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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카다 항의 터미널 건물
하카다 항의 터미널 건물 ⓒ 김영명
ㄷ시에 사는 친구 L로부터 전화가 왔다. 일본 규수 남단 ‘가고시마’로 여행가지 않겠느냐고 한다. 일본말에 능통한 친구니까 언어소통에는 친구 덕을 보면 되는 데다 ‘온천답사여행’이라는데 내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 친구가 짠 대략적인 일정표를 가지고 예전 관부연락선에 해당되는 쾌속선 코비(kobee)호에 몸을 실었다. 일제시대 밤새워 건너던 바다를 2시간50분만에 일본 하카다(博多)항에 내려놓는다.

일본여행에 비자가 면제된 것이 무엇보다 반갑다. 그리고 출입국시에 제출하던 ‘국내인 출입국신고서’도 없어진 것이 더더욱 좋다. 믿을 수 없는 사회나 국가일수록 제출해야할 서류 조각들이 많은 법이다. 점점 편한 사회가 될 조짐을 세관 심사대에서 발견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시내버스 승강구에 부착된 빨간 정리함(번호표가 나옴)
시내버스 승강구에 부착된 빨간 정리함(번호표가 나옴) ⓒ 김영명
하카다 항의 세관에서는 외국인의 출입국신고서를 받는다. 소지금액을 적는 곳을 공란으로 제출하였더니 일본세관원이 적으라고 요구한다. 여행객의 돈까지 파악해야 할 마땅한 이유가 얼른 생각나지 않는다. 돈 없이 들어와 빌어먹을까 걱정이 되어서일까? 아니면 외화소지 한도액이 있어서 그 초과 금액을 점검하는 걸까.

하카다 항 터미널을 빠져 나온 시간이 12시경, 하카다 역 방면으로 가는 버스(11,19,50번)를 탄다. 시내버스를 타면서 몇 년 전의 실수를 되풀이했다. 그것은 탑승 시 버스승강구의 정리권(整理券)함에서‘번호표’를 뽑아야 하는데 잊어버린 것이다. 차 문이 닫힌 후에는 표가 나오지 않는다.

버스 안 전면에 부착된 요금 전광판(숫자가 표시됨)
버스 안 전면에 부착된 요금 전광판(숫자가 표시됨) ⓒ 김영명
일본 버스의 차비는 대개 후불제다. 탈 때 정리권 함에서 숫자가 적힌 번호표를 뽑아 지니고 있다가, 내릴 때 전면의 ‘요금 전광판’에 표시되는 내 번호에 적힌 요금을 운전수 옆 통에 넣으면 된다. 우리나라와 정반대로 뒷문으로 타고 앞문으로 내린다.

하카다(博多)역에 내릴 때 ‘요금 전광판’을 보니 220엔이다. 번호표를 뽑지 않았지만 운전수가 기억을 했는지 아무 말 없이 내려준다.(후쿠오카에서도 일반 시민들은 수 년 전에 비해 교통카드를 많이 이용하고 있었다)

하카다 역 구내에서 산 일본 초밥 도시락
하카다 역 구내에서 산 일본 초밥 도시락 ⓒ 김영명
우리나라에서는 한번 타면 가까이 가든 멀리 가든 동일요금체계인데 일본은 거리에 따라 달리 지불하는 차등요금체계이다. 어찌 보면 일본의 요금체계는 정의성을 추구한데 비해 요금 지불을 단순화시킨 한국의 동일요금체계는 편의성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어느 것이 더 합리적인지는 판단이 어렵다.

한 가지 더 다른 점은 버스 안에 달린 하차신호기를 보면 일본 버스는 너무 촘촘히 많이 달아 낭비된 느낌이고, 우리나라 버스는 불편할 정도로 너무 띠어 달아 절약이 심한 생각이 든다. 또 일본은 버스 안 곳곳에 ‘머리를 주의하세요’ ‘발 밑을 조심하세요’ 등의 안내 말을 지겹도록 부쳐 놓았는데, 우리나라는 꼭 주의해야 할 곳에도 그런 경고의 말을 찾기가 힘들다. 그것은 두 나라간의 상이한 국민성 때문일까?

환승객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쯔바메(신야스시로 역 플랫폼)
환승객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쯔바메(신야스시로 역 플랫폼) ⓒ 김영명
하카다 역 매표소에서 미리 예매한 JR패스권(5일권)을 제시하고 지정석 표를 받았다. 기차출발시간을 보니 점심 먹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 역구내 매점에서 도시락(¥800)을 샀다. 한국 철도에서 파는 도시락을 생각하고 별 기대를 안 하고 샀지만 짐작한 것보다 먹을 만 했다.

지정석 표에는 하카다 역에서 신야스시로(新八代)역까지의 좌석과 신야스시로 역에서 가고시마쥬오(鹿兒中央)역까지의 좌석이 별도로 기재되어 있다. 신야스시로 역에서 환승해야 한다고 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하카다에서 가고시마까지 신칸센(고속철도)을 건설 중인데 현재로는 신야스시로 역에서 가고시마쥬오 역까지만 완공되었고, 하카다에서 신야스시로까지는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란다. 언제 완공되느냐고 승무원에게 물어보니 5년 후 완공 예정이라는 대답이다.

