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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 수도권 3곳과 경남 1곳 등 전국 4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 재ㆍ보궐선거가 실시된다. 5ㆍ31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한나라당의 우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열린우리당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지도 관심거리다. 민주당은 조순형 전 대표를 앞세워 성북을에서 약진을 기대하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재보선이 열리는 지역의 민심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7.26 성북구 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토론회가 21일 오후 서울 고려대 방송국에서 열려 후보자들이 토론을 벌였다. 사진 왼쪽부터 조순형 민주당 후보, 조재희 열린우리당 후보, 박창완 민주노동당 후보. 최수영 한나라당 후보는 불참했다.
7.26 성북구 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토론회가 21일 오후 서울 고려대 방송국에서 열려 후보자들이 토론을 벌였다. 사진 왼쪽부터 조순형 민주당 후보, 조재희 열린우리당 후보, 박창완 민주노동당 후보. 최수영 한나라당 후보는 불참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성북을 보궐선거 후보가 4명이 아니라 3명이었나?"

21일 오후 4시 50분경 고려대학교 방송국 스튜디오. 7·26 서울 성북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분장을 마치고 한 자리에 모였다.

민주당 조순형, 열린우리당 조재희, 민노당 박창완 후보가 나란히 서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했다. 그러나 최수영 한나라당 후보는 보이지 않았다. 최 후보는 선관위에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이날 토론회에 불참했다.

최수영 "세 후보가 나만 공격"... '이풍'에 '박풍'까지

최 후보는 앞서 열린 지역케이블 방송 주최 토론회에도 불참했다. 당시 최 후보 측은 "후보의 신상과 관련된 질문을 하지 않으면 참석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최 후보의 보좌관이 검찰 수사를 받은 데 이어 그 역시 5·31 지방선거 공천헌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토론회 시작에 앞서 사회자는 "기호 2번 한나라당 최수영 후보가 선관위의 초청에도 불구하고 불참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고 말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선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토론회에 불참한다고 해서 후보에게 별다른 제재가 가해지는 것은 없다.

다른 세 후보는 "그만큼 자신이 없어서 안 나오는 것 아니겠냐"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박창완 후보는 "후보자라면 당당하게 검증을 받아야 하는데 피하는 것은 유권자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공천 헌금을 받았다는 혐의가 본인과 무관하다면 해명을 해야 하고, 무관하지 않다면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후보는 기자와 만나 "정책이나 지역발전을 위한 토론회를 해야 하는데, 세 후보가 모두 나만 공격한다"며 "토론회에 나가봐야 또 다시 인신공격을 할테니, 그 시간에 거리를 돌며 주민 한 사람이라도 더 접촉하자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불참 사유를 밝혔다.

이른바 '부자 몸조심'이다. 어느 정도 승기를 굳혔다고 판단하는 최 후보로서는 굳이 나서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최 후보는 선거 7일 전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조순형 후보에 10%~15% 가량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 후보가 스튜디오에 앉아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던 시각, 최 후보는 성북구 장위동교회 앞을 지나 석관시장 등을 돌며 주민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이 지역은 이미 전날 지원을 나온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훑고 지나갔고, 다음날 박근혜 전 대표가 직접 지원을 나온 곳이기도 했다.

비록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당 차원에서 올인하고 있는 조순형 후보의 무서운 추격세를 꺾기 위해 '이풍(이명박 바람)'에 '박풍(박근혜 바람)'까지 불러들여 막판 굳히기에 나선 것이다.

최 후보는 조순형 후보를 겨냥 "주민들은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에 정계개편에 관심이 없고 성북이 정치의 장이 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조 후보 측 움직임이 최 후보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7.26 성북구 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토론회가 21일 오후 서울 고려대 방송국에서 열려 후보자들이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가 열리기전 조순형 민주당 후보와 보좌진이 토론준비를 하고 있다.
7.26 성북구 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토론회가 21일 오후 서울 고려대 방송국에서 열려 후보자들이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가 열리기전 조순형 민주당 후보와 보좌진이 토론준비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의회쿠데타 세력의 반역사적 음모"... "서민경제 파탄낸 게 누구인가?"

성북을이 이번 보궐선거 최대 접전지역으로 꼽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조순형 후보 측은 정치권 인사들의 잇단 지지선언과 유세지원에 힘입어 중반 선거전부터 급피치를 올리며 최 후보를 바짝 뒤쫓고 있다.

이인제 국민중심당 의원과 새정치국민연대 장기표 대표,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인 김진홍 목사, 대표적인 보수논객 유석춘 연세대 교수까지 가세했다.

