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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쉬는 시간에 나의 요청으로 찍은 사진이다. 마치 가족 같다. 뒷편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그레이엄(매니저), 데비(요리사), 다니엘(울 핸들러), 크래이그(양털깎이), 타니아(울 핸들러), 미키(양털깎이), 니노(양털깎이), 글린(양털깎이), 브리(글린과 데비의 딸), 트레비스(울 클라서)
잠깐 쉬는 시간에 나의 요청으로 찍은 사진이다. 마치 가족 같다. 뒷편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그레이엄(매니저), 데비(요리사), 다니엘(울 핸들러), 크래이그(양털깎이), 타니아(울 핸들러), 미키(양털깎이), 니노(양털깎이), 글린(양털깎이), 브리(글린과 데비의 딸), 트레비스(울 클라서) ⓒ 김하영
이들은 지난 2년 동안 함께 다니며 양털깎이 일을 해왔다고 한다. 그래서 서로에겐 제 2의 가족이라고 할 수 있다고. 잠깐 쉬는 시간, 나의 요청으로 찍은 단체 사진을 보고 모두 '가족사진' 같다며 좋아했다.

인터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모두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며 좋아한다는 것이다. 나는 평소 개인적으로 누굴 만나든 '자신의 직업을 좋아하냐'고 묻곤 하는데,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호주에서도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드물다. 하지만, 이 양털깎이 팀은 1년 중 10개월을 떠돌며 지내야 하는 데도 모두 자신의 직업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첫 인터뷰이(인터뷰 대상자)는 양털깎이 경력 40년차인 베테랑 양털깎이 '니노(57)'다. 니노는 경력 40년차 답게 양을 다루는 솜씨가 대단했다. 그는 일을 하는 동안 한 시도 미소를 잃지 않았으며, 양털을 깎는 것이 그에겐 즐거운 일인 것 같았다.

다음은 니노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양털을 깎고 있는 베터랑 '니노'(맨 앞)
양털을 깎고 있는 베터랑 '니노'(맨 앞) ⓒ 김하영
- 몇 살 때부터 양털 깎는 일을 시작했나?
"17살 때부터 시작했다. 내가 어릴 때에는 이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많았을 정도로 인기 직업이었다."

- 보통 양털깎이팀 구성은 어떻게 되나?
"보통 11명이 총원으로, 지금 이 팀(9명)은 조금 작은 규모이다. 원래는 매니저 1명, 양털깎이 5명, 울 핸들러 3명, 울 클라서 1명, 요리사 1명으로 구성된다. 이렇게 한 번 팀을 짜면 꽤 오랜 기간 같이 지낸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으면 불편한 일이 생기는데 이 팀은 모든 구성원들이 아주 좋다."

- 1년에 몇 달 정도 일을 하나?
"겨울 2개월을 제외한 10개월 동안 일을 한다. 겨울에는 양을 보호하기 위해 양털을 깍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 8시간씩 주 5일 동안 일을 하며 대게 한 양 농장에서 10일~14일 정도 일을 한다. 그래서 1년에 약 30군데의 양 농장에서 일을 한다."

- 조금 특별한 직업인 것 같다. 자신의 직업을 좋아하나?
"정말 특별한 직업이다. 그리고 이 일을 아주 좋아한다. 무엇보다 수입이 다른 직업에 비해서 아주 높다. 내가 하루 동안 보통 200마리의 양털을 깎는데, 보통 하루 400호주 달러(약 30만원)를 번다. 나에게는 아직 어린 자녀가 5명이나 있기 때문에 높은 수입이 큰 도움이 된다."

- 수입 외에 다른 장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육체노동을 하다 보니 몸이 단련 되서 남들보다 건강한 편이다. 우리 팀에는 항상 요리사가 같이 다니는데 매일 맛있고 푸짐한 음식을 내온다. 우리는 단지 하루 25호주 달러(약 1만 9천원)만 지불하고 하루 세끼와 간식을 먹는다(울 클라서를 제외한 모든 팀원은 하루 25호주 달라 씩 식비로 지불한다).

또 호주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다 보니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 특히 같은 팀원과는 가족과 같은 사이가 된다. 다른 큰 장점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양털깎이로 일을 하면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스웨덴, 캐나다, 뉴질랜드 등 양털깎이를 필요로 하는 나라에는 언제든지 비자를 받아서 갈 수 있다. 비자는 그곳 매니저에게 연락하면 쉽게 나온다. 나는 다른 나라에서 일을 해본 적은 없지만 우리 팀의 다른 사람들은 가본 적이 있다고 한다. 하루만 일해도 수입이 크니 쉬는 날에는 여행을 할 수 있다. 우리 팀에도 뉴질랜드에서 온 사람들이 있다. 요리사인 데비와 양털깎이인 글리는 부부인데 지금 5살짜리 딸과 함께 호주에 와서 일하고 있다."

