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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로자? 반가운 '한글'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수다로자? 반가운 '한글'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 박정규
시장에서 옷을 파는 노점을 지나는데, 바지에 눈에 익은 '문자'가 인쇄되어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한글'이다. 'ㅓ수다로자', '맛있고 증ㄱ', '오비에스 루시드 글 렘보디'.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그냥 '한글'을 짜맞추기 한 것 같다. 아무려면 어떠한가? 타지에서 만난 '한글'이 너무 반가울 따름이다. 점점 한국이 그리워지는 것 같다.

내리막길에서 밤을 까는 가족들을 만났다. 어머니와 할머니는 밤을 까고 계셨고 젊은 아들 두 명은 잠시 휴식 중인 듯했다.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아버지가 큰 망태기 가득 밤을 따 오셨다. 굵은 땀을 흘리시며, 앉아 쉬시는 뒷모습을 보니 '아버지의 무게'가 생각난다.

중국의 다른 지역을 달리고 있었는데, 말이 끌만 한 짐이 가득한 짐수레를 아버지 혼자 자전거를 이용해 운반하고 있었다. 힘겹게 페달을 밟으며, 한 발 한 발 나아가던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의 어깨에 앉아 있는 '아내와 아이들'의 '허상'이 보였다.

나의 아버지, 타인의 아버지 모두… 그 무엇보다 무거운 '가족'이란, '행복한 짐' 때문에 오늘도 고생을 마다 않으실 생각을 하니 가슴이 찡해진다.


아버지의 뒷모습. 밤을 한가득 따 오신 후, 구슬땀을 흘리고 계셨다.
아버지의 뒷모습. 밤을 한가득 따 오신 후, 구슬땀을 흘리고 계셨다. ⓒ 박정규

2006년 8월 8일 화요일. 구이양–쿤밍 5일차 / 오전 흐림, 오후 맑고 조금 더움.

08시 30분 기상.

10시 25분. 6.7km 지점. 오르막 전 간이 슈퍼.

6km가량 산 허리를 따라 달렸다. 터널 공사 현장을 내려다보며, 그런데… 속도가 너무 빠르다. 시속 30-40km는 그냥 나온다. 커브 길도 많아 브레이크 위에 항상 손이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아직 15km는 더 내려가야 한단다.

너무 빠른 것도 좋지 않다. 앞만 보고, 긴장한 채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자전거 여행은 빠르면 빠를수록 '느림의 미학'을 잃어버리게 되고, 자전거 여행만의 '의미' 또한 퇴색되어 버린다.

지금까지 온 길과 앞으로 갈 길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지금까지 온 길과 앞으로 갈 길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 박정규
위험구간. 충분히 미끄러질만 한 코스도 있다.
위험구간. 충분히 미끄러질만 한 코스도 있다. ⓒ 박정규
12시. 16km 지점. 산 허리에 있는 '시장 식당'

2km가량 내리막을 걸어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봤다. 장바구니 멘 아주머니, 즐겁게 뛰어가고 있는 아이들,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할머니. 그들의 목적지는 바로 '시장'이었던 것 같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지 모를 만큼, 많은 사람들 수만큼이나 시장만의 '활기'가 넘친다. 시장 구경을 잠시 미루고, 뱃속 문제 먼저 해결을 해야겠다. 노점 식당에서 목욕탕용 작은 의자에 앉아 '량픈'이란 걸 주문했는데… 고추냉이(와사비)에 땡초를 찍어 먹으면 이런 맛이 날까? 정말 맵다. 혓바닥이 화끈거리고, 콧물이 날만큼. 그래도 돈 내고 사먹는 거니까, 천천히 조금씩 끝까지 다 먹어야지.

저것이 '량픈' 이다. 묵 같이 생겼는데 저기에서 면발(?) 을 뜯어낸다.
저것이 '량픈' 이다. 묵 같이 생겼는데 저기에서 면발(?) 을 뜯어낸다. ⓒ 박정규
전혀 안 매워 보이지만, 와사비에 땡초 찍어 먹는 느낌이었다.
전혀 안 매워 보이지만, 와사비에 땡초 찍어 먹는 느낌이었다. ⓒ 박정규
저 두 가지를 배합해 량픈 양념장을 만든다. '정말 맵다'
저 두 가지를 배합해 량픈 양념장을 만든다. '정말 맵다' ⓒ 박정규
밥을 먹고 작은 슈퍼 앞을 지나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가까이 가보니, 모두 '녹색 음료'를 먹기 위해서 기다리는 것. 할아버지 한 분이 두 눈을 감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드시는 모습에, 나도 한 잔 주문. 그냥 시원한 '물맛'과 '단맛'이 조금 난다. 한 잔에 0.2Y이라 다들 '싼 맛'에 사먹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작은 옷 노점 옷 파는 곳을 지나는데, 바지에 눈에 익은 '문자'가 인쇄되어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한글'이다. 'ㅓ 수다로자', '맛있고 증ㄱ', '오비에스 루시드 글 렘보디'.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그냥 '한글'을 짜맞추기 한 것 같다. 아무려면 어떠한가? 타지에서 만난 '한글'이 너무 반가울 따름이다. 점점 한국이 그리워지는 것 같다.

