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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라면서 점점 '성'에 대한 호기심이 늘어난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지는 질문을 받으면 대략 난감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 설명해 주어야 할까? 한창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의 궁금증을 충족시켜 주기에 내가 너무 무지(?)한 탓이다.

얼마 전 아이가 길을 걷다 자신의 봄지(아이의 성기를 우리 집에선 이렇게 부른다)를 손을 넣어 긁었다. 아토피가 있어서 뭔가 몸에 맞지 않는 걸 먹으면 꼭 그렇게 긁는다.

"여름아, 지금 뭐해?"
"봄지 긁고 있어요. 가려워서요."
"그래도 그렇게 손을 넣어서 긁으면 봄지가 아프잖아. 봄지는 소중한건데 사람들도 있는데 긁으면 되겠어?"
"아니요, 근데 엄마 봄지는 소중한 거예요?"
"그럼 소중한 거지. 봄지 뿐만 아니라 여름이 몸은 다 소중한 거야."
"머리는요?"
"머리도 소중하고, 다 소중하지.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 보여줘도 안 되고, 다른 사람이 만지려고 해도 절대 못 만지게 해야 돼."
"왜요?"
"소중한 거니까."

소중한 거라는 나의 말을 아이는 얼마나 이해했을까? 사실 이해라기보다는 주입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소중한 거라는 말을 수도 없이 많이 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참 힘들다. 아이눈에 맞춰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준다는 것이.

그래서 성교육에 대한 강의도 몇번 듣곤 했는데 역시나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들어도 실생활에 적용시키는 건 쉽지 않은 게 그 이유다. 뭐 따지고 보면 어려울 것도 없는데 왜 어렵다 생각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중에 어린이 성교육 뮤지컬 <엄마는 안 가르쳐줘>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어린이' 성교육 뮤지컬 이라는 것을 잘 생각했어야 했는데 내가 그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제 만 세돌이 지난, 네살 된 딸 여름이에게 이 뮤지컬을 이해하라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무척 재미있고, 아이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줄 만큼 충분한 대답이 되는 유익한 내용이었다. 단지 내가 보기엔 적어도 7세 이상은 되어야 이해가 가능한 공연인듯 싶었다.

▲ 뮤지컬 시작 되기전, 극장에 있는 책을 읽으며 기다리는 중
ⓒ 김미영

▲ 뮤지컬 홍보지 앞에서 기념사진 찍는 여름이
ⓒ 김미영

한시간 가량 진행되는 이 공연은, 공연 내내 밝고 경쾌한 노래로 아이들의 귀를 자극한다. 또한 화려한 무대와 조명으로 아이들이 딴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더구나 쉼없이 진행되는 공연, 이야기 전개가 자연스러워서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주지 않는다. 이 뮤지컬은 주인공 '정자'와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몸 속을 여행하며 평소에 궁금해 하던, 아기가 생기게 되는 과정을 알게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 무대를 배경으로 좌석에서 찍은 사진
ⓒ 김미영

중간중간, 양성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남자니까 이건 안 돼, 여자니까 이건 안 돼… 이런 것에 대한 편견을 없애 주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주된 내용은 아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므로 짧게 언급되지만 그 내용도 보기 좋았다.

재미있는 뮤지컬에 빠져 정신없이 보고 있는데, 아이는 궁금한 게 많은지 질문공세가 이어진다.

"엄마, 저 아저씨 이름이 정자예요? 정자가 모예요?"
"엄마, 왜 저 아저씨는 꼬리가 달렸어요?"
"엄마, 왜 저 언니는 칼싸움을 해요?"
"엄마, 재미있어요. 신나요."

나오면서 아이는 "엄마는 안 가르쳐줘~" 하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울엄마는 잘 가르쳐주는데."

덧붙이는 글 | 공연명 : 어린이뮤지컬 <엄마는 안 가르쳐줘>
공연기간 : 2006년 7월 21일 ~ 8월 20일 매일 2시. 4시30분(단, 수요일 11시, 3시)/ 월 쉼
관람등급 : 36개월 이상 
공 연 장 :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 
가    격 : 어른/어린이 2만원  
제    작 : 투비컴퍼니
문    의 : 투비컴퍼니(02-744-7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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