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 대만(중화민국) 총통이 오는 9월에 열리는 국제연합(UN) 총회에 대비하여, 기존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UN 재가입을 시도할 것이라고 <환구시보>, <대공보>, <자유시보>, <중화일보> 등 중국계 언론들이 9일 보도했다.
위 언론들에 따르면, 천 총통은 최근 국가안전회의(국안회)를 소집하여, ▲중화민국 명의로 ▲수교국을 통해 간접적으로 UN 가입을 신청하던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대만 명의로 ▲대만이 직접 UN 가입을 신청하는 새로운 방식을 취하기로 하였다.
참고로, 국안회는 국가안전회의법에 따라 설립된 기구로서, 총통이 국가안보 관련 중요 사항을 결정할 때에 자문 역할을 하는 기구다. 국가안전회의법에 따르면, 여기서 말하는 ‘국가안보’에는 국방·외교·양안관계·국가중요사태가 포함되며, 총통이 이 기구의 의장이 된다.
천 총통이 오는 9월 UN 총회를 겨냥하여 시도할 이 새로운 UN 가입 방식은, 위와 같이 ▲중화민국이 아닌 대만 명의를 취한다는 점에서 ▲또 수교국을 통하지 않고 직접 신청한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1971년 10월 25일 본토의 중화인민공화국에 의해 UN에서 축출된 대만은 1993년 이래 해마다 UN 재가입을 시도해 왔다. 그동안 대만을 대신하여 ‘대만의 국제연합 가입에 관한 안건’을 상정하기 위해서 노력해 온 국가들로는 감비아·차드·아일랜드·솔로몬 등으로서 대략 15개 정도의 나라들이다.
중국 본토에서 대만 독립을 막기 위해 2005년에 ‘반국가분열법’을 통과시키자, 대만을 지지하는 이 국가들은 ‘대만의 국제연합 가입에 관한 안건’ 외에도 ‘국제연합이 대만해협의 평화를 유지할 것을 촉구하는 것에 관한 안건’도 의제에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한 바 있다.
그리고 대만이 중화민국 명의로 UN 가입을 신청하는 것과 대만 명의로 신청하는 것에는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다.
먼저, 중화민국 명의로 신청하게 되면, 1971년 제26차 UN 총회에서 통과된 UN 결의 제2758호와 상충하게 된다. 이 결의는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의 유일 합법정부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반영하는 결의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만이 중화민국 명의로 UN 가입에 성공한다는 것은, 중화인민공화국을 UN에서 축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국제정세 하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기는 힘들다. 해마다 대만이 중화민국 명의로 가입을 신청했지만, 본토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이나 UN주재 중국대표의 성명을 통해 UN 결의 제2758호를 UN 회원국들에게 상기시키는 방법으로 대만의 의제 상정을 방해해 왔다.
다음으로, 대만 명의로 신청하게 되면, 적어도 법리적인 충돌은 생기지 않는다. 중국과 무관한 대만이라는 명의로 신청하면, 적어도 ‘하나의 중국’ 원칙과 충돌할 여지는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 경우는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법리적으로 독립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국이 이를 좌시할 리가 없다. 또 UN 회원국들의 입장에서도 대만 명의의 신청이 ‘하나의 중국’ 원칙과 상충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대만 명의의 UN 가입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지금 중국계 언론들은 그 실현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중국계 언론들은 천 총통의 진정한 관심사는 대만 명의의 UN 가입이 아니라 정치적 난관 극복에 있다고 폄하하고 있다.
홍콩 <대공보>는 대만 고위층의 표현을 빌려, 천 총통의 의도는 정치적 분란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였으며, 대만 <중화시보>는 천 총통이 UN 가입보다는 자신에 대한 대만 내 비판을 무마하는 데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평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