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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사뿐 아니라 은행들도 적극 나서 적립식펀드를 판매하고 있지만 고객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곳은 찾기 힘들다.(자료사진)
ⓒ 각 기관 보도자료
[사례] 20대 후반 직장 여성인 김아무개씨는 맞벌이 신혼부부다. 아직 아이도 없고 출산 전까지 최대한 저축하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월급 150만원을 저축에 묶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막상 저축을 하자니 이자가 성에 안 차서 최근 유행하는 펀드에 가입해볼 생각으로 증권사를 찾았다.

처음 펀드에 가입하는 거라 어떤 펀드에 가입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저축 금액을 다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옳은지도 판단이 서지 않아서 창구 직원에게 상담을 받고 싶었다. 일단 지점에 들어가서 눈에 띄는 창구 남자 직원에게 문의하였다.

"저 펀드 좀 가입하려고 왔는데요."

그 남자직원은 하던 일이 바쁜지 단말기만 쳐다보며 대답했다.

"요즘 국내 펀드 가입할 거 별로 없어요. 해외펀드에 가입하시죠? 얼마나 가입하실 건데요?"

느닷없는 직원의 태도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어디선가 펀드를 하더라도 분산투자하란 말이 생각나 그런 맥락이려니 했다. 그러면서도 왠지 잘 모르는 것을 들키면 적당한 서비스를 못 받고 쫓겨나올 것 같은 조급한 마음에 "매월 150만원 정도 투자하려고 하는데요" 하고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 남자 직원은 김씨가 이미 펀드에 대한 기본 정보는 알고 왔다고 생각했는지 "100만원은 '친디아' 등 해외펀드에 가입하시고 나머지는 국내 펀드에 가입하세요"란 말과 함께 가입설계서를 바로 꺼내 김씨에게 내밀었다. 김씨는 불안한 마음을 뒤로 하고 쭈뼛쭈뼛 직원이 동그라미 치며 가리키는 곳에 개인정보를 기입하고 사인을 하고 돌아 나왔다.

매월 150만원씩 김씨의 한 달 월급이 고스란히 빠져나가고 있는 펀드통장만 보면 기분이 불쾌해진다. 왠지 무식한 아줌마 취급받은 것 같은 생각에 은근히 자존심마저 상해 원금까지 까먹고 있는데도 다시 그 직원을 찾아 그 상품을 왜 추천했는지 따져묻기도 어렵다.


펀드는 공부하고 가입해야 하는 건가요?

요즘 펀드에 한두 개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펀드는 저축상품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본인이 가입한 펀드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어떤 유형의 펀드를, 어떻게 이용해야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지도 모르고 가입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렇다면 펀드에 대해 공부도 안 하고 무턱대고 가입하는 사람이 문제일까?

가장 좋은 것은 물론 펀드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을 사전에 공부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시중에 나와있는 펀드 관련 서적들을 뒤져보면 대부분 너무 어렵고 딱딱하다. 재테크 사이트들을 뒤져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정보를 검색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모를까 너무 많은 정보가 컴퓨터 화면 가득 있는 것 자체가 겁부터 나기 딱 좋은 것이다. 그래서 좀 더 친절하고 쉽게 펀드에 대한 기본 지식을 알려주고 더불어 펀드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좋은 정보가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금융서비스가 절실하다.

이런 금융서비스는 펀드상품 안에 이미 충분히 제공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것이 바로 '판매보수'와 '판매수수료'다. 대개 펀드가 투자원금과 이익의 2% 가량을 판매수수료로 책정하고 있다.

그 판매수수료는 그저 팔아줘서 고마워 지불하는 비용이 아니다. 가입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편리한 가입절차 서비스, 사후 펀드의 투자 실적이나 방향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는데 쓰여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가 스스로 알아서 펀드에 대해 공부하고 나서야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라면 이런 수수료는 애초 설정되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오히려 판매자가 펀드를 잘 모르고 관심만 있는 고객에게, 그 관심을 투자행동으로 옮기도록 친절하게 설명하고 투자손실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모르던 것을 알게 하고 알게 된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가입의사 결정을 유도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 한 증권사의 적립식 펀드 통장.(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김연기

서비스 받을 권리, 이미 다 지불했는데...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는 머리 싸매고 힘들게 펀드를 운용하니까 운용보수를 받는다 치자.

그렇다면 머리 싸매지도 않고 고민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친절하거나 전문적이지도 않은 판매사 직원들은 왜 판매수수료와 판매보수를 받는 걸까? 더군다나 총펀드보수(수수료 포함) 중에는 판매수수료와 판매보수 비중이 다른 비용보다 월등히 높다.

여기서 참고로 판매보수와 판매수수료의 차이를 잠깐 짚고 넘어가자. 판매수수료는 펀드 구매시 가입자가 선취로 지불하는 1회성 비용이며, 판매보수는 펀드가 운용되는 동안 지속적인 관리에 대한 서비스의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이다.

한 마디로 가입 때 최대한 친절하고 전문적인 설명은 물론이고 가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를 받기 위한 비용이 펀드 상품 안에 이미 포함된 것이다.

그렇다면 김씨를 상대한 남자 직원은 물론이거니와 많은 판매사 직원들이 과연 돈 받는 대가로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을까? 그나마 고객을 무성의하게 대하지 않고 상품에 대해 전문적이지는 못해도 친절하기만 하다면 다행인 것이 가입자들이 느끼는 현실이다.

수수료 비싸도 좋다, 서비스만 좋다면...

그러나 이제 돈 낸 만큼 당당히 요구하자. 즉, 펀드 가입 시 자세한 상품내용과 투자유의사항에 대한 설명은 물론이고 가입 후에도 대상펀드의 운용현황에 대해 자세한 사후관리를 진행해 주는 대가를 이미 내고 있으니 돈 받은 만큼 하라고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펀드수수료와 보수에 대해 비싸다는 여론이 대두하고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펀내모(펀드수수료 내리기 모임)'까지 결성되고 있다.

펀드 보수나 수수료가 높고 낮은 것은 둘째 문제다. 보수나 수수료가 높으면 그에 상응하는 질 좋은 서비스를 판매사가 제공하고, 고객이 만족하여 그에 걸맞은 보수나 수수료를 기꺼이 지급하겠다고 하면 해당 판매사나 직원은 높은 보수나 수수료를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보수나 수수료가 고객의 의사와 무관한 일방적인 거래의 성격이 강하며 (상거래시 '갑'과 '을'의 관계처럼) 상품 제공자의 입장에서 결정되고 가입자는 돈을 지불하지만 지불한 만큼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도 점차 현명해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펀내모'처럼 무조건 수수료를 내리는 것이 정답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전문성을 겸비한 질 좋은 서비스와 확실한 고객관리를 해주는 대가로 받는 적절한 판매보수는 바람직하다. 일례로 미국에서 발달한 사모펀드의 성과보수는 대단하다. 그만큼 실력으로 승부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것이다.

운용사는 현명한 소비자들이 펀드의 운용실적으로 심판할 수 있다. 하지만 판매와 관련된 보수와 수수료는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방법은 이미 결정되어 있는 수수료가 얼마인지 따져보고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당당히 요구하는 것밖에 없다.

비용 내는 만큼 깐깐해지는 소비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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