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사랑에 대한 기대감을 있지 않나 싶다. 더구나 아직 연애를 해 보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기대감이 도를 넘어 환상이 되기도 한다. 사람에 대한 환상을 가지는 것은 개개인의 자유이지만 그 환상이 무참히 깨졌을 때 감내해야 할 충격도 그(혹은 그녀)의 몫임을 감안한다면 환상을 남용할 일이 결코 아닌 것이다.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여주인공 춘희는 데이트도 한 번 못해 본 인공에게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남자의 모습을 투영한다. 그녀는 인공과 어떠한 교감도 나누지 못했으면서 마냥 그를 멋지고 다정한 동화 속 왕자님이라 상상한다.
연애를 해 보기 전의 나도 춘희처럼 비현실적이었던 것 같다. 내가 관심 갖는 남자는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한 존재인 것만 같았고, 그가 하는 말에는 뭔가 깊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막상 교제해 보고 나서야 내가 만들어 놓은 환상이 ‘나만의 착각’ 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어디엔가 있을 ‘완벽한 연인’을 늘 마음에 품고 있었다.
사랑에 대한 이상이 너무 높다 보니 자연히 현실과의 괴리가 커졌고, 지극히 현실적이었던 연애는 내게 상처만을 주었다. 나는 완벽한 교감과 이해받는 느낌을 원했지만 어디에도 ‘완벽한’ 상대는 존재하지 않았다.
“과연 사랑이란 무엇일까?” 하는 본질적인 고민까지 하게 된 내게, 이 책은 또렷한 해답을 주었다. ‘풍요로운 사랑의 비밀’ 편을 수 차례 읽으며 ‘다시 연애할 힘’을 가지게 된 나는 이제 이 책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지난번 소개했던 1권 <풍요로운 부와 행복> 편과 같은 구성으로 짜여져 있다.(‘사랑’ 과 ‘건강’ 의 2부로 나뉘어 있으나 이번 기사에서는 제 1부 ‘사랑’ 에 관해서만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
책의 주인공은 사랑하고 사랑 받기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자신감 부족과 두려움으로 인해 외롭게 살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의 앞에 지혜로운 중국 노인이 나타나 ‘풍요로운 사랑의 비밀’ 이라며 10명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건네주고 사라진다. 그는 의아해 하지만 곧 10명의 사람들을 차례로 만나서 ‘사랑’ 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는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들이 털어놓는 비밀은 ‘생각의 힘’, ‘존중의 힘’, ‘베품의 힘’, ‘우정의 힘’, ‘접촉의 힘’, ‘놓아버림의 힘’ 등이다. 그 중에서도 내 마음에 가장 와 닿았던 것은 푸치아 박사가 강조한 ‘생각의 힘’ 이었다.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기 긍정을 할 수 있어야 하네. 만약 자네가 이상적인 연인이나 영혼의 동반자를 만날 수 없을 거라고 믿는다면, 자네는 ‘나의 이상적인 연인은 적당한 시기와 적당한 장소에서 나의 삶에 들어올 것이다’ 라고 자기 긍정을 할 수 있네. 자기 긍정은 우리의 생각과 잠재의식에 깔린 신념들을 바꾼다네. 또 생각은 우리의 행위(actions)를 결정하며, 행위는 우리의 행동(behaviors)을 낳고, 행동은 우리의 운명을 형성하네.”
푸치아 박사는 사랑을 하기 전에 앞서 자기 긍정을 통해 자기애(自己愛)를 형성하라고 충고한다. 먼저 자신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있어야만 현명하게 상대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그는 자기 긍정 후에는 마음속으로 이상적인 상대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놓으라고 이야기한다.
“그건 마치 슈퍼마켓에서 쇼핑하는 것과 같아.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 알지 못하면 혹은 자신이 갖고 싶어하는 중요한 것이 뭔지 알지 못하면, 광고나 판촉 활동에 쉽게 영향을 받아서 심지어 필요치 않은 것까지도 잔뜩 사게 될 걸세. (중략) 동일한 일이 인간관계에서도 일어난다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라는 특성을 전혀 생각지 않고 살아간다면, 육체적이나 성적인 매력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하지만 나중에 그 매력이 시들해지면 자신이 선택한 사람이 내가 원하는 특성들을 전혀 갖지 못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지. 즉,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라는 특성들에 대해 미리 생각해 왔다면,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때 훨씬 잘 알아볼 수 있을 걸세.”
간단히 하면 머리 속에 바람직한 이상형을 잘 그려놓아야 순간적인 이끌림 때문에 후회하는 일이 없다는 얘기다.
‘생각의 힘’이외에도 진정한 사랑은 진정한 우정에서 싹튼다는 ‘우정의 힘’ 에 관한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다. 사랑과 우정은 별개라고 생각했던 나는 수십 년 동안 금슬 좋은 부부생활을 해 온 사람들이 자신들의 결혼생활 비결을 ‘우정’으로 꼽았다는 데에 흠칫 놀랐다.
성적인 매력과 열정을 느껴야만 ‘사랑’ 이라고 생각했는데 서로에 대한 친근감이나 편안함이 더 본질적인 요소라는 것을 알게 되자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사랑을 어렵게 생각하던 주인공은 쪽지에 적힌 10명의 사람들을 모두 만난 후, 사랑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그리던 이상적인 여인을 만나 진실된 사랑을 하고, 다른 이들에게 ‘풍요로운 사랑의 비밀’을 가르쳐줄 수 있게 된다.
쭈뼛쭈뼛한 주인공의 모습에 나를 대입해가며 책을 읽는 동안 구절구절 공감할 수 있었기에 나 역시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사랑에 머뭇머뭇 하고 있거나 막연한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꼭 한번씩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