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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올리기 안쓰러워 그림으로 대체했음
사진을 올리기 안쓰러워 그림으로 대체했음 ⓒ 정판수
시골에 사시는 어른들이라도 병마(病魔)의 검은 그림자에서 벗어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걸리는 병의 종류가 문제다. 의학적으로는 어떤 명칭이 붙는지 모르지만 달내마을뿐만 아니라 시골 어른들은 '허리 병'으로 통칭하는 그 병에 걸린 사람이 많다. 그리고 그 허리 병에 걸린 사람을 보면 괜히 안쓰럽다. 그것은 혹독한 노동의 자취이기 때문이다.

시골 어른들의 허리 병을 '훈장'이라고 아름답게 표현한 글을 읽은 적 있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훈장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 표현은 그리 적합한 표현이 아니다. 자신의 몸을 희생으로 자식들을 키우고 가르치고 결혼시킨 면에서 보면 찬란한 훈장일 수 있다. 그러나 ….

그 대가가 너무 참혹하다. 멀리서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꼭 'ㄱ' 자의 형상이 움직이는 것 같다. 오늘 아침에 본 할아버지 내외 말고도 출퇴근길에 차를 몰고 다니다 보면 쉬 눈에 띈다.

어제 아침에도 헌 유모차에 의지하며 길을 가고 있는 할머니를 보았다. 구부러진 허리로 길을 가기엔 너무 힘들어 유모차가 버팀 역할을 하기에 이용한 것이리라. 그 유모차 짐칸에 실린 콩깍지가, 아마 불쏘시개로 쓸 모양이겠지만 더욱 쓸쓸해 보였다.

사진을 올리기 안쓰러워 그림으로 대체했음
사진을 올리기 안쓰러워 그림으로 대체했음 ⓒ 정판수
허리 병이 많은 건 노동의 종류 때문이다. 여자들은 밭에 들어가면 온 종일 허리를 굽힌 채 풀을 뽑아야 하고, 남자들은 지게(지금은 덜하지만)로 무거운 걸 져 나른다. 사람의 몸이란 게 한쪽을 혹사하면 반드시 고장 나게 마련이고….

아픈 그 즉시 치료받았으면 나았을지 모르지만 아파도, 허리가 구부러져도 편안히 누워 요양만 하고 있는 시골 어른들은 없다. 도시 같으면 그냥 뜨끈뜨끈한 방바닥에 등을 지지고 누워 있으면서 며느리나 다른 이들이 해다 주는 밥을 얻어먹는 노인들이 있겠지만, 시골에선 당신이 움직이지 않으면 굶어야 할 판이다.

그뿐이랴, 논밭에 자라는 풀도 그대로 둘 수 없고, 모낼 철이 되면 그냥 앉아 있을 수 없고, 약을 칠 때면 약을 쳐야 하고, 비료를 줄 때면 비료를 줘야 하며, 거둬들일 때면 거둬들여야 한다. 그래도 끝나지 않는다. 거둬들인 그걸 또 말리느라 움직여야 한다. 아파도 누워 있을 수 없다.

떼돈 벌겠다는 것도 아니고, 단지 가족이 먹을 양식을 만들기 위해 피땀 흘린 대가가 고스란히 몸에 나타난다. 그 중의 하나가 허리 병이다. 이 병은 앉아 있으면 편할 듯싶으나 앉아서도 오래 앉아 있지 못한다. 누워 있어야 편할 뿐. 그러나 누워 있을 시간이 없고, 영원히 잠들지 않는 한 몸을 놀려야 하니 그 악순환이 계속돼 허리 병은 낫질 못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고질병이 된 것이다.

오늘 아침 따뜻이 인사를 주고받는 중에 두 분의 환히 웃는 모습 저편에 서린 노동의 흔적을 보아선지 아직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 ‘달내마을 이야기’에 나오는 ‘달내마을’은 경주시 양남면 월천마을을 달 ‘月’과 내 ‘川’으로 우리말로 풀어 썼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이 ‘다래골(다래가 많이 나오는 마을)’ 또는 ‘달내골’로 불리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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