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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츠 마야 선생(아마미 유키)
아쿠츠 마야 선생(아마미 유키) ⓒ NTV 영상 캡처
인생의 행복은 무엇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의 많음이 곧 명예이자 성공한 삶일 것이다.

다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인생의 행복은 각자 다르다'는 일본 드라마 <여왕의 교실> 주인공 칸다의 말처럼 우리가 저마다의 행복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싸워야 한다. 가족간의 화목,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친구들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세상의 벽이라는 존재들과 싸워 이겨내야 비로써 행복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05년 니혼TV에서 제작한 일본드라마 <여왕의 교실>은 일본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직설적으로 토해내고 있다.

평성초등학교 6학년 3반의 담임으로 부임한 아쿠츠 마야(아마미 유키)선생은 아이들에게 '일본 사회는 상위 6%만을 위해 존재'한다고 역설한다.

100명 중 단 6명만이 행복을 누린다. 나머지 94명은 힘든 노동을 하지만 값비싼 노동의 열매는 전혀 달콤하지 않다. 사회는 이들 94명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 상위 6명만을 위해 존재하는 불평등한 세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불평 불만 가득한 94명은 값비싼 세금을 물려가며 이겨내기 힘든 하루 하루를 살 것이고 이와 반대로 6명은 많은 특혜, 혜택을 받으며 특별한 삶을 살 수 있다.

극중 마야는 말한다. "이들 6명은 저들 94명이 지금 이대로 아무 생각없이 멍청하게 일만하길 바란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복종하고 권력에 복종 할 것이며 전쟁이 나면 전쟁터에 끌려가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어찌 보면 순수한 아이들에게서 마야선생의 교육철학은 참으로 냉혹해 보인다. 일본에서도 <여왕의 교실> 방영 당시, 부모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는 논란 많은 작품이었다. 한국에서는 MBC무비스에서 방영하고 있으며 지난 1월에 방영한 이후 지금 현재 재방영중이다. 다행이라면 한국에서는 공중파가 아닌 상대적으로 파급효과가 적은 케이블채널에서 방영하기에 일본 사회와 같은 거센 논란이 번지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드라마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 여부를 떠나서 분명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훌륭한 작품이 <여왕의 교실>이며 곧 아쿠츠 마야라는 선생의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여왕의 교실>에서 무한의 카리스마를 뿜어대고 있는 마야 선생.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감정이 없는 냉혹한 인간이다. 6학년 3반 담임으로서 아이들에게 한치의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웃음조차 보이지 않는다.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검은 정장을 고수하며 창백한 화장을 통해서 마치 저승사자를 보듯한다. 이 저승사자와 같은 마야선생은 6학년 3반 아이들에게 매주 월요일 시험과 그 결과를 통해서 일종의 패배자를 만들어 낸다.

3반 총 24명의 아이들 중 꼴찌 두 명은 학교내의 화장실 청소 교실 청소, 급식당번 등의 허드렛일 담당이 되는 것이다.

또 마야 선생은 아이들에게 시간개념을 철저히 지킬 것을 요구하며 어리광 따위는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이를테면 수업시간에 화장실을 간다는 건 곧 교칙위반이자, 선생에 대한 '반항'으로 간주한다.

칸다 카즈미(시다 미라이, 왼쪽)와 마나베 유스케(마츠카와 나루키)
칸다 카즈미(시다 미라이, 왼쪽)와 마나베 유스케(마츠카와 나루키) ⓒ NTV 영상 캡처
쉬는 시간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자기 자신의 몸 단정 정도는 상위 6%가 되기 위한 기본조건인 것이다. 또 콩을 먹지 않는 아이 우유를 싫어하는 아이 등의 편식조차 용납 못한다. 6학 년 3반 아이들은 당연히 마야 선생의 이같은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이중 칸다 카즈미(시다 미라이) 소녀는 마야에 반기를 드는 아이 중 으뜸일 것이다.

그리고 칸다의 신념과 동글동글한 성격을 좋아하는 마나베 유스케(마츠카와 나루키), 칸다의 진심을 이해한 신도 히카루(후쿠다 마유코), 친구가 필요했던 바바 히사코(나가이 안즈)가 칸다의 뒤를 따르게 된다.

