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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이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있었죠.
ⓒ 박정규
한 집 앞을 지나가는데, 마당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앉아 식사하고 있다. 나도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큰 나무에 뭔가 달려있었다. 뭘까 궁금해 둘러보다 향과 영정사진, 그리고 큰 관을 발견했다. 방 안에는 상복을 입을 사람들이 슬퍼하고 있고… 아, 여긴 잔칫집이 아니라 초상집이구나…

필자의 자전거여행을 신기하게 여긴 대학생들의 요청과 아이들의 합류로 단체사진촬영. 초상집이 한 자전거 탄 외국인 때문에 '잔칫집'으로 바뀌어 버린 순간이었다. 한편으로는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 알고보니 '초상집'이었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 박정규

2006년 8월 12일 토요일. 구이양–쿤밍 9일차 / 맑음

07시 40분 기상.

여관 앞 식당에서 밥 먹고 있는데, 다른 손님이 나이를 묻는다. "30살이냐?", 헉, 30살이라니… 어제 만난 할아버지도 같은 나이를 말하셨는데, 수염의 힘인가? 아님 장기 여행으로 '피부'가 많이 상한 건가?

▲ 두 소년이 아침부터 열심히 일하는 모습
ⓒ 박정규
13시 30분. 31.6km 지점. '판센시 홍커우' 도착. 식당.

계란탕이 아닌 '삼계탕'을 주문하려고 했는데, '메이여우(없다)' 아쉽지만, 예전에 즐겨 먹던 '또오푸우탕(두부탕)' 주문.

오전에는 비교적 길이 좋아 많이 달릴 수 있었다. 단 자갈길이 많아,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펑크 안 난 게 신기할 따름이다.

'탕' 도착. 가게마다 '건더기'가 다르다. 정말 '두부'만 나오는 집도 있고, '배추' 정도 함께 나오는 집도 있다. 이 집은 '돼지고기, 배추, 토마토, 콩나물'까지 있다. '콩나물'의 시원한 맛과, '두부'의 담백한 맛이 조화를 이뤄서 삼계탕을 잊게 해주었다. 밥 두 그릇 먹고, 물통 4병까지 채웠다. 잠시 자전거를 부탁하고 인근 왕바(인터넷카페)로.

종업원에게 처음부터 USB(이동식저장장치)을 보여주며, '한국친구에게 메일을 보내야 한다'고 하니 따라오란다. 컴퓨터 뒤에 '장치'를 연결하고, 한글 설정할 수 있게 도와줘서 3일 만에 홈페이지 접속 성공. 하지만 속도가 너무 느리다. 사진 한 장 업로드하는 사이에 다른 자리에 있는 사람들 바라볼 수 있을 만큼 느리다.

많은 친구들이 '춤추는 게임'을 하고 있다. '캐릭터'가 화면 중앙에 있다. 한 명도 가능하고 다수도 가능하다. 게임이 시작되면, 여러 가지 춤 동작을 나타내는 '여러 개의 화살표'가 나온다. 빠른 시간 안에 '화살표'를 순서대로 입력하면, '캐릭터'가 멋진 춤 동작을 하게 된다.

빠른 반사신경과 손동작을 요구하는 게임인 것 같다. 그리고 '몸치(춤을 잘못 추는 사람들)'들에게도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게임인 듯. 예전에 한국에서 유행했던 DDR(오락실에 있던 게임으로 큰 화면에 나오는 '화살표'를 보고 발로 '스텝'을 밟으면서 하는 게임)을 손가락으로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3시간 동안 메일 3통과 사진 100장을 올린 후 다시 식당으로 가는데 뭔가 큰일을 한 듯 뿌듯하다. 아마 중간에 한국 친구 '고승범(아트승삼)군'의 도움이 없었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점심 먹은 식당에서 저녁까지 먹고 출발.

▲ 저 통 오른쪽 아래 작은곳에 '담배' 를 고정 시킨 후 맨 위 큰 입구로 담배를 태우시더군요.
ⓒ 박정규
15시 20분. 잔치 장소처럼 보이는 곳. 식당에서 200m 거리.

