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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인경씨
ⓒ 김영진
"이게 정말 유리 맞아요?"

들어서는 순간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걸려 있는 각종 공예품을 보며 저절로 나오는 탄성이다.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 무원마을 8단지 상가에 위치한 '필&필 공방'. 어느 날인가 유리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만 그 매력에 푹 빠져버린 여자 강인경(38)씨의 작업실이자 매장이 있는 곳이다.

요즘 사람들의 취미에 트랜드가 있다면 바로 '개성'이 아닐까. 무엇인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 그리고 남들보다 무언가 특별한 자기만의 세계를 갖고 싶은 사람들 강인경씨도 그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강씨가 처음 유리공예에 발을 들여 놓은 건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 우연히 마주한 유리공예작품을 보며 디자인을 전공한 자신이 갈 길이라는 무언의 암시를 받았다고 한다. 그야말로 '필'을 느낀 셈이다.

그 길로 유명하다는 유리공방을 물색하기 시작했고, 한때는 유리를 녹이는 특수기법을 배우기 위해 남이섬까지 찾아나서는 등 섭씨 2천도가 넘는 토치의 열기만큼이나 강씨의 유리에 대한 사랑은 뜨거웠다.

'칙∼'하는 소리와 함께 세찬 불줄기를 뿜어내는 불꽃 속에서 달궈지는 투명한 유리막대는 이내 불그레한 불덩이로 엉겨 붙어 작업하는 강씨의 손길을 따라 갖가지 모양으로 다시 태어난다.

유리공예의 세 가지 방법들

'유리'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크리스털'은 유리에 각을 쳐서 기계로 연마해 보석처럼 빛나게 한 것이다. 반면 유리공예에 사용되는 유리는 정제된 유리를 녹여 성형하는 작업이다.

정제된 유리를 녹여 만드는 일이니만큼 빠질 수 없는 것이 불이다. 일단 불로 녹인 유리는 세 가지 방법으로 모양이 만들어진다.

우선 블로잉(blowing). 말 그대로 불어서 완성하는 전통기법이다. 쇠막대에 녹은 유리를 묻혀 비눗방울 불 듯이 불어 컵이나 그릇, 꽃병 등을 만들기 때문에 고도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초보자가 도전하는 방법은 램프워킹(lampworking). 유리를 토치로 녹여 섬세하고 작은 액세서리나 소품을 만들어 내는 작업으로, 보통 일반인들이 하는 유리공예를 말한다.

다음은 슬럼핑(slumping). 유리를 일정한 틀에 넣고 가마에 구워 틀 모양대로 유리가 녹으면 다시 식혀서 모양을 만들어 낸다. 주로 재떨이나 접시를 만들 때 이용하는 방법이다. 유리공예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들은 보통 램프워킹 작업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불이 필수다. 특수한 토치, 버너 등의 가열도구로 유리에 고온의 열을 가해 원하는 형태의 조형물을 만들어낸다. 유리봉을 들고 불 앞에서 작업한다고 해서 램프워킹이라고 부르는데, 보통 반지나 귀고리 등에 사용되는 비즈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비즈를 램프비즈라고 부르는데, 가장 고급스러운 액세서리 재료 중의 하나로 인정받는다고.

▲ 작품들
ⓒ 김영진
유리공예의 진짜(?)매력

유리공예는 주로 작은 유리공예 공방에서부터 배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램프워킹으로 액세서리나 작은 소품을 만들기 시작해서 차츰 유리공예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보통 유리라고 하면 깨지기 쉽고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계신 분이 많은 것 같은데 유리작업을 하다 보면 그 재료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지요"라며 유리를 불에 녹였을 때의 말랑말랑한 느낌은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과 신비함을 더해준다고 한다. 불거나 자르고 하는대로 모양이 달라지는데 그땐 정말 신비한 매력을 더해준다고.

유리공예를 시작한 지 석 달 되었다는 주부 이아무개씨는 요즘 유리공예의 매력에 푹 빠졌다. 주로 일주일에 한 번, 한 번에 3시간 정도의 기본시간을 가지고 1달 4회 기준으로 기본부터 배우기 시작하는데, 만만치 않은 한 달 수강료 30만원도 아깝지 않다.

막내를 유치원에 보내고 유리공방에 들르는 날이면 뭔가 내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것 같아 저절로 콧노래가 나올 지경이다. 아직은 취미반 수준이지만 조금 뒤 기본코스를 끝내면 아예 내친김에 1년 이상 배우는 창업수준의 단계까지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이씨처럼 유리공예를 배우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유리의 매력에 이끌려 배우러 왔다가 아예 전공을 살려 대학원을 진학하거나 유리공방을 차리거나 액세서리를 만들어 판매하는 등 유리공예 전문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고 한다.

강인경씨는 취미반과 창업반을 주로 진행하지만, 자신이 만든 작품을 납품하는데 더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즐겁기 위해선 우선 자신이 작품을 만드는데 열정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유리처럼 맑고 투명한 열정으로

서울 신촌에서 작업실을 가지고 일을 하다가 아파트 단지 내에 공방을 차려 유리공예에 도전해 보고 싶은 주부들과 함께 적어도 유리를 다루는데 있어서는 달인이 되고 싶다는 게 강씨의 소박한 꿈이다. 이곳에서는 개인적으로 배우는 사람들도 있지만 단체 체험행사를 운영하는 등 보다 많은 사람에게 유리의 아름다움을 전해 가고 싶다는 강인경씨. 오늘도 앞치마를 두르고 운동화를 신은 작업복 차림으로 자신의 멋진 인생을 만들기 위해 토치 앞에 앉은 그녀의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이 유리처럼 빛난다.

▲ 작업실
ⓒ 김영진

덧붙이는 글 | 무엇이든지 자기의 길을 가는 사람은 아름답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 그런 여성이 아름다운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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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깍이로 시작한 글쓰기에 첫발을 내딛으며 여러 매체에서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싶어 등록합니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인터넷 조선일보'줌마칼럼을 썼었고 국민일보 독자기자를 커쳐 지금은 일산내일신문 리포터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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