아직은 친구들과 초등학교의 마지막 학년을 소중한 추억 등으로 채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이상주의자 칸다. 당연히 현실주의자 마야로부터 칸다는 소위 왕따를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마야는 칸다에게 현실의 냉혹함을 알려준다. 그 냉혹함의 정도는 이 드라마를 통해서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냉혹함의 정도 중 칸다가 믿었던 친구로부터 배신을 당하는 일은 참으로 견뎌내기에 힘든 시험이 아니었을까 한다.

완벽한 현실이론과 실천으로 중무장한 마야선생은 학생들로부터 넘을 수 없는 벽이다. 결국 학생들은 이에 수긍할 수밖에 없는 위치로 남는 것이다.

학교라는 작은 울타리 안에서 시험으로 학생신분의 등급을 결정하는 마야 선생의 교육철학은 분명 현실에서 많은 문제점이 따를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반대급부가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만 눈을 뜨지 그래" -마야 선생의 대사 중에서

오히려 이 반대급부라는 것이 바로 <여왕의 교실>에서 마야선생이 원했던 진정한 이상 아니었을까.

분명 상위 6%가 일본사회를 이끌고 가는 현실에서 인생의 성공이나 행복의 조건은 공부와 입시의 반복을 통해서 엘리트코스를 밟아야 한다는 답은 맞다.

하지만 그것은 '초등학생의 신분에서 당장 해야 하는 것, 할 수밖에 없는 건 공부'일 뿐이라는 극중 마야선생의 말처럼 현재의 상황에 충실하라는 뜻으로 되풀이된다.

현실의 나약한 아이들 및 청소년들에게서 진심과 열정이 있다면, 장차 무엇이 되던 이와 같은 상위 6%의 수치가 곧 행복 직결이라는 냉혹한 현실의 장벽 따위는 쉽게 부수어 드릴 수 있을 것이다.

그 진심이라는 것이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꿈에 대한 진실의 마음이 담긴 노력이라면 참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열정이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꿈에 대한 노력이 뒷받침된 열정이라면 참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야 선생의 과거 모습. 악마 선생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일을 이야기로 다룬 <여왕의 교실 - 스페셜>에서의 한 장면
마야 선생의 과거 모습. 악마 선생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일을 이야기로 다룬 <여왕의 교실 - 스페셜>에서의 한 장면 ⓒ NTV영상 캡처
얼마 전 일본사회를 충격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사건을 기억해볼까.

지난 8월 30일, 국내 언론에 따르면 홋카이도의 한 고등학생(16)이 중학교 동창생 친구에게 30만엔(240만원)을 주고 친어미니(46)를 청부살해하도록 지시했다. 그의 어머니는 흉기에 몸 곳곳이 난자되어 숨졌다. 덧붙여 '일본은 지난 한해에만 10대 소년의 부모 살해 및 살인미수 사건이 17이나 발생했다'고 국내 언론은 보도한 바 있다. 일본 공교육이 얼마나 무너져 내려 앉아있는 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또 한 가지를 말해볼까. 일본의 학원물 드라마를 자주 접하다 보면 좀처럼 납득하지 못할 부분들이 많이 나온다. 선생에게 반말을 한다거나 선생의 호칭 대신 이름만 부른다거나 더 나아가 선생의 멱살을 잡고서 폭력을 행사한다. 선생의 권위가 갈기갈기 부서져 내려앉은 일본의 공교육 현실을 잘 말해주는 증거다.

<여왕의 교실 >에서 마야선생은 극중 6학년 3반 초등학생들에게 예방접종을 놓아준 셈이다. 그것도 주사바늘이 보통의 주사바늘보다 몹시 큰, 쓰라린 예방접종이다.

이 예방접종은 우리의 아이들에게서 일본사회의 현실을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며 결국 스스로 헤쳐 나게끔 만드는 약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일본사회 뿐만이 아닌 우리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비단 아이들뿐만이 아닌, 우리사회의 청년들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일일 것이다. '자신의 인생정도는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마야선생의 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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