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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화로 투병 중인 돌배기 사랑이는 아직도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간경화로 투병 중인 돌배기 사랑이는 아직도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 엄선주
사랑이(전북 익산시)는 태어나자마자 황달 수치가 높아 여러 번 병원의 외래치료를 받던 중 생후 40일째 황달 수치가 급격히 상승, 종합병원에 입원해 '담도폐쇄증'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생후 2개월 즈음에는 간문부와 장을 연결하는 카사이(Kasai)수술을 받았다. 5시간에 걸친 대수술이었다.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은 담낭(쓸개)을 거쳐 장으로 들어가 소화 흡수와 불필요한 물질의 배설을 담당한다. 담도폐쇄증은 담즙이 지나는 길인 담도가 막혀 담즙이 장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정체돼 간에 손상을 줌으로써 황달, 소화장애, 심하면 간경화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사랑이는 작년 9월 수술 후 12월에 퇴원하고 나서 지금까지 입원과 퇴원을 6차례나 반복했다. 장출혈로 인한 빈혈, 장의 일부에서 대사하는 비타민D의 결핍증과 구루병이 동반돼 있으며, 이로 인해 뼈의 기능까지 저하된 상태다. 마지막 입원이었던 지난 5월 "간경화가 진행되고 있으니 간이식을 해야 한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선고를 받았다.

사랑이의 담당의인 원광대학교 소아과 오연균 교수는 "간경화가 진행되면 해독작용을 못해 결국 사망까지 이르게 되는데, 사랑이의 경우 특히 한창 성장이 필요한 시기에 영양공급이 안 돼 여러가지 병을 동반하기 때문에 되도록 빠른 간이식수술이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잘 견뎌준 사랑이를 보면 힘든 간이식수술도 잘 이겨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간이식수술비용은 예치금 4500만원 포함, 총 6500만원이 소요된다.

"아직도 우리 사랑이가 그렇게까지 아프다는 게 실감이 안 나요. 어쩌면 믿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쳐다보며 웃고, 예쁜 짓 할 때면 사랑이가 아픈 게 꿈이지, 싶을 때도 있어요."

간손상으로 얼굴이 새까만 사랑이가 하얘지는 꿈을 종종 꾼다는 사랑이 엄마 김소희(30)씨는 지금 혼자다. 힘들 때 정작 의지해야 할 남편과 별거 중이다. 남편과는 사랑이 수술 후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한 번 입원할 때마다 100만원씩 들어가는데 일용직이었던 남편이 감당하기 힘들긴 했겠죠. 그래도 심성은 착한 사람인데…."

벌써 몇 개월째 남편과는 연락이 안 되고 있다.

병원에서는 간이식을 서둘러야 한다는데, 사랑이네는 아직 기초 검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비 50만원으로는 우유값과 기저귀값 대기에도 빠듯하기 때문이다.

익산시 신동사무소 박정임 사회복지사는 "기초검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에 긴급지원법을 통한 지원을 알아보고 있지만 최대 지원금이 300만원이며, 이마저도 확실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익산시 사회복지과 최성현 계장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긴급한 위기상황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지원법이 지난 3월 24일부터 시행돼, 현재 익산에서만 93건이 신청 중이며, 지금까지 6000만원이 지원되었다. 긴급지원법은 다른 사업으로부터 지원받는 경우 대상에서 제외되며, 간단한 실사를 통해 선지원 후심의 절차를 거친다.

전북희귀난치질환자 후원회장 이해석 목사는 "갓 돌 지난 아기가 간이식이라는 대수술을 견뎌내기도 힘든데 가정형편이 어려워 수술조차 받지 못한다면 이것은 우리 사회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며 이웃의 관심과 도움을 호소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소통뉴스(www.sotongnews.com)와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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