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문제와 관련하여) 아시아 침략전쟁이나 식민지 지배를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역사 인식이 제기된다. 중국, 한국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수상도 종전기념일만큼은 피하는 형태로 매년 참배를 계속해 왔다. (그런데) 금년에는 그러한 배려를 하지 않을 작정인가?”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이 신문이 야스쿠니 문제에 대한 주변국들의 비판을 ‘당연한 것’이라고 표현하였다는 점이다. 최근 일본 내에서는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가 정교분리라는 헌법적 원칙에 위반되느냐 여부를 둘러싸고 논의가 전개되고 있을 뿐, 이 신문 사설처럼 이 문제를 일본의 과거 범죄와 연관시키는 시각은 비교적 적은 편에 속한다.
그리고 한·중 양국의 반발을 고려하여 총리의 참배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대개 ‘주변국들의 반발이 일본 외교를 해친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에 반대하는 것에 불과하다. ‘일본은 과거에 범죄를 저질렀고 그래서 주변국들의 비판은 당연하기 때문’에 총리의 참배를 반대한다는 시각은 찾아보기 힘든 편이다.
이 신문은 또 다음과 같이 고이즈미 총리의 자중을 촉구했다.
“그런데 지난 달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과반수가 수상은 야스쿠니 참배를 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전범이 합사되었기 때문에 참배를 피했다는 히로히토 천황의 발언 메모도 밝혀졌다. 국가 지도자로서,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대한 참배는 결국 자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위와 같이, <주고쿠신문>은 총리의 신사 참배가 히로히토 전 국왕(소위 ‘천황’)이나 국민 과반수의 의견과 배치된다는 점을 들면서 고이즈미 총리의 ‘자중’을 촉구했다.
그리고 신문은 강력한 차기 총재 후보인 아베 신조 관방장관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아베 신조 관방장관은 야스쿠니 쟁점화를 기피하는 전략인 듯하다. 그러나 야스쿠니신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또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은 차기 리더 후보의 자격이 달린 중요한 문제다. 아시아 외교의 교착 상태를 보더라도, ‘고이즈미류(類)’의 외교는 현명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여기서 신문은 야스쿠니 문제가 차기 총재 후보의 자격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라고 하면서,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 이 문제를 기피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그러면서 그 같은 ‘고이즈미류’의 외교를 ‘현명하지 않은 외교’라고 비판하였다.
8·15 참배에 대한 이 같은 비판의 목소리가 고이즈미 총리에게 과연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고이즈미 총리 역시 자신의 8·15 참배 가능성 시사에 대한 국내외의 여론을 주시하면서 참배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다.
참고로, <주고쿠신문>은 1892년 5월 5일 히로시마에서 <주고쿠>로 창간되었다가 1908년 6월 21일 지금의 명칭으로 바뀐 신문이다. 이 신문은 창간 100주년을 맞이한 지난 1992년 5월 5일에는 발행부수 70만 부를 돌파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