이른바 '반(反)노, 비(非)한'(노무현 대통령을 반대하고, 한나라당도 지지하지 않음) 연합세력이다. 유 교수는 "조 후보는 노무현 정권의 본질을 국민에게 고발한 탄핵의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토론회에 참석한 조 후보 대신 지원유세에 나선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조 후보를 당선시키면 새 정치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분당세력은 배제하되 민주당을 고집하지 않겠다, 과감하게 재창당 수준으로 외연을 넓히겠다"고 말해, 정계개편을 위한 동력을 호소했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자칫 조 후보의 '탄핵 주역' 이미지만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탄핵 주역' 조순형 후보 역시 탄핵 문제를 이번 선거에 끌어들이는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

조 후보는 "(탄핵 추진을) 후회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탄핵은 이번 선거의 쟁점이 아니다, 노 정권에 대한 심판은 지방선거에서 끝났다"고 말했다. "저 자신도 얘기 안 하고, 유권자들도 화제로 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열린우리당과 조재희 후보도 선거 초반 '탄핵'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노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때문에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조재희 후보는 '반노, 비한' 연합세력에 대해서 "현상적으로 보면 구 정치세력의 연합이지만 그 배경에는 의회쿠데타를 정당화하려는 반역사적 음모가 있다"며 "역사적 과오는 역사로 기록되어야지, 다시 되돌리자는 것은 일본 군국주의와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에게서 학문을 배운 그는 김대중 정부 때 공직에 발탁된 뒤 노무현 정권에서 국정과제비서관을 지냈다. 최 교수가 직접 지역을 돌며 조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는 여권의 낮은 지지율에 대해 "지방선거에서 바닥을 쳤다"면서 "서민경제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북을에만 후보를 낸 민주노동당은 권영길 의원단 대표를 비롯해 모든 당력을 박창완 후보지원에 쏟고 있다. 박 후보는 지역 현안인 '뉴타운' 문제의 심각성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는 "강남, 부자, 건설업자들만 배불리게 하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식 뉴타운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조재희 후보는 DJ, 노무현 정부에서 서민경제를 설계했다고 하는데, 서민경제를 파탄나게 하고 양극화를 심화시킨 정부가 누구냐"고 꼬집은 뒤, 조순형 후보에 대해서도 "구태정치, 지역주의 정치로 한국 정치 시계를 과거로 되돌리는 것은 그만둬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재희 열린우리당 후보가 토론을 하고 있다.(왼쪽)/토론회가 열리기전 박창완 민주노동당 후보(왼쪽)와 김종철 전서울시장 후보가 방송국 옆 계단에서 토론준비를 하고 있다.
조재희 열린우리당 후보가 토론을 하고 있다.(왼쪽)/토론회가 열리기전 박창완 민주노동당 후보(왼쪽)와 김종철 전서울시장 후보가 방송국 옆 계단에서 토론준비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선거법 위반, 서민경제 활성화, 탄핵, 수해 골프... 쟁점은?

최수영 한나라당 후보가 21일 오후 선관위 주최토론회에 불참한채, 장위동 공원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최수영 한나라당 후보가 21일 오후 선관위 주최토론회에 불참한채, 장위동 공원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성북을 보궐선거는 다른 지역보다 관심이 높아 쟁점이 많을 것 같으면서도 실제 뚜렷한 쟁점을 찾기 힘든 지역이다.

최수영 후보의 선거법 위반 논란 역시 상반된 평가가 나왔다. 종암 2동에서 만난 박종욱(61·사업)씨는 "하도 해쳐먹은 놈들이 많으니까… 하다 못해 통장 선거하면서도 부조리가 있더라"며 "다 도둑놈이지만 그나마 덜 해먹은 놈 찍으면 되지 않겠냐"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박씨는 "그 놈이 그 놈이지만, 최수영 후보는 지난번 선거(17대 총선)에서 떨어진 뒤에도 지역에 와서 일을 많이 하는 것 같더라"며 "다른 후보들은 그동안 우리 동네에 한 게 없지 않냐"고 말했다.

반면 종암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박아무개(60)씨는 "보좌관이 돈을 받았다면 당연히 후보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 민심은 그렇다"며 "토론회에 나오지 않는 것도 답변이 궁색하고, 구린 게 있어서가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박씨는 또 "조순형 후보는 그동안 고생도 많이 했고, 이번 밖에 기회가 없지 않느냐"면서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고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고 정계개편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서민경제 활성화 문제와 관련 종암동 '축산백화점'에서 일하는 최선호(39)씨는 "지나가면서 말하는 공약을 들었는데, 입에 발린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기호 4번(박창완 후보)이 하는 얘기가 가장 현실감이 있고 신뢰가 가더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장위2동에서 만난 이신자(36·주부)씨는 "열린우리당은 확실한 것을 내세워야 하는데, 매듭도 짓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나는 게 많아서 신뢰가 안간다"며 "한나라당이 서민들을 위해 많이 대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김용재(50)씨는 "탄핵 사건 때 나라가 너무 시끄러웠고, 난리가 났었다. 국가의 수장을 그렇게(탄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도 "지금와서 그것을 부정적이다, 긍정적이다 할 수 없다, 좀 두고 봐야겠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다만 김씨는 "한나라당이 수해 때 골프를 쳤다는 뉴스를 보니까 '오만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열이 확 나더라"며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쪽으로 너무 기우니까 견제 심리도 좀 들었다"고 말했다.

최수영 한나라당 후보가 21일 오후 선관위 주최토론회에 불참한채, 장위동 공원앞에서 유세를 한뒤 시민들과 악수하고 있다.
최수영 한나라당 후보가 21일 오후 선관위 주최토론회에 불참한채, 장위동 공원앞에서 유세를 한뒤 시민들과 악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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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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