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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양국이 대결의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가슴을 졸이지 않을 수 없는 '위험한 게임'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북한 중 어느 쪽이 문제의 주범일까? 동북아 평화를 저해하는 요인은 미국과 북한 중 어느 쪽에서 나오는 것일까? 금지된 '에덴의 실과'를 따먹음으로써 동북아 평화를 저해한 '원죄'는 대체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1945년 이후 현대 동북아 국제질서에서 누가 원죄를 범했던가와 관련하여 다음 3가지를 판단 기준으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1945년 이전까지 홀로 동북아의 원죄를 지고 있었던 일본과 관련하여 북·미 양국이 각각 어떠한 태도를 보였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전범 일본을 단죄했는가 아니면 전범 일본을 두둔했는가 하는 점은 양국이 동북아에 대해 어떤 인식을 하고 있는가를 알려 주는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북·미 양국은 서로 상반된 태도를 보여 주었다. 북한은 1945년 이후 일본을 단죄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를 통해 일본에 결정타를 날리긴 했지만, 미국은 1945년 10월 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미국의 대일정책에 대한 권고'라는 문서를 채택한 이후 일본을 패전국이 아닌 동맹국으로 대우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후 미국은 일본에 자국의 역내 대리인 역할을 맡김으로써 전범 일본을 두둔하는 역사적 범죄를 저질렀다. 미국은 일본을 적극 두둔함으로써 일본의 원죄를 그대로 소중히 보존하는 죄악을 저질렀다. 1945년 이전에 원죄를 저지른 일본은 미국의 비호에 힘입어, 1945년 이후에도 과거의 원죄를 안은 채로 여전히 '에덴동산'에서 '각종 나무의 실과'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하나님(역사 법칙)은 아담(일본)에게 "에덴동산에서 떠나라"고 명하였지만, 사탄(미국)이 중간에서 하나님의 형벌 집행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미국은 죄인 일본을 두둔함으로써 그 자신이 또 다른 죄인이 되고 말았다.
그러므로 일본을 항복시킨 자에게 주는 최고 영예인 MVP를 더는 미국에 부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은 그저 범인을 중간에서 가로채어 자기 집의 머슴으로 부리고 있는 '악질 경찰'일 뿐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범인을 잡은 자가 아니라 범인과 함께 도주한 자에 불과할 뿐이다.
둘째, 동북아에 '핵 공포'를 가져온 주범이 누구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미국은 북한의 핵 능력을 쟁점화하면서 북한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대북 비판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으려면, 미국 자신이 '핵 범죄'에서 자유롭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 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은 '핵 원죄'를 안고 있는 나라다. 왜냐하면, 미국은 1945년 히로시마·나가사키에 2방의 원폭을 투하함으로써 동북아는 물론 인류 최초의 핵 범죄를 저지른 잘못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 이 전쟁에서 패배했다면, 인류는 히틀러에 대한 모든 비난을 핵 범죄자 미국에 돌렸을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자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하지 않은 것을 그나마 천만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이처럼 인류 최초로 핵 범죄를 저지른 미국이 단지 '우범'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북한을 국제적으로 고립·압박하고 있다. 이미 범죄의 기수(旣遂)에 이른 자가 아직 범죄의 미수(未遂)에도 도달하지 않은 자를 도덕적으로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
미국인들이 즐겨 믿는 기독교의 경전에는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요한복음 8장 7절) 하였다. 간음한 여자를 단죄하려 하는 유대인들의 위선을 예수는 그렇게 폭로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북한에 돌을 던질 수 있으려면, 그 자신이 스스로 '죄 없는 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셋째, 어느 나라가 자국의 군사력을 위협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정 국가가 위협적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으려면, 그 나라의 군사력이 대외적으로 분출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동북아에서 어느 국가가 자국의 군사력을 외국에까지 배치하고 있으며, 또 역내 국가들을 끌어들여 위협적인 합동군사훈련을 하고 있을까? 이 점에 관하여는 굳이 자세한 언급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동북아에서 미사일방어(MD)를 운운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할 때 이것은 방어가 아니라 공격이다. 축구 경기에서 공격수가 상대방 문전에서 상대방 수비수를 압박하고 있다면, 그것은 수비가 아니라 공격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전진수비는 전진공격의 또 다른 표현일 것이다. 미국이 카리브해도 아닌 동해에서 북한을 상대로 전진수비를 한다면, 그것은 수비가 아니라 공격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에 비해 북한의 욕심은 기껏해야 '자주국가'가 되겠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거기서 좀 더 나아가 한반도 통일의 주도권을 잡아 보겠다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위협적인 합동군사훈련을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미국 근처에 자국의 군대를 파견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고토 만주를 수복하자'는 목소리도 주로 남한 쪽에서 나오는 말일 뿐이다. 그러므로 북한은 어디까지나 수비에 치중하는 나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북한이 '자위적 선제공격'을 운운하는 것도 자국 방어를 염두에 둔 것일 뿐이다. 선수 11명 전원을 자기 쪽 하프라인 안에 배치한 북한을 과연 공격적인 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처럼 수비에 치중하는 나라와 공격에 치중하는 나라 중에서 어느 나라가 더 위협적인 나라일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자기 문전에서 멀리 떨어진 상대방 문전에까지 와서 MD를 운운하는 미국이 더 위협적인 나라가 아닌가?
만약 북한이 카리브해에서 대미 공격 체제를 구축하면서 "우리는 방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아마 온 세계가 다 웃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미국이 북한 코앞에서 대북 공격 체제를 구축하면서 "우리는 방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도 세상은 감히 이를 비웃지 못하고 있다. 이는 '힘이 곧 선(善)'이기 때문인가?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은 전범 일본을 두둔했다. 또 최초의 핵 전과자다. 또 공격적인 군사 태세를 취하고 있는 나라다. 반면, 북한은 전범 일본을 단죄하고 있다. 또 핵 전과가 없는 나라다. 또 수비 위주의 군사 태세를 취하고 있는 나라다.
그렇다면, 동북아의 원죄는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누가 동북아 평화를 저해하는 원흉인가? '힘없는 자' 대신 '죄지은 자'를 '동북아 동산'에서 추방하는 것만이 정의로운 역사를 여는 단서가 될 것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사라져야 할 폐단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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