친구 분이랑 뭔가 상의하고 계신 할머니
친구 분이랑 뭔가 상의하고 계신 할머니 ⓒ 박정규
녹색음료. 한 잔에 0.2Y. 할아버지가 두 눈을 감고 음미하면서 드시는 모습
녹색음료. 한 잔에 0.2Y. 할아버지가 두 눈을 감고 음미하면서 드시는 모습 ⓒ 박정규
13시 30분. 17.8km 지점. 내리막 커브 길. 밤 파는 곳.

커브 길을 돌았는데, 밤 손질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휴식도 취할 겸 자전거를 세우고, 가까이 가서 먼저 인사를 하자, 젊은 친구가 생밤 2개를 쥐어준다. 어떻게 까냐고 묻자, '입'을 가리킨다. 그렇다. 나에게는 튼튼한 '이빨'이 있다.

생밤의 중간 부분을 깨물고 힘을 주자 '딱' 하는 맛있는 소리와 함께, 잘 익은 '노오란 속살'이 보인다. 입안에 넣고 천천히 씹으니, 담백하고 단맛이 난다. 삶아 먹으면 정말 맛있겠다.

어머니와 할머니는 밤을 까고 계셨고, 젊은 아들 두 명은 잠시 휴식 중인 듯.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아버지가 큰 '망태기(물건을 담아 들거나 어깨에 메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든 그릇)' 가득 밤을 따 오셨다. 굵은 땀을 흘리시며, 앉아 쉬시는 뒷모습을 보니 '아버지의 무게'가 생각난다.

밤 가족과 함께. 달콤한 밤 한 봉지를 선물로 주셨다
밤 가족과 함께. 달콤한 밤 한 봉지를 선물로 주셨다 ⓒ 박정규
중국의 다른 지역을 달리고 있었는데, 말이 끌 만한 짐이 가득한 짐수레를 아버지 혼자 '자전거' 을 이용해 운반하고 있었다. 힘겹게 페달을 밟으며, 한 발 한 발 나아가던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의 어깨에 앉아 있는 '아내와 아이들'의 '허상'이 보였다. 나의 아버지, 타인의 아버지 모두… 그 무엇보다 무거운 '가족'이란, '행복한 짐' 때문에 오늘도 고생을 마다 않으실 생각을 하니 가슴이 찡해진다.

밤을 좀 사려고 가격을 문의하니 '이 진(500g)' 5Y. 그렇게 많이 필요 없으니까 2Y치만 달라고 하니까, 검은 봉지 가득 밤을 채워주시며 내가 좋아하는 말, '부야오 치엔(돈 필요 없습니다)'을 들려 주셨다.

아들이 아쉬워하며, 내일 자기 집에 놀러 오라고 했지만 거절했다.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상관없지만… 왔던 길을, 그것도 급경사의 오르막을 다시 올라간다는 건 조금 무리일 것 같아서.

보신탕. 얼큰, 담백, 시원, 밥 네 그릇을 말아 먹었다(맨 위). 양념장(가운데). 깨끗이 비운 그릇(맨 아래)
보신탕. 얼큰, 담백, 시원, 밥 네 그릇을 말아 먹었다(맨 위). 양념장(가운데). 깨끗이 비운 그릇(맨 아래) ⓒ 박정규
18시 20분. 37.8km 지점. '광자우' 마을 도착. 식당. 식당 앞에서 식사가 가능한지 물어보니, 왼쪽 간판을 보란다. 친근한 '멍멍이 사진'이 있다. '보신탕' 집인 듯. 가격을 물어보니 30Y. 그냥 가려다가, '체력 보충'이 필요하다는 '몸의 신호'에 따라 사 먹기로 결정. 15Y만큼만 달라고 하자, 흔쾌히 승낙해주신다.

식당 안 의자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고 있으니, 잠시 후 '배추랑 멍멍이 고기'가 담긴 큰 양 푼 도착. 고기는 얼마 없었지만 국물은 정말 담백, 얼큰, 시원했다. '배추'밖에 들어가 있지 않은데… 어떻게 이런 맛이 날까? 아마 국물에 '맛있는 뭔가'를 넣나 보다. 처음에는 밥을 조금씩 덜어 먹다가, 그냥 양푼에 밥 세 공기 분을 다 넣어 버렸다.

국물이 좀 남아서, 나중에 한 공기를 더 시켜 먹었다. 총 '멍멍이 국밥' 네 그릇을 먹은 셈이다. 쉬지 않고 2km 가량 오르막을 올라온 것처럼, 많은 땀을 흘리면서.

밥을 다 먹고 식당을 나오니, 식당 문 앞에 멍멍이 한 마리가 묶여 있었다. 밥그릇이 놓여 있는 걸로 봐서는 키우는 것 같은데… 하루하루가 불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9시. 인근 여관.

