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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6일 친구와 부산으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기차 예약을 하기로 했다. 일단 운임이 비싼 KTX와 새마을호는 제외했다. 서울-부산 간 운임이 편도 기준 KTX 4만4800원, 무궁화호 2만4800원으로 무려 2만 원의 가격 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 가격이면 2명분의 왕복운임에서 벌써 8만원의 차이를 보인다. 자갈치시장이나 광안리 회타운에서 근사한 모듬회 한 접시에 술을 곁들여도 남을만한 금액이다. 결국 무궁화호로 예약은 했지만 친구가 극구 반대를 했다. 짧은 여정이다가 보니 돈보다는 시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한가지 방법을 알게됐다.
무궁화호 금액으로 KTX를 탄다?
KTX 동반석을 이용하면 정가에서 37.5%가 할인된 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은 사전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행인원은 나를 포함 단 2명. 동반석 할인은 4인일 경우에 가능하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2명만 더 있다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인터넷 검색창에 'KTX 동반석'으로 검색해봤다.
잠시 후 'KTX카풀'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나는 쾌재를 부르며 작업(?)을 시작했다. 이미 'KTX카풀'이라는 제목의 인터넷 카페들이 아주 많았다. 평소 무궁화호만 타다 보니 이런 알뜰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을 이제야 알아버린 것이다.
우선 카페 검색 후 회원 수가 가장 많은 곳에 가입했다. 그리 어렵지 않은 절차로 가입할 수 있었고(운 좋게도 카페 운영자가 등급심사를 할 시간에 맞춰 가입신청을 한 것 같다) 곧바로 출발할 날짜에 맞는 게시글을 찾아봤다. 정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이용한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날짜의 출발인원을 구하는 글이 몇 개 보였지만 아쉽게도 내가 출발하려고 했던 시간은 찾을 수 없었다.
맞는 시간이 없다면 '주선자'가 되어보자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처음이지만 내가 '주선자'가 되어 보기로 했다. 철도예약 홈페이지에서 열차 시각을 확인한 후 미리 예약하고 2명을 모집하기로 한 것이다.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반나절 만에 동행자를 구하는데 성공! 즉시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다음날 통장에 입금된 것을 확인한 후 결제를 마쳤다. 총 결제금액은 11만2천원으로 1인당 2만8000원인 셈이다. 무궁화호와 불과 3200원의 차이로 부산까지 3시간을 빨리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출발일에 동행자 두 분을 만나 뵙게 되었다. 모두 고향이 부산이라고 하셔서 기분이 좋았다. 이유인즉 각종 관광지와 저렴한 횟집 등의 여행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3시간 동안 열차 안에서 서로 담소를 나누며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어머니 생신이라 부산에 간다는 왕아무개(32)씨는 "1달에 한 번씩 고향에 간다. 갈 때마다 KTX카풀을 이용하는데 주말을 이용하기 때문에 시간상 KTX를 탈 수밖에 없다"면서 "무궁화호 금액으로 고향에 더 빨리 갈 수 있다는 게 정말 매력이다. 더 많은 사람이 카풀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 선입금을 이용한 사기 조심해야
물론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약속만 하고 나오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기차비를 선입금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를 이용해 돈만 받고 잠적해 버리는 사기가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일 때문에 못 가게 되더라도 취소가 어렵다. 동반석은 부분 취소를 할 수 없고 승차권도 1장만 발권 된다.
한명 때문에 나머지 3명의 일정을 취소시킬 수는 없으므로 이럴 경우는 송금금액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함께 갔던 이아무개(28)씨도 "출발날짜에 회사일이 생겨 못 가게 된 적이 있었는데 취소도 못 하고 고스란히 돈만 날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동반석을 이용하면서 할인받은 금액이 더 많으니 앞으로도 계속 이용할 생각이다"며 KTX카풀 문화를 좋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카풀카페에서도 가입심사를 강화하고 개인정보를 공개하도록 해 사전에 사기를 방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평소 비싼 가격 때문에 KTX를 외면했다면 카풀을 이용해 보는 건 어떨까? 금전과 시간,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지혜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