한 집 앞을 지나가는데, 마당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다. 마당 한 켠에는 15m 높이 정도 되는 큰 나무에 작은 나무를 교차시킨 후, 10m 길이의 화려한 장식물을 달아 놓았다. 그 아래에는 실물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흰색, 노란색' 등의 장식용 말 대여섯 마리가 서 있다.

여기저기 폭죽 잔여물이 있는 걸로 보아 '잔칫집'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진 촬영을 하고 있으니까, 음식 나르던 아저씨가 밥 먹고 가란다. '거절'을 잘 못하는 내가 아닌가… 감사합니다.

▲ 화려한 말을 보는 순간 잔칫집인 줄 알았습니다.
ⓒ 박정규
안내해 준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으니, 어느새 40~50명의 사람들이 네모난 작은 식탁 사이로 원을 만들어 날 포위하고 있다. 옆의 아저씨에게 '저 큰' 나무에 달린 게 무얼 '상징'하냐고 묻자? 따라오란다.

아저씨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 집안으로 들어가니… 집 입구 중앙에 '향과 영정 사진'이 놓여있고, 바로 뒤에 큰 '관'이 놓여있다. 방 안에는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슬픈 표정을 하고 있다. 아… 잔칫집이 아니라 초상집이구나….

아저씨의 안내로 정말 '상다리가 휘어지게' 준비된 식탁으로. 앞 자리에 앉은 중국 대학생들과 대화하며 식사를 하고 있으니, 한 여학생이 다가와 말을 건다. 알고 보니 자기 '삼촌'이 돌아가셨단다.

저 큰 '장대'는 '명복'을 비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눈가에 눈물이 조금 고여있었지만, 날 만나 반가운 표정을 하고 있다. 나의 여행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주니, 주위 사람들 모두 놀란다. 옆에 있던 꼬마는 다른 사람들이 올 때마다, 앵무새처럼, "내몽골에서 3800km 달려서 왔대요!" 반복해준다.

내가 사람들의 질문에 답하느라 밥을 제대로 못 먹고 있자, 이 집 아저씨가 '밥 먹을 수 있게' 사람들에게 기다려 줄 것을 요청한다. 오랜만에 만난 '생선'을 먼저 먹어 보려고 하는데, 젓가락질이 쉽지 않다.

▲ 저도 상다리가 휘어지게 준비된 식탁에서 음식을 먹었습니다.
ⓒ 박정규
옆에서 보고 있던 대학생들이 '생선'을 발라서 내 밥 위에 얹어 주고, 돼지고기 등 맛있는 반찬 등을 계속해서 올려주었다. 마치 한국의 어머니처럼…

맛있게 밥 먹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갑자기, "땡큐베리마치!", 뒤이어 옆에 있던 꼬마는 "아이러브유"라고 한다. 나도 답례로, 꼬마에게 "워 아이니(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한 후 많은 사람들과 실컷 웃었다.

대학생들이 사진촬영을 하길 원해서 식사 후 촬영을 하려고 하는데, 주위의 꼬마들이 갑자기 '합류'해 '단체사진'이 되어버렸다. '초상집'이 한 자전거 탄 외국인으로 인해 '잔칫집'으로 바뀌어 버린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이루슨펑, 이루핑안(안전한 여행이 되기를,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을 외쳐주었고 밝은 얼굴로 날 보내주었다. 한 편으로는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18시 40분. 37.1km. 도로변.

반대편 도로에서 자전거 여행자 두 명이 달려오고 있다. 서로 확인한 후 반갑게 인사 후 지나치려는 찰나에 내가 핸들을 돌려 그들 쪽으로 다가갔다. 그들은 "프랑스"에서 왔고, "우루무치 출발, 홍콩까지" 가는 길. 3개월 반 소요. 주행거리 5000km. 서로 거의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서 가는 길에 만난 것이다.

▲ 왼쪽 2대, 프랑스 친구들 자전거, 오른쪽 필자의 자전거.
ⓒ 박정규
대화하고 있는 사이에 '오토바이 운전자'가 다가와 유창한 영어로 인사한다. 인근 중학교 '영어 교사'란다. 내가 저렴한 식당 위치를 문의하자 따라오란다. 프랑스 친구 두 명과 모두 4명이서 인근 식당에서 훠궈을 먹었다. 훠궈는 중국식 샤브샤브로 고기, 야채를 뜨겁고 매운 기름이 끓고 있는 냄비에 넣어 짧은 시간에 익혀 땅콩기름이나 마늘 소스에 찍어 먹는다. 정말 맵다. 부드러운 맛을 원하는 사람들은 '바이웨이'를 주문한다.

