라서'인 트레비스(37)가 양모의 등급을 구분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양모는 질에 따라서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결이 촘촘하며 일정한 것이 1등급으로 AAAM이다. 1등급과 비슷하지만 비교적 결이 불규칙하고 윤기가 덜한 것이 2등급으로 BBB다. 그 다음으로 색이 조금 누런 'Coloured'가 있고 그것보다 질이 더 낮은 것을 'Tender'라고 부른다. '울 클라서'가 모든 양모의 등급을 결정한 뒤 서류에 서명한다.

▲ 울 클라서인 트레비스가 손질을 거친 양모를 압축기에 넣고 압축하고 있다.
ⓒ 김하영

등급 구분이 끝나면 같은 등급을 받은 양모들을 모아서 양모 압축기에 넣는다. 압축기는 한 번에 많은 양모를 압축할 수 있다. 압축기를 거친 양모들은 아주 커다란 사각 가방에 담겨 나온다.

팀의 매니저인 그레이엄(55)이 가방에 생산지인 농장 이름과 양모의 등급을 쓰고 나면 양모들은 이제 창고 한쪽에 차곡차곡 쌓인다. 양털을 깎는 작업이 모두 끝나면 양 농장 주인은 양털을 경매장으로 넘긴다. 경매 후에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세계 각국으로 수출된다. 모든 일을 양털깎이 팀이 알아서 하며, 농장 주인은 거의 그들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

▲ 작업이 다 끝난 양모. 이제 경매를 거쳐 세계 각국으로 수출된다.
ⓒ 김하영

힘든 일 후에는 푸짐한 간식

모두들 한창 열심히 일을 하는 동안 양털깎이 팀의 요리사인 데비(41)가 양털을 깎는 창고 안으로 맛있는 간식을 가져왔다. 어느새 쉬는 시간이 된 것. 맛있는 샌드위치, 직접 만든 피자, 그리고 차였다. 외국의 일반 가정에서 먹는 점심보다 더 푸짐했다. 일이 힘든 만큼 음식이 푸짐하다.

사람들은 일하면서 흘린 땀을 살짝 씻어낸 후 간식 앞으로 모여들었다. 나에게도 마음껏 먹으라고 권하는 마음 넉넉한 사람들이었다. 나는 내 입맛에 꼭 맞는 샌드위치와 피자를 먹으며 그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들은 흔쾌히 응했고 나는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1주일 동안 짬짬이 인터뷰했다. 그들의 진솔한 삶과 일에 대한 열정을 배울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김하영 기자는 2005년 9월 22부터 2006년 7월 1일까지(총 9개월 반) 호주에서 생활하였습니다. 그중 8개월 동안 우프(WWOOF;Willing Worker On Oganic Farm)를 경험하였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바탕으로 호주 문화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본 기사에 첨부 된 사진의 저작권은 김하영 기자에게 있으며 기자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다른 곳에서 쓰일 수 없습니다. 기사에 등장하는 우프 호스트들의 이름은 그들의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모두 가명으로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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