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출국장에서 배까지 운행하는 버스.
출국장에서 배까지 운행하는 버스. ⓒ 안동권
약 3분 뒤 버스는 부두에 정박해 있는 커다란 페리호 앞에 섰다. 드디어 승선. 배정 받은 침대에 짐을 정리해 놓고 갑판으로 나갔다. 인천 항구가 한 눈에 내려다보였다.

2등 침대칸 모습. 깨끗하고 아늑하다
2등 침대칸 모습. 깨끗하고 아늑하다 ⓒ 안동권
6시 30분 정각. 배가 떠났다. 인천항은 조수 간만의 차가 커서 내항과 외항이 수문식 도크로 막혀 있다. 일찍이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서 배웠던 내용이다. 배는 천천히 수문식 도크를 향해 나아갔다. 이 날은 외항과 내항의 수위가 그렇게 차이나지 않았다.

수문식 도크가 보인다.
수문식 도크가 보인다. ⓒ 안동권
20여 분 뒤 배는 천천히 도크 안으로 들어갔다. 배가 완전히 들어가자 뒤쪽의 도크가 닫혔다. 그리고 도크의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도크 안으로 들어가는 배.
도크 안으로 들어가는 배. ⓒ 안동권
배가 도크 안에 들어간 지 30여 분쯤 지나자 바깥쪽 도크가 열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인천 외항으로 배가 나갔다. 서해 낙조를 받으며 배는 중국을 향해 떠났다.

바깥쪽 도크가 열렸다.
바깥쪽 도크가 열렸다. ⓒ 안동권
배 안에는 텔레비전이 있는 작은 휴게실이 있었다. 계속해서 한국 드라마가 나왔다. 드라마 하나가 끝나면 누군가 채널을 돌려 또 다른 드라마를 봤다. 중국으로 가는 동안 계속해서 드라마만 보는 듯했다.

텔레비전이 있는 배 안의 휴게실.
텔레비전이 있는 배 안의 휴게실. ⓒ 안동권
한 쪽에 꽤 큰 식당이 있었다. 이날의 메뉴는 미역국, 우리나라 돈으로 6000원을 받았다. 중국 돈으로도 계산이 가능했다. 중국 돈을 내밀자 직원 능숙하게 환율 계산을 해서 거스름돈을 주었다. 물론 환율은 아주 안 좋았다.

배 뒤 쪽에는 작은 스낵 코너도 있었다. 식사 시간 전후로 잠깐씩 문을 열었는데, 우동과 덮밥 종류를 먹을 수 있었다. 스낵 코너 뒤쪽에는 캔 맥주(1500원)와 끓인 라면(1500원)이 나오는 자판기도 있었다. 그리고 발마사지(1만 원) 코너와 간이 파친코, 노래방, 아이들을 위한 오락실이 있었다. 한쪽에는 작은 목욕탕도 있었다. 탕은 있었지만 물은 없었고, 샤워기만 6~7개 있는 정도였다.

화장실 안에 예전에 보았던 짤순이가 있었다. 그 용도를 짐작키 어려웠는데, 잠시 뒤 침실 복도의 손잡이에 각종 빨래들이 널리기 시작했다. 이 배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에는 일명 보따리 장사들이 많았는데, 그들에게 하룻밤의 배 여행은 생활의 일부인 것 같았다.

화장실에 있는 짤순이. 지금은 참 보기 어려운 것이다.
화장실에 있는 짤순이. 지금은 참 보기 어려운 것이다. ⓒ 안동권
월요일 배를 이용해 중국에 들어가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한 뒤 그날 저녁 다시 배를 타고 인천으로 나간다. 그리고 낮 동안 일을 본 뒤 다시 저녁 배로 중국으로 들어오고…… 그들에게 있어 배는 숙소인 셈이었다.

복도에 널어 놓은 빨래들.
복도에 널어 놓은 빨래들. ⓒ 안동권
배는 칠흑 같은 어둠 속을 계속 달렸고, 갑판에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워낙 배가 크고 바다도 잔잔해 움직임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8시. 중국 웨이하이에 도착했다. 배 위에서 바라본 웨이하이는 산뜻한 도시였다. 붉은 중국식 기와지붕을 한 건물들이 많아 전체적으로 도시는 붉은 빛을 띄었다.

배가 완전히 도착하자 사람들이 선편 복도를 따라 줄을 서기 시작했다. 중국쪽 입국 절차가 느려서인지 배에서 내려 입국장까지 가는 데 1시간이 더 걸렸다. 인천과 마찬가지로 배에서 내려 버스로 입국장까지 갔다.

웨이하이 입국장은 인천 국제터미널 만큼이나 규모가 작았다. 한 쪽에는 중국 비자를 받기 위해 따로 줄을 선 사람들도 있었다. 배를 이용해 중국에 들어가는 사람에게는 선상 비자를 준다.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초청장이 있어야 하는데, 형식상 해운회사에서 승객에게 초청장을 주는 것 같았다.

비자 발급 창구. 직원 간단한 한국말을 할 줄 안다.
비자 발급 창구. 직원 간단한 한국말을 할 줄 안다. ⓒ 안동권
비자 발급에 필요한 것은 배에서 나눠주는 초청장과 미화 20달러, 그리고 사진 한 장이었다. 비자 발급 서류는 배 안에 마련되어 있었고, 20달러는 중국에 도착해 비자를 받기 전에 이민국에 내면 됐다.

비자 발급 서류에 사진을 붙여야 하는데, 사진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이민국에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투의 안내문이 배 안에 있는 게시판에 붙어 있기도 했다. 실제로 비자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보니 누군가 사진이 없는 서류를 내밀었는데, 비자 서류를 접수하던 이민국 직원이 갑자기 즉석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더니 곧바로 비자 서류에 스테이플러로 찍어 붙였다. 사진 비용은 중국 돈 20원(약 2500원)이었다.

비자 발급 절차는 간단했는데, 줄 선 사람들이 워낙 많아 30분도 더 걸렸다. 배가 도착한 뒤 비자 발급 받기까지 1시간 30분이나 걸렸다. 모든 절차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9시 40분이었다. 오랫동안 줄을 섰다는 것 말고는 입국 절차가 너무 간단하고, 밖으로 나와 보니 우리나라 어느 소도시에 온 것 같아 외국에 왔다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내 중국 여행은 시작됐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