식사하면서 여관 위치를 문의하자, 영어선생님이 '싱글'이라며, 자신의 집에 빈 방이 있다고 함께 가잖다. 함께 선생님댁으로.

'프랑스 친구들'은 영어 선생님에게 다양한 질문들을 했다. '이 시의 주요 직업은 무엇입니까?' '선생님, 비즈니스맨, 경찰, 농민 등이다.'

이 집은 얼마입니까?(40평 조금 안 돼 보였다) 그전에는 작은 집에 살았습니까? 큰 집으로 이사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시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고 있나요?…

10완(약 1200만원), 결혼을 하기 위해서 이사 왔다. 올 10월 둘째 주에 결혼 예정. 판센 시에는 100만 명이 살고 있다. 이곳 '홍커우'는 '판센시'의 중요한 도시이다.

▲ 영어선생님 인터뷰 중.
ⓒ 박정규
그리고 모르는 중국어는 전자사전에 별도로 '녹음'하는 센스를 보여주었다. 질문 시간이 끝난 후 다들 피곤해서인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자기 전에, 영어 선생님이 내일 자신의 학교에 함께 갈 것을 요청했고, 모두 O.K.~

이 친구들은 보호장비도 전혀 없이, 티셔츠 하나에 반바지만 입고 여행하고 있었다. 하루에 평균 주행거리는 80~100km, 힘든 경우에는 가끔 버스를 이용하기도 했단다. 내가 '구이양'까지는 산이 많다고 하자, 괜찮단다. '버스'를 탈 거라고…

많이 피곤하단다. 레옹을 닮은 '프랑스와'라는 친구는 '우루무치'에서 출발했고, 키가 큰 '에릭'이란 친구는 '쿤밍'에서 만나 함께 '홍콩'까지 가는 길이란다. '프랑스와'의 바지 중간 사이는 '개방'되어 있었다. 중국 어린 아이들이 편하게 '일'을 볼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는 것과 똑같았다. 자전거 타다가 찢어진 것 같다.

▲ 해바라기씨를 맛있게 먹고있는 '에릭'
ⓒ 박정규
▲ 해바라기씨를 맛있게 먹고 있는 '프랑스와'(레옹인 줄 알았습니다)
ⓒ 박정규
둘 다 자전거는 중국에서 샀다고 한다. 평균 가격 15만 원 미만. 두 번째 만난 외국인 자전거 여행자와 아주 즐거운 추억을 만들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박정규의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
ⓒ 오마이뉴스 고정미


여행 수첩

1. 이동경로: 구이저우 판센시 – 구이저우 판센시 홍커우(국도 320번)

2. 주행거리 및 시간: 38km / 3시간54분 / 평균속도 9.7km/h / 누적거리 4123km

3. 사용경비: 24.5Y

아침: 3.5Y / 점심: 7Y / 저녁: 8Y
배 6개: 2Y / 왕바(인터넷카페) 3시간: 4Y(어제 미리 계산 금액 2Y 미리 기재함)

4. 섭취 음식

1) 식사
아침: 면타오(얼 큰, 매 콤), 바우저(고기만두) 2개
점심: 또오푸우탕(두부 탕), 밥 두 그릇
저녁1: 시홍시 차오지떼(토마토, 계란볶음), 밥 두 그릇(식당)
저녁2: 돼지고기, 닭고기, 두부, 생선 요리 등, 밥 두 그릇(초상집)
저녁3: 훠궈(중국식 샤브샤브), 밥 한 그릇(프랑스 친구들과, 식당)

2) 간식
- 물 600ml 4병

5. 신체상태: 다리 근육통 조금

6. 도로분석: 금일은 기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어제보다는 훨씬 주행하기가 수월했다. 단 '자갈도로' 구간이 종종 있어서 타이어가 여러 번 '긁히면서 미끄러지는 경우'가 대여섯 번 있었다. 그리고 많은 차량들로 인해 조금 신경이 쓰였다.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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