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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설이 흘러내려 형성된 얼음의 하천, 빙하의 장관.
만년설이 흘러내려 형성된 얼음의 하천, 빙하의 장관. ⓒ 김경화
알래스카 여행의 또다른 매력이라면 빙하 크루즈. 수만년 태고의 얼음벽도 장관이지만, 견고한 정지 영상처럼 보이는 빙벽에서 간간히 무너져내리는 얼음 덩어리의 움직임을 보는 것도 묘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그렇지만, 녹아내리는 빙하가 환경 파괴로 인한 지구 온난화로 인한 것임을 생각하면, 즐기기만도 어려운 심정이다. 알래스카도 기상 이변으로 인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앵커리지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반 정도 달리면 닿는 작은 항구 위티어는 크루즈 투어의 시착점. 배에 오르면 5시간 가량의 탐험이 시작된다. 태고의 얼음 속으로.

높이가 100미터가 넘는 서프라이즈 빙하. 빙하에서 떨어져내리는 얼음 덩어리를 관찰하는 것도 오싹하는 경험이다.
높이가 100미터가 넘는 서프라이즈 빙하. 빙하에서 떨어져내리는 얼음 덩어리를 관찰하는 것도 오싹하는 경험이다. ⓒ 김경화
'서프라이즈 빙하(Surprise glacier)'는 이름이 말해주듯 깜짝 놀랄 정도로 장관의 얼음벽이다. 부서져 내리는 얼음 덩어리가 만들어내는 굉음이 수백미터 떨어져 있는 유람선까지 들려온다.

간혹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떨어져 내릴 경우에는, 그로 인한 파도로 인해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빙벽에 다가갈 수록 바람이 매섭다. 수만년된 빙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다.

빙벽으로 둘러싸인 차가운 물 속에는, 귀여운 얼굴의 해달이 살고 있다. 무리 지어 모여 있기를 좋아하는 해달들은, 한가롭게 배영 중이다. 배 위에 조개를 얹어놓고 깨어먹는 놈들도 있는 모양인데, 먼발치에서 보아도 동글동글한 얼굴이 귀엽다. 자세히 보면, 둥그런 얼굴에 작은 눈, 코, 입, 선명하게 갈라진 인중까지 보인다.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차가운 물이지만, 해달에게는 아늑한 보금자리다.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차가운 물이지만, 해달에게는 아늑한 보금자리다. ⓒ 김경화
해달 뿐 아니다. 차가운 물과 빙벽에서, 편안하게 뒹굴고 있는 바다표범의 자태도 보인다. 바다표범은 멀리에서 태평스럽게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빙하로 둘러싸인 피요르드 해안을 빙 둘러 나오면 어느새 다섯 시간이 지났다. 어느새 시간은 오후 여섯시를 넘어서 저녁으로 접어들고 있는데도, 해는 중천이다.

그렇다. 이곳은 북위 50도 이상인 알래스카. 만추에 느끼는 백야(白夜)의 서정이로다.

빙하 절벽 옆에서 한가로이 노닐고 있는 표범들.
빙하 절벽 옆에서 한가로이 노닐고 있는 표범들. ⓒ 김경화

덧붙이는 글 |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알래스카에 다녀왔습니다. 늦더위와 바쁜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에 충분한 그곳. 알래스카에서 직접 찍은 사진 여행기를 3회에 걸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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