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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휘가로의 결혼>은 미니멀한 세트의 빠른 전환을 통해 코믹하고 경쾌한 전개를 보여준다.
발레 <휘가로의 결혼>은 미니멀한 세트의 빠른 전환을 통해 코믹하고 경쾌한 전개를 보여준다. ⓒ 김기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인 2006년 연초는 갖가지 모차르트 관련 공연으로 가득 찼었다. 우리나라는 좀 덜 한 편이지만, 유럽 쪽의 열기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모차르트 붐이 일었다. 그리고 그 열기는 아직도 유효하다. 그에 대한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의 애정도 각별한데, 그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서울발레시어터(SBT, 단장 김인희)는 오는 8일과 9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모던발레로 해석한 모차르트의 걸작 오페라 <휘가로의 결혼>을 준비했다. 창단 11주년을 맞는 SBT로서는 유년기에서 청년기로 넘어가는 계기가 될 대작이다.

오페라 <휘가로의 결혼>은 전반적으로 불우한 인생을 살았던 모차르트가 그나마 행복하게 살았던 서른 살 때 작곡하여 1876년 빈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그러나 귀족들을 비웃는 이 오페라에 대해 황제는 정치적 불안감을 느낀 나머지 공연을 금지해 빈에서는 불과 아홉 차례 공연만 올리고 막을 내렸다.

흥미로운 것은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와 전후로 줄거리가 이어진다는 점이 있기도 하다. 보오마르셰의 희곡을 기반으로 두 작곡가에 의해서 서로 다른 오페라로 만들어졌다.

30년 정도의 간격을 갖고 있는 두 오페라는 모차르트가 줄거리의 뒷부분을 선택했고, 후대의 작곡가인 로시니는 전편을 나중에 작곡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두 오페라는 음악적으로 상당히 친근감을 느끼게 해준다.

발레 <휘가로의 결혼>의 로지나 역 연은경씨.
발레 <휘가로의 결혼>의 로지나 역 연은경씨. ⓒ 김기
세태에 강한 풍자와 비판의식을 가졌던 모차르트로서는 궁합이 절로 맞는 보오바르셰의 희곡을 통해서 그의 4대 걸작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휘가로의 결혼>을 완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휘가로의 결혼>을 부분적으로 발레화 한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전막 발레로 제작한 것은 세계 최초 시도라는 기록을 더하게 된다. SBT의 상임안무가 제임스 전과 만나는 <휘가로의 결혼>은 원작 오페라와 사뭇 다른 요소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는 모차르트가 나레이터로 무대에 등장한다. 서른 살 모차르트가 <휘가로의 결혼>을 작곡하는 과정 속에 액자소설처럼 <휘가로의 결혼>이 발레로 펼쳐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의 대미는 모차르트의 죽음에 대한 고통스러운 상징으로 마감하게 된다. 그러나 대단원을 빼놓고는 전반적으로 코믹하고 발랄한 춤이 이어진다.

그리고 무용수들이 가끔 대사를 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역시 춤은 몰라도 대사와 연기는 그다지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아리아 대신에 대사를 넣은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그것이 작품에 얼마나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는 의문이다.

안무가 제임스 전은 이 작품을 통해서 전막 발레 하나를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모차르트의 삶에 대한 후대 예술가로서의 공감과 존경을 함께 노리고 있다.

모차르트에 대해서는 마치 영화 아마데우스를 춤으로 보는 듯 극적인 전개와 결말을 보여주고, <휘가로의 결혼>은 원작의 해학에 에로틱과 현대적인 상징들을 통해 현대발레로서 효과들을 적절히 겨냥하고 있다.

모던발레 <휘가로의 결혼>의 대단원. 모차르트의 삶 전반 혹은 줄여서 그의 죽음을 연상케 하는 장면.
모던발레 <휘가로의 결혼>의 대단원. 모차르트의 삶 전반 혹은 줄여서 그의 죽음을 연상케 하는 장면. ⓒ 김기
특히 <휘가로의 결혼>이 아닌 레퀴엠을 배경으로 보일 마지막 장면은 모차르트의 삶에 대한 안타까움이 처절한 상징으로 짙은 인상을 남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다란 끈에 양손을 묶인 모차르트의 마지막 몸부림은 마치 우리나라 진오기굿의 한 장면을 연상할 수 있기도 한 아주 새로운 해석이다.

모차르트 역에 터키출신 발레리노 쿠제이, 모차르트 아내 콘스탄체 역에 조선영, 그리고 <휘가로의 결혼> 속 주역들인 백작 정운식, 백작부인 연은경, 휘가로 정경표, 스잔나 정혜령 등이 열연한다.

덧붙이는 글 | 공연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8일 저녁 8시, 9일 오후 3시, 오후 7시 3차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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