넙적바우와 내인(민)바우...
누가 이름을 붙였는지는 모른다. 그것이 중요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애써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옛날부터 그렇게 불리워 왔고, 우리들 역시 그렇게 불렀다.
고향의 산소 벌초를 끝내고 내려오는 길, 길가에 차를 잠시 세우고 어릴적 추억이 고스란히 서린 그 곳을 찾았다. 봄이면 버들강아지를 따 허기진 배를 채우던 곳이다. 햇빛 내리쬐는 더운 여름이면 책 보자기를 바위 위에 벗어던지고 훌렁훌렁 옷을 벗고는 알몸으로 수영을 즐기던 추억의 풀장이다. 오랜 자맥질로 물에 체온을 뺏겨 입술이 새파래지면 달구어진 너럭바위에 벌렁 누워 몸을 데우거나 귓 속에 든 물기를 빼내던 곳이기도 하다.
가끔씩 고향을 찾아 추억을 더듬는 이들의 발걸음을 빼고는 물장구치며 재잘대던 우리가 어렸을 적의 어린 학동들의 모습을 너럭바위 위에서 이제는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다. 마을에는 오직 할머니, 할아버지만 쓸쓸히 고향을 지키고 있을 뿐인 탓이다.
바위와 개울의 모습은 옛날 그대로이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네" 라 노래했던 옛 어른의 마음도 이러했으리라.
이번엔 날씨가 서늘하여 목욕은 생략한 채 발만 담그고는 고향을 뒤 두고 내 삶터로 되돌아 왔다. 내가 사라지더라도 너럭바위는 그대로일 터이다. 하지만 가끔씩 추억을 찾는 발걸음 역시 점차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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