식당에서 소개해준 저렴한 여관. 가격: 10Y. 2층 2인 1실 혼자 사용. 선풍기만 있고, 딱딱한 나무 침대, 샤워시설 무, 콘센트 유. 신분확인하지 않음. 1층은 식당인 걸로 봐서, 여관은 부업인 것 같다. 여관의 기본인 슬리퍼도 물 서비스도 없지만, 아저씨 인상이 좋고 친절해서 상관없다.

하나 남았다! 마지막 목적지(쿤밍)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며 화이팅!
하나 남았다! 마지막 목적지(쿤밍)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며 화이팅! ⓒ 박정규
왕바(인터넷 카페)의 위치를 묻자, 주인아저씨가 안내해준다며 앞장선다. 10m도 못 가서 어떤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데, 냄비, 주전자, 각종 연장 등이 있는 걸로 봐서 '철물점, 잡화점' 같아 보인다. 아무리 봐도 '왕바(인터넷 카페)'는 아닌 것 같은데…

가게 안쪽으로 들어가자, 작은 공간에 컴퓨터를 처음 사면 무료로 주는, 조립식 책상 위에 컴퓨터 5대(주인용 1대 포함)가 놓여 있다. 어떤 '설정 제한'도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역시나 '관리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아무런 제약 없이 '한글 설정'을 한 후 인터넷을 할 수 있었다.

15인치 모니터로 화면을 보니 일부 화면을 정상적으로 볼 수 없었다는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여기도 부업으로 '인터넷 카페'를 하는 것 같다.

형과 잠시 대화를 했는데, 내일이 '복날(초복, 중복, 말복이 되는 날. 이날이면 그 해의 더위를 물리친다 하여 개장국이나 영계백숙을 먹는 사람이 많다)'이란다. 난 몰랐지만, 내 몸이 알고 있었나 보다. 그렇게 푸짐하게 잘 먹었으니, 올해 더위도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초상집. 머리에 '흰 두건'을 쓰고, 여기 저기서 '곡' 소리가 들렸다.
초상집. 머리에 '흰 두건'을 쓰고, 여기 저기서 '곡' 소리가 들렸다. ⓒ 박정규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 ⓒ 오마이뉴스 고정미


여행 수첩

1. 이동경로: 구이저우 관링시 용링증–구이저우 광자우(국도 320번)

2. 주행거리 및 시간: 37.8km / 3시간13분 / 평균속도 11.7km/h / 누적거리 3,978km

3. 사용경비: 26.7Y
아침: 5Y / 점심: 2Y / 저녁: 15Y / 인터넷카페 90분: 3Y
과자 6개: 1Y / 아이스크림 1: 0.5Y / 녹색음료 한 잔: 0.2

4. 섭취 음식
1)식사
아침: 량픈 라면(흰색의 넓적한 면): 국물이 얼큰, 시원
점심: 량픈(흰색의 넓적한 면): 국물이 없다. 와사비에 땡초 찍어 먹는 것처럼 무지 매움.
저녁: 보신탕 한 그릇, 밥 네 그릇

2) 간식
- 물 1.8ml / 밤 다수 / 과자 낱개로 파는 거 6개

5. 신체상태: 양쪽 다리 근육통 조금

6. 도로분석 및 풍경:

구이저우 관링시 용링증을 벗어나는 1km 오르막을 올라가면 내리막이 시작된다.

1km - 6.7km 내리막: 급커브 지점이 다수 있으니, 브레이크 휴식 시간이 필요할 듯. 터널 공사 현장과, 시속 30-40km/h의 속도를 느낄 수 있다.

6.7km – 7.2km 오르막을 올라오면 내리막이 시작되는데 7.7km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작은 마을과 길가에 여러 채의 민가가 있다.

9km – 15km 내리막: 능선을 올라와 마을 같은 평지를 잠시 달리다, 10km 급경사가 시작된다. 움푹 파인 곳, 울퉁불퉁한 곳, 부서진 자갈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충분히 미끄러질만 한 요소가 있다. 충분히 쉬어가면서 천천히 내려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시장'으로 향하는 마을 사람들이 도로 우편으로, 왼편으로 간헐적으로 차량들이 지나갈 때는 위험은 배가 된다.

15km 오르막 시작 16.6km 내리막 시작 – 22km: 울퉁불퉁, 부서진 자갈들 위험. 브레이크 조정을 한 번 했다. 브레이크 과다 사용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림' 때문에 지속적으로 휴식을 취한 후 내려갔다.
23km 평지 시작. 힘차게 흐르고 있는 황색 강줄기를 역류하며 양호한 도로를 달릴 수 있었다. 건너편 산으로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너게 되는데 그곳에서 '촬영'하기에 아주 좋다. 강 상류의 산과 하류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그동안 '피로'를 풀 수 있었다.

26km – 32km 오르막: 26km 큰 나무그늘들이 많아서, 잠시 누워 가기에 좋은 곳. 누워서 바라보는 하늘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 준다.

32km – 34km 능선 평지 구간: 작은 마을과 작은 슈퍼가 있다. 한가롭게 '마작'하는 사람들, 흙놀이 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34km – 37.8km 오르막: 37.8km '구이저우 광자우(지역명)' 도착.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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