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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명물 광안대교에서 바라본 미월드놀이공원과 롯데아파트.
부산의 명물 광안대교에서 바라본 미월드놀이공원과 롯데아파트. ⓒ 임종수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 경찰에 신고하겠다."-롯데캐슬아파트 주민

"법적 시간을 준수하고 있다. 이제 이벤트마저 못하게 하면, 우리는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미월드 관계자

부산 광안리의 놀이공원 미월드와 인근 롯데캐슬자이언트아파트 주민들간 소음 갈등이 점입가경입니다. 미월드는 이미 소음민원 때문에 이용객들에게 마스크까지 씌워 장안의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양측은 놀이기구 이용객들의 육성을 놓고 갈등을 빚다가 지난해 법정다툼 끝에 해답을 찾는 듯 했습니다.

지난해 3월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롯데주민들이 제출한 '놀이기구 사용금지 가처분' 소송에 대해 "미월드측은 특히, 날씨가 더워 창문을 열고 사는 여름철 7, 8월의 경우 롯데주민들이 주장하는 소음기종(밤스토아, 타뷰랑스, 바이킹, 다이빙코스터)은 밤 12시까지, 나머지는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운행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물론 여름철을 제외한 10개월 동안도 밤 10시에 11시까지로 시간 제약을 했습니다.

미월드측으로서는 당황스러운 결정이었습니다. 10기종을 운행하고 있는 미월드의 놀이기구 전체 매출액 가운데 소음기종으로 운행제한을 받게 된 기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거의 80%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소음기종으로 결정된 밤스토아 등 4기종은 공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기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월드 놀이공원 자체가 부산시 도시계획시설사업으로 조성된 탓으로 미월드측은 법원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운행시간 제한으로 인한 매출감소를 보전하기 위한 마케팅으로 미월드측은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미월드는 다른 놀이공원과는 달리 공원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기에 이벤트 자체가 공원의 매출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고객유인 효과는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이번 여름철부터 이벤트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미월드측이 마련한 이벤트는 △결식아동돕기 물풍선 터뜨리기 △관광객을 위한 건강 댄스페스티벌 △어린이를 위한 소림무술 시연 △어린이교통 체험시설인 어린이 교통안전학교 등입니다.

롯데아파트 주민들은 이 같은 이벤트가 지난 7월 21일부터 시작되자, 매일같이 소음민원을 제기했고, 그 때마다 민원을 접수한 관할 남부경찰서 순찰지구대 직원들과 수영구청 직원들은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미월드측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 이후 단 한 차례도 영업시간을 어긴 적이 없음을 구청과 경찰관계자에게 확인해 주었고, 이벤트로 인한 방송 소리도 최대한 자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똑같은 민원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제기되었고, 급기야 미월드측에서는 비상 경영회의를 갖고 놀이시설업의 존폐까지 심각하게 논의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겨우 한 달 남짓, 그것도 하루 3차례지만 한번에 10여분 정도 진행되는 이벤트도 하지 말라니, 이것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는 처사입니다.”-미월드 관계자

미월드는 대표적인 도심 해양형 놀이공원입니다. 전국에서 이런 조건을 가진 놀이공원은 없습니다. 미월드는 이 같은 빼어난 사업성 때문에 무려 700억원을 투자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기된 소음민원 때문에 제대로 영업을 할 수가 없어 매달 평균 1억원 정도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롯데아파트 주민들 역시 분명히 소음 피해자입니다. 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1월 분양 당시 미월드를 '아주 조용한 체육공원'으로 홍보를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놀이공원이 들어선다는 것을 알았다면 분양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롯데입주민들은 한결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요란한 음악과 즐거운 비명소리가 동반되는 놀이공원과, 조용하고 쾌적함을 최고의 입지로 내세우고 있는 아파트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부산시 도시계획사업에 참여하여 이미 700억원을 투자한 미월드를 외면할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점점 높아져가고 있는 시민들의 주거한경 개선 목소리도 귀 기울여 들어야만 합니다.

해법은 어디에서 찾아야만 할까요.

'마스크를 씌워도 안 되고,' ‘법원 결정으로도 소음민원을 해결하지 못한' 미월드측과 롯데아파트 주민들은 요즘 매일 밤 서로를 원망의 눈초리로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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