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고 또 건넜다. 그렇게 100여명이 바다를 건넜다. 이 과정에서 먼저 바다를 건너온 농민이 화를 참지 못하고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바다를 건너온 힘없는 농민을 방패와 곤봉으로 구타했다. 온통 콘크리트인 방파제에서 경찰의 곤봉과 방패에 맞은 농민은 힘없이 쓰러졌다.
바다를 헤엄쳐 건넌 농민들은 다시 바다로 걸어갔다. 경찰들은 못갈 것이라고 한 암석 투성이인 바다를 구두와 운동화를 신은 채로 걸어갔다.
농민들은 전사를 떠올리게 했다. 물을 만나면 헤엄치고, 바위를 만나면 맨 손으로 기어올랐다. 그들은 '안 되는 게 어딨니' 하는 유행어를 연상하게 해 주었다.
이렇게 농민들은 하얏트호텔이 보이는 중문해수욕장에서 때아닌 해수욕을 하게 되었다.
첫눈이 내렸다는 이 날, 바다에 뛰어든 농민들은 추위와 싸우며 '농민가'를 부르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우리가 주인이다. 미국놈 물러가라" "DOWN DOWN FTA"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바다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호텔을 바로 앞에다 두고 가지 못하는 현실에 흥분한 여성농민은 울분을 토했다. 바다를 헤엄쳐 건넜고, 바위를 건너뛰었는데…. 바다보다도, 바위보다도 약한 존재인 인간 방패에 막혀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리 울어도 아무리 악을 써도, 태양은 노을을 만들며 서쪽 하늘로 넘어갔고, 파도는 소리만 내며 밀려왔다가 다시 밀려 갔다.
이 세상에서 약한 존재는 여자라고 하는데…. 아니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다고 하는데….
덧붙이는 글 | 경찰들은 시민들이 FTA 관련 구호가 적혀 있거나, 관련 내용이 있는 유인물 같은 것을 들고 있으면 저지를 하였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는 더 나은 활동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FTA 반대 팸플릿이나 리본 등을 숨기고 다녀야 했다.
시위대가 바다를 건너와 하얏트 호텔로 가지 못하자, 흥분한 여성은 사진을 찍는 내게도 울분을 토했다. 어쩌면 경찰이 채증을 하는 것으로 오해를 했던 것 같다.
나는 그 여성 농민의 동료인 듯한 사람에게 안주머니에 넣어 두고 다니는 FTA 반대 구호가 적힌 팸플릿과 리본 등을 보여주며 말했다.
"독립운동할 때 태극기를 숨기며 다니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뭡니까?"
얼떨결에 나온 말이었다. 그런데 기사를 쓰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제2의 을사늑약이라고까지 말하는 그런 협정을 체결하려고 하니 독립운동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