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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동안 우리 친해져요"
ⓒ 이명숙
학교 밖 청소년 27명과 함께 한 진로캠프에는 진한 울림이 있었다.

모든 남자들은 결혼을 두 번 하는 걸로 알았다는 아이, 엄마가 다섯 번 바뀐 아이, 부모의 학대로 쉼터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들 가슴속에 희망이라는 씨앗이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10일 오전 9시 30분 어깨에 등에 자그마한 가방을 맨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아이들을 태운 버스는 신안군 증도면 엘도라도리조트를 향해 출발했다. 버스에서 내려 배를 타고 10여 분 드디어 증도에 도착. 뭘 먹어도 뒤돌아서면 허기질 나이인 아이들은 12시가 가까워지자 배가 고프다고 했다.

낮 12시 30분. 아이들과 함께 꿀맛 같은 점심을 먹고 2시부터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9명씩 한 조가 되어 시작된 프로그램 첫 시간은 친해지는 마당이었다. 짝꿍을 알아가는 시간, 게임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으며 단체생활의 중요성을 터득해 갔다.

자기이해를 통해 앞으로 가장 잘하고 싶은 것, 가장 잘하는 운동, 가장 잘하는 공부, 잘하는 놀이, 잘하는 노래, 해 보고 싶은 일들을 써서 공유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두 시간 가량 프로그램이 끝나고 물놀이 시간. 8월의 따가운 햇살도 아이들에게는 장애가 되지 않았다.

프로그램은 저녁식사 후에도 이어졌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할 일도 많은 이팔청춘 춘향이의 고민을 해결해 줄 직업을 찾아 떠나는 여행시간.

▲ "춘향이의 고민을 해결해 주세요"
ⓒ 이명숙
춘향이의 고민목록을 토대로 고민을 해결해 줄 직업을 조별 활동을 통해 찾아보고 발표를 하는데 노래방 도우미, 삐끼, 제비도 들어 있었다. 그것을 보고 직업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진행했던 김소영 직업상담원이 물었다.

"여러분, 노래방 도우미, 삐끼, 제비도 직업일까요?"

아이들이 답한다. "직업이죠. 돈을 벌잖아요." 돈을 벌기 때문에 직업이라는 것이었다.

"직업이라고 하는 것은 세 가지 조건이 충족이 되어야 해요. 첫째, 근로를 제공하고 돈을 받는 것, 둘째 지속성이 있는 것…"

여기까지 말을 하자,

"노래방 도우미도 두 가지 다 해당이 되잖아요."

아이들이 말했다.

"세번째가 있어요. 사회적으로 그 직업이 정당하다고 용인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해요."

그제야 아이들은 왜 노래방 도우미, 삐끼, 제비가 직업이 아닌 지 이해가 간다는 표정이었다.

▲ "직업이 이렇게 많아요"
ⓒ 이명숙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활동을 통해 직업에 대한 의미를 터득해 가고 있었다. 진로선택을 위한 합리적 의사결정시간에는 사막에서 살아남기 상황지시문이 아이들에게 주어졌다.

몇 가지 물건을 챙겨 가지고 나갈 수 있을지 모르는 다급한 상황에서 무엇을 가장 먼저 가지고 나갈 것인가? 개인 연구를 통해 생존을 위해 중요한 순서에 따라 1~15위까지 우선순위를 정한 후 팀별 토의를 거쳐 구성원간의 완전한 합의에 따라 팀 순위를 결정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그 결과를 토대로 합리적 유형, 직관적 유형, 의존적 유형에 대한 의사결정 유형을 알아보고 직업선택에 있어서는 합리적 의사결정방식을 따르는 것이 실패확률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아가게 되었다.

이 외에도 갯벌체험 활동, 사업체 현장 방문, 고용지원센터 견학을 통해 막막하기만 했던 직업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통제, 규칙, 규범이 싫어 학교를 떠났는데 여기까지 와서 각본대로 따라야 하냐고 했던 아이들이 프로그램이 끝나고 는 이렇게 말했다.

"공동체는 힘들어요. 하지만 개인만의 의사대로 행동하면 공동체의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에 어떤 경우나 상황에 있어서 공동체는 개인보다 단체를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배웠어요. 때로는 개인의 잘못이 단체의 피해로 번질 수 도 있기 때문이에요."

"캠프를 다녀와서 배우고 느낀 점은 일단 오랜만에 단체생활을 해 봐서 좋았다는 것입니다. 단체생활을 하면서 규칙과 질서를 잘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더 잘해야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 같은 청소년을 위한 단체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이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정말 좋았습니다."

"협동하면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유익하면서도 보람찬 시간이었고 우리도 하면 된다는 것을 느꼈어요.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이번 캠프를 통해 알았어요."

1박 2일 동안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규칙적인 활동들을 통해 스스로 공동체 생활의 중요성을 깨달아간 것이다.

"이번 캠프를 통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작은 희망을 갖게 되었다. 1박 2일 동안 순간순간이 재미있었고 끝나는 시간이 아쉽기만 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았어요. 하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없게 돼요. 자기계발을 하고 노력하면 나도 좋은 직업을 갖게 될 거에요."

"10분 더 공부하면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어요."

또 직업에 대한 희망도 갖게 됐다.

▲ 갯벌체험. 신이 난 아이들.
ⓒ 이명숙
광주시 청소년상담지원센터 이성 상담원은 "학교밖 청소년들을 상담할 때는 진로상담과 비행 상담이 병행되어야 한다"며 "학교 밖 청소년들은 가족갈등, 학교부적응, 가출, 비행, 음주 등 종합병원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진로문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 하기 때문에 자신들과 같은 학교 밖 청소년들의 조그마한 성공경험하나만 있어도 꿈을 갖게 되고 특히 이들을 상담할 때는 상담기법을 적용하기 보다는 믿어주고 의지를 해도 될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 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센터의 박병훈 사무국장은 경제적인 지원과 학업지원을 꼽았다.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특히 내 자녀를 잘 키우려면 내 자녀의 친구를 잘 키워야 합니다. 자녀교육을 잘 하고 싶다면 소외되고 어려운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 그것이 바로 내 아이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고 내 아이를 잘 키우는 것입니다."

김소영 직업상담원은 진로캠프를 끝낸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관심을 가져준 사람들이 이처럼 많은 줄 몰랐다는 아이들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찡했어요.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2일 동안 함께 하면서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순수한 모습과 착한 심성을 발견했고 아이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편견이나 오해가 얼마나 심한 지 알게 되었어요.

이 아이들이 학교 밖 청소년이 된 것은 이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소외되어 있는 이 아이들이 밝고 활기차게 우리 사회의 주인이 될 수 있게 직업상담원인 우리들이 할 일이 참 많구나라는 소명의식 같은 것을 느꼈어요. 이 아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진로지도 그것이 중요해요. 그래야 이 아이들도 미래에 대한 꿈을 꿀 수 있죠."

아이들에게 직업에 대한 목표와 희망을 갖게 해 주고 싶다는 김 상담원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이들을 위한 진로지도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내 아이를 잘 키우려면 또래집단인 아이의 친구에게도 후원과 관심을 갖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 미래의 주역이 될 그들을 위한 지속적인 진로지도 그것이 기성세대인 우리들이 몫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국정브리핑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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