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5일 오전11시 서울경찰청 앞. 지난 7월12일 오전 9시경 비정규·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의 동아일보 일민미술관 옥상 점거투쟁 상황을 촬영하던 한국독립영화협회 산하 한미FTA저지 독립영화실천단 소속 문성준 감독이 경찰에 연행당했다가 풀려난 것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국독립영화협회와 한미FTA저지시청각미디어공대위, 미디어문화행동,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는 기자회견에서 촬영중인 문성준 감독을 불법 연행한 것은 “주류미디어가 알리지 않는 민중의 삶을 영화와 영상을 통해 독립적으로 알리려는 수많은 독립영화감독 및 독립미디어활동가에 대한 탄압이며, 언론의 자유를 ‘거대 언론사의 취재의 자유정도’로 인식하는 경찰청의 천박한 인식 수준을 대변하는 사건”이라며 강력하게 경찰청을 규탄하였다.
문성준 감독은 “7월12일 한미FTA저지 범국민대회가 예정되어 있던 날, 동아일보 일민미술관 옥상에서 플래카드를 걸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노동자를 발견하고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던 중, 12시쯤 ‘어떻게 취재 중인데 연행할 수 있느냐?’고 항의함에도 불구하고 이유도 모른 채, 전경버스에 연행되어 40분쯤 갇혀 있다가 서부경찰서로 연행, 밤 10시경 어떤 조사도 받지 않고 있다가 풀려났다”며 “이유도 밝히지 않고, 조사할 가치도 없는 나를 왜 인신 구속하였는지 알고 싶고 경찰서장에게 항의하고 사과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한미FTA저지시청각미디어공대위 공동집행위원장 전규찬 교수는 “KBS, SBS는 언론이 아니라 선전 매체다. 조중동이 진실을 은폐하고, 국가 홍보기관으로 역할할 때, 미디어활동가들은 스스로 언론인 역할을 해야 했다. 이들은 선전을 지원하는 언론에 대항하는 투쟁을 하였다. 독립미디어는 언론자유운동으로 보아야 한다"며 "(독립미디어활동가들은) 국정홍보처가 정부 홍보하고 기자들이 숨어있을 때 길거리로 나와서 진실을 알리려 하였다. 이들을 제발 내버려 두라”고 독립미디어활동가들을 기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핍박하는 풍토를 규탄하였다.
김경형 영화감독은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까지 하는 것이 어이없고 한심스럽다. 그러나 내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느꼈다. 내게 카메라가 있었으면 분명 촬영하고 연행되었을 것이다. 기자증 없고 영화감독이라는 증명도 없다. 하지만, 20년 전에 이미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보장되었다. ‘카메라를 들 권리’위해 기자회견하는 것이 어이없다. 카메라를 드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그대마다 연행할 것인가? 경찰과 조직폭력배의 차이가 무엇인가”라고 경찰의 불법 연행에 항의하였다.
이원재 한미FTA저지 공동상황실장도 “줄서서 때리면 경찰이고, 줄 안서서 때리면 깡패라고 한다. 문성준 감독을 왜 연행하였을까? 독립미디어의 힘이 더 크기 때문이다. 취재되고 촬영되고 알려지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이 사건은 자부심을 가질 사건이다. 많이 찍고 많이 잡혀서 일반 시민의 미디어 권리를 확장하길 바란다. 미디어활동가들이 진실을 더 많이 보도해 주길 바란다”며 이날 회견이 미디어 권리를 확장하기 위한 의미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들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경찰청장은 독립영화감독 문성준에 대한 불법 연행을 머리 숙여 사과하고, 불법 연행의 책임자를 즉각 처벌하라”고 요구하고 “경찰은 독립미디어활동의 보장을 위해 재발방지를 위한 방책을 수립하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같은 민원을 경찰청에 전달하였다.
이들 단체들은 불법 연행을 지시한 책임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기 위해, 민변을 통해 민사소송을 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갖가지 현장에서 취재권이 없어 불이익을 당하는 독립미디어활동가들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 ‘불평등한 권리’에 대한 제소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