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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파리 아래 숨어 수줍은 듯 웃고 있는 아욱꽃
이파리 아래 숨어 수줍은 듯 웃고 있는 아욱꽃 ⓒ 김민수
아욱된장국을 드셔본 적이 있으신지요? 미끄덩거린다는 표현을 해야 할 정도로 부드러운 아욱된장국은 장운동을 활발하게 하여 대·소변을 부드럽게 볼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핏속의 독소를 없애주는 역할을 한답니다.

아욱은 부드러운 이파리와 줄기를 잘라먹는데 우리 어머님의 텃밭에 빠지지 않고 심겨지던 채소 중 하나입니다. 텃밭에 심겨진 상추, 깻잎, 풋고추는 그냥 고추장이나 된장을 찍어 먹어도 좋고, 시금치는 살짝 데쳐서 나물로 먹거나 시금치국을 끓여 먹었는데 유일하게 아욱만큼은 아욱국 외에 다른 용도로는 식탁에 올라오질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입안에서 미끄덩거리는 느낌은 어린 아이의 입맛을 당기는 맛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어린 아이의 입맛에는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욱만의 특이한 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시금치보다 단백질과 칼슘이 두 배나 되어 아이들의 성장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넓은 이파리에 살며시 숨어 피는 꽃, 그래서 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서야 비로소 꽃이 있는 줄을 알았습니다.

꽃이 피었던 자리에는 씨앗들이 송글송글 열리고, 연한 아욱이파리들이 새