이들이 양 한 마리의 털을 깎는 데 걸리는 시간은 채 2분도 걸리지 않는다.
이들이 양 한 마리의 털을 깎는 데 걸리는 시간은 채 2분도 걸리지 않는다. ⓒ 김하영
- 그럼 단점은 뭔가?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나는 이 농장이 위치한 곳과 가까운 브로큰 힐(Broken Hill)에 살기 때문에 일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서 가족과 함께 지낸다. 하지만, 다른 팀원들은 모두 집을 떠나 있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매우 적다. 사실 그런 이유로 이혼하는 가정이 많다. 나는 항상 내 가정에 있고 싶기 때문에 만약 이 팀이 먼 곳으로 떠나게 되면 새로운 팀을 찾을 것이다. 다른 단점으로는, 아무래도 힘든 육체노동이다 보니 피로가 많이 쌓인다. 그래서 정년이 짧은 편이다. 보통 40~50세 사이에 일을 그만두는데, 나는 아직 유연한 편이라서 57세인 지금까지도 계속 일을 하고 있다."

-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뒷받침 돼야 하나?
"일단 강한 체력이 뒷받침 돼야 하고 유연성도 필요하다. 더불어 키가 큰 사람이 유리하기도 한다. 살아있는 동물인 양을 잡고 해야 하는 일이므로 몸이 뻣뻣한 사람은 적합하지 않고 성격이 급한 사람은 양에게 상처를 많이 입히게 된다. 나는 일을 할 때도 항상 미소를 지으며 일을 한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 내·외적으로 스스로 부드러운 사람이 돼야한다."

- 일 할 때 보니, 커터기 날을 갈아 끼우는 것 같던데 보통 얼마에 한 번씩 교체하나?
'아, 이 일에는 커터기 날과 빗이 필요한데, 커터기는 3개월에 50개를 사용하고 빗은 3개월에 10개를 사용한다. 금액은 약 700호주 달러(약 53만원)로 모두 각 양털깎이의 사적인 소유물로 각자 돈을 지불한다. 우리가 이틀이면 벌 수 있는 돈이므로 비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이 일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
"요즘 호주의 양모 산업이 전보다 하락세를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이 직업의 미래는 밝다. 그동안 양털을 기계로 깎아 보려는 시도가 많았지만 모두 실패했다.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이 일이다. 그리고 이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젊은이들이 거의 없는 반면 상대적으로 양의 수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일자리 걱정은 하지 않는다."

- 왜 젊은이들이 이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생각 하는가?
"생활 방식의 변화가 가장 큰 이유라고 하겠다. 우리가 젊었을 때는 주로 몸으로 하는 활동적인 놀이와 일이 많아서 육체노동에 거부감이 없었는데, 요즘은 모두들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하는 생활을 하다 보니 움직임이 아주 적은 생활을 하고 있다. 아마 그런 생활을 하던 젊은이가 이 일을 한다면 버텨내지 못 할 것이다."

양털깎기(Shearing)를 한 단어로 말한다면?
그들의 삶과 직업을 설명해 주는 단어들

인터뷰 마지막 날, 나는 양털깎이 팀원들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양털깎기(Shearing)를 한 단어로 말한다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이 질문에 모두들 멋진 대답을 해 주었다.

그레이엄(매니저) : Good. I like it. (좋아, 내가 좋아하는 일)
데비(요리사) : Good fun. (큰 즐거움)
다니엘(울 핸들러) : Physical work.(육체 노동)
크래이그(양털깍이) : Experience. (경험)
타니아(울 핸들러) : Meeting new friends. (새 친구를 사귀는 일)
미키(양털깍이) : Freedom. (자유)
니노(양털깍이) : Fantastic. (끝내줘요!)
글린(양털깍이) : Sweating. (땀흘리는 일)
트레비스(울 클라서) : Great. (아주 좋아!)

덧붙이는 글 | 김하영 기자는 2005년 9월22부터 2006년 7월1일까지(총 9개월 반) 호주에서 생활했습니다. 그  8개월 동안 우프(WWOOF;Willing Worker On Oganic Farm)를 경험하였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바탕으로 호주 문화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본 기사에 첨부 된 사진의 저작권은 김하영 기자에게 있으며 기자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다른 곳에서 쓰일 수 없습니다. 기사에 등장하는 우프 호스트들의 이름은 그들의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모두 가명으로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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