쯔바메(신칸센) 열차의 내부 모습
쯔바메(신칸센) 열차의 내부 모습 ⓒ 김영명
신야스시로 역에 내리니 같은 플랫폼 맞은편에 신칸센 쯔바메(제비라는 뜻)호가 대기하고 있었다. 지도상으로는 하카다에서 신야스시로까지와 신야스시로에서 가고시마까지의 거리가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걸린 시간은 하카다에서 신야스시로 오는 리레(Relay) 특급열차가 쯔바메보다 1시간 이상 더 걸렸다. 신칸센이 완공되는 5년 후에는 2시간 40분 소요되던 거리가 1시간 30분으로 단축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가고시마현의 시골역인 이부스키 역 건물
가고시마현의 시골역인 이부스키 역 건물 ⓒ 김영명
가고시마쥬오 역에 내리자마자 출구로 나가지 않고 곧바로 JR이브스키철도선(JR指宿枕崎線)의 완만열차로 바꿔 탔다. 완만열차는 우리나라 전동차와 비슷한데 보통 2량을 부쳐 운행한다. 완만이라는 이름은 원맨(one man)이라는 일본식 영어로써 1인의 운전수가 운행하는 열차라는 뜻이다. 이 열차는 우리나라의 완행열차에 해당된다.

열차 안 게시판에 부착된 역명에는 노란색, 파랑색, 초록색의 배경 색이 칠해져 있어서 자세히 보니, 노란색은 역과 역무원이 없는 곳, 파랑색은 역만 있고 역무원이 없는 곳, 초록색은 역무원만 있는 곳이다. 그래서 노란색의 역에 정차할 때는 열차의 모든 문은 폐쇄되고 오직 운전석 옆문만 개방되어 표를 운전수에게 제시해야 내릴 수 있다.

우리 일행이 묵은 이와사키 호텔(객실수:351실)
우리 일행이 묵은 이와사키 호텔(객실수:351실) ⓒ 김영명
이부스키 역까지 가는 도중에 어떤 할머니가 우리 일행이 외국인인줄 짐작한 모양인지, 나를 보고 창문 바깥을 가리키며 뭐라고 한다. 밖을 보니까 삼각형 모양의 산기슭에서 흰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는 광경이 보인다. 친구가 할머니 말귀를 알아듣고는, 저 산이 유명한 사쿠라지마 활화산이란다.

이부스키 역에 내리니 오후 4시 45분, 시내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택시를 잡았다. 이와사키 호텔에서 한국인 종업원을 한 사람 만났다. 한국에서 단체로 여행을 많이 온다고 하는데, 이렇게 개인적으로 찾아온 여행객을 본 것은 자기로서는 처음이라는 것이다.

이부스키 온천의 특징인 스나무시(모래찜질)하는 광경
이부스키 온천의 특징인 스나무시(모래찜질)하는 광경 ⓒ 김영명
이와사키호텔의 스나무시(모래찜질) 온천탕은 바다 해변의 모래밭을 일구어 최고 60명을 한꺼번에 찜질할 수 있는 시설을 해 놓았다. 사람 키 길이로 미리 파 놓은 모래밭에 검은빛을 띤 모래를 삽으로 온 몸 위로 덮어준다.

묵직하게 내리누르는 모래의 중압감, 그리고 바닥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는 금세 얼굴을 땀에 젖게 만든다. 마치 온 몸의 노폐물이 한꺼번에 쑤욱 모래 속으로 빠져나가는 느낌을 준다. 날씨만 흐리지 않았더라면 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들을 헤아리면서 젊은 시절 좋아하던 별자리라도 찾아보는 기회가 되었을 것을….

호텔방에서 바라본 호텔 정원과 바다
호텔방에서 바라본 호텔 정원과 바다 ⓒ 김영명
호텔 실내 온천탕과 그 앞에 딸린 노천탕은 전망이 아주 좋다. 탕 속에서 긴코만의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온천수질은 염화물천(염화나트륨천)으로 수온이 70.0∼84.7℃이다. 신경통, 류마치스, 요통, 뇌졸중 마비, 골절, 갱년기장애, 당뇨, 변비 등에 좋다고 한다.

다음 여행지는 기리시마 온천지로 가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 9. 19 ~ 22 간 일본 가고시마 일원을 자유 여행한 기사입니다. 주로 온천지역을 답사하여 연 3회에 걸쳐 송고할 예정입니다. 2006. 9. 19 ~ 22 간 일본 가고시마 일원을 자유 여행한 기사입니다. 주로 온천지역을 답사하여 3회에 걸쳐 송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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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사키호텔 온천에 관한 자세한 것은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한국의 온천’www.spakorea.pe.kr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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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어난 해: 1942년. 2. 최종학력: 교육대학원 교육심리 전공[교육학 석사]. 3. 최종이력: 고등학교 교감 명퇴. 4. 현재 하는 일: '온천세상' blog.naver.com/uje3 (온천사이트) 운영. 5. 저서: 1권[노을 속의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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