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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가지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
산가지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 ⓒ 안동권

자그마한 동네 공원 한 쪽에 대여섯 살 아이들 네댓 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뭔가 재미난 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진지하다 못해 비장감마저 들게 하는 표정이다.

뭘 하는데 저렇게 표정이 진지할까? 궁금증이 생겨 다가가 보니 한 무더기의 나뭇가지를 쌓아 놓고 하나씩 들어내기 놀이를 하고 있다.

“뭐 하는 거니?”
“산가지 놀이에요?”
“산가지 놀이?”
“네…….”
“그게 뭔대?”
“다른 가지는 안 움직이게 하고 맨 위의 나뭇가지만 집어내야 돼요”

알고 보니 아이들은 노는 것이 아니라 ‘수업 중’이었다.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젊은 엄마 몇 명이 공원 의자에 앉아 아이들이 노는 모양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품앗이 학습 중이었고, 수업의 한 가지로 산가지 놀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품앗이 학습을 하는 엄마들은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대신 이처럼 집 근처 놀이터나 공원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살아 있는 교육을 한다.

산가지 놀이는 아이들의 침착성과 집중력을 키워주던 전통 놀이의 한 가지다. 잔 나무 가지를 흩뜨려 놓은 다음, 순서를 정해 한 아이씩 맨 위의 가지를 들어올리는 것인데 이때 다른 나뭇가지는 절대 움직이게 하면 안 된다. 만약 다른 나뭇가지를 건들이면 차례가 다음 아이에게 넘어간다. 그렇게 해서 가장 많은 나뭇가지를 갖게 된 아이가 이기는 방식이다.

먼저 나뭇가지들을 아주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비슷비슷한 색깔의 나뭇가지들이 불규칙하게 얽혀 있는 가운데 맨 위에 있는 가지를 찾아내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산만하고 집중력이 약한 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맨 위에 있는 가지를 찾았다고 해서 쉽게 들어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조금만 부주의하게 들어올리면 밑에 있는 나뭇가지도 쉽게 흔들리고 만다. 그러므로 나뭇가지를 집어 올릴 때는 숨을 멈추고 무척 침착해야 한다. 이때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강한 집중력과 세심한 손동작이다. 산가지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못해 사뭇 비장한 느낌마저 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들 가운데는 땀을 흘리는 경우도 있다.

품앗이 학습을 하는 엄마들은 산만한 아이들에게 관찰력과 침착성, 집중력을 키워주는데 산가지 놀이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싫어하는 것을 강제로 하게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은 그저 동무들과 재미있게 놀뿐이고, 그 가운데 자연스럽게 세심한 손놀림과 집중력을 갖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는 계절이다. 놀다가 지친 아이들과 잠깐 시간을 내어 머리를 맞대고 산가지 놀이를 해 보면 어떨까? 덤벙거리지 말라고 수없이 잔소리를 하는 것보다 한 번 산가지 놀이를 하는 것이 아이에게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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