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연상하면 광대한 대륙, 드넓은 해안, 시드니의 도회적인 풍경 등의 이미지가 쉽게 떠올린다. 록스 광장(Rocks Square)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시드니의 이미지, 즉 아름다운 바다, 오페라하우스, 하버 브리지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주는 곳이다.
'Rocks'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험한 바위지형 위에 세워진 시드니 최초의 정착촌이다. 1788년 필립총독의 지휘 아래 서큘러 키에 닻을 내린 함대는 죄수들을 동원하여 이곳에서 돌을 깎고, 암반을 뚫어 바위 위에 정착촌을 세웠던 것이다. 지금은 평화롭지만 죄수들의 유형지로, 죄수들의 개척지로 시작된 호주의 근대사가 숨결이 남아 있는 곳이다.
죄수들의 정착촌으로 출발했던 탓에 과거에는 더럽고, 난폭한 슬럼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잘 정비된 관광명소가 되었다. 고풍스러운 건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소규모이지만 전통 있는 레스토랑과 펍이 길가에 여럿 있다. 시드니에서 가장 오래된 집으로 알려진 캐드만의 오두막 역시 록스 광장에 있다.
록스 광장은 되도록 주말에 둘러봐야 한다. 주말마다 대규모 시장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시드니 중심가에서부터 이어지는 조지 스트릿(George St) 중심으로 들어서는 록스 주말시장에는 온갖 수공예품과 거리의 악사들이 벌이는 공연을 볼 수 있다.
서울의 인사동과 대학로가 합쳐진 느낌이랄까….왠지 바가지요금을 받을 것 같지 않은 식당과 수공예품 상인들, 그리고 오랜 전통 건축물까지 어우러져 수려한 풍광만을 기억하는 시드니 여정에서 전혀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서울의 인사동이라고 부를 만 한 록스 광장에는 크게 두 가지의 볼거리가 있다. 그 하나가 주말시장이며, 또 다른 하나는 옛 정취가 묻어나는 건축물과 거기에 자리 잡은 식당들이다.
주말시장에서는 뭐 이런 걸 다 만들었을까 싶은 수공예품이 등장한다. 스푼과 포크로 만들어진 공예품, 앙증맞은 인형에서부터 대량생산하지 않는 수공예 초콜릿, 향료 등 굳이 지갑을 열지 않더라도 눈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대량생산과 최신식, 첨단시설…. 꼭 이런 것들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곳곳에서 스윙 재즈와 팝을 연주하는 선량해 보이는 악사들의 공연을 즐길 수 있고, 예술적 성취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성이 오롯이 깃든 작고 귀여운 수공예품을 구경할 수 있는 록스 광장. 단지 그들은 자신이 연주하는 것을, 자신이 만드는 것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다.
떠들썩한 주말시장을 다 둘러보고 식사 시간이 되었다면 야트막한 언덕길 옆으로 들어선 식당으로 간다. 친구들과 여럿 어울려 간다면 펍에 들려 점심 식사와 함께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더없이 흥겨운 자리를 만들 수 있다.
혹시 기회가 된다면 옥수수 버터구이를 사 먹어 본다. 조금 출출하다 싶을 때 먹어 본 옥수수 버터구이는 정말 일품이었다. 레바논계로 보이는 가족들이 파는 옥수수였는데, 달콤하고 구수한 옥수수 맛에 후추의 매콤한 맛과 소금의 짭짤한 맛까지 곁들어져 시드니에서 먹어 본 음식 중에 최고였다. 값은 단돈 2달러였다.
| | 록스 광장 가는 길 | | | |
| | ▲ 록스 광장은 하버 브리지 남단 아래에 있다. | ⓒ이현상 | 록스 광장은 하버 브리지의 남단 아래, 서큘러 키의 왼쪽에 위치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시티레일 역은 서큘러 키 역이지만, 좀더 많은 노선의 시티레일이 정차하는 타운홀에서 내려 걸어가도 된다. 시드니 중심가에서 걸어서 15분 내외면 닿을 수 있다. 이전 기사에서 보타닉 가든과 오페라하우스, 서큘러 키를 소개했는데 록스 광장까지 묶어 하루 동안에 걸어서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 이현상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