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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씨와 일동씨의 연습게임, 당연히 일동씨가 이겼다
은수씨와 일동씨의 연습게임, 당연히 일동씨가 이겼다 ⓒ 김은희
“어어어~ 이어~언(이런)~”
“오그마안(조금만) 오그마안 … 그어어지!!~(그렇지) ~”

빨간공 파란공이 바닥에 던져질 때면 체육관 여기저기서 아쉬운 탄성 소리가 들린다.

“허엉이 우이것어~ (형이 이겼어) 아시 하에요~(다시 해요)”

시합에서 진 은수 씨가 일동 씨에게 다시 도전 한다. 일동 씨는 보치아 경기에서 알아주는 대표 선수이지만 은수 씨는 이제 선수로 활동한지 일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일동 씨에게 여러 가지 배우고 있는 중이다.

흰 공(표적구)에 가장 가깝게 공을 던지는 사람이 우승하는 보치아 경기는 얼핏 보면 어린시절 운동장에서 놀던 구슬치기와 비슷해 보이지만 보기보다 집중력과 정확성이 요구되는 운동이다.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공을 잡고 정지 자세를 취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치아 경기는 장애인들의 집중력 향상과 심신 안정에 도움을 주는 운동이죠.”

보치아는 세계대회에서 5개의 메달 중 4개를 획득할 만큼 우리나라 강세종목이며, 보치아 선수만도 전국 15,000여명이여서 대표선수로 발탁되기가 가장 치열한 종목이란다. 지금 홀트 선수단들이 경기도 대표로 활약하는 것은 대단한 실력이라며 이용민 담당 선생님의 자랑이 이어졌다.

홀트 보치아 선수단 (좌측부터 최은수, 홍일동, 손경수 선수)
홀트 보치아 선수단 (좌측부터 최은수, 홍일동, 손경수 선수) ⓒ 김은희
사실, 국내 보치아 경기는 1983년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처음 도입하여 전국 뇌성마비복지관으로 확산시켰다고 하니, 이런 자랑이 또 어디 있을까. 이를 반영하듯 2004년 전국보치아대회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홀트 선수단은 각종 대회에서 상위에 입상하고 있다. 이번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보치아 경기도 대표로 손경수씨, 홍일동씨, 최은수씨가 출전한다.

경수씨는 1987년 첫 보치아대회 선수로 보치아 역사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20여 년 동안 각종 대회에 참가하며 메달을 획득했다. 보치아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안정감을 찾게 되었다는 경수 씨는 BC1등급으로 일동 씨와 함께 개인전과 단체전을 뛴다.

일동씨는 공을 던질때 손을 꺾는 것이 주특기이다.
일동씨는 공을 던질때 손을 꺾는 것이 주특기이다. ⓒ 김은희
홀트 선수단의 다크호스(?) 일동씨는 손목 사용이 훌륭한 선수다. 2003년 국가대표선수 선발전에서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러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를 훌륭히 마쳐 다음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란다. 전술이 뛰어난 일동씨는 팀의 주장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경수씨나 일동씨와 달리 은수씨는 선수 경력이 짧다. 은수 씨는 상하반신 사용이 원활하지 않아 홈통(공을 굴려 보내는 긴 나무통)을 이용하여 공을 던지는 BC3등급 선수로 뛴다. 입으로, 때로는 머리로 공을 굴려 흰색 표적구에 공을 맞히는 은수씨의 모습에서 프로를 향한 집념이 엿보였다.

"경기를 앞두고는 실전 연습 뿐 아니라 생활 중에서도 머릿속으로 경기 그림을 그려요. 심지어는 꿈에서도 경기를 하죠. 이번 경기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스럽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보치아를 시작할 때는 경기자체가 즐거웠지만 이제는 상대편 전략을 파악하고 경기흐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경수 씨.

손발사용이 어려운 은수씨는 홈통을 이용, 턱, 머리를 이용해 공을 굴린다
손발사용이 어려운 은수씨는 홈통을 이용, 턱, 머리를 이용해 공을 굴린다 ⓒ 김은희
"신이 주신 재능으로 최선을 다하라!” 톰 행크스의 열연으로 더욱 유명했던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명대사를 홀트 선수단이 이미 실천하고 있었다. 장애에 개의치 않고 꿈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세 사람이 멋져 보이는 하루였다.

덧붙이는 글 | 홀트아동복지회 사보 <홀트소식 9.10월> 게재된 내용입니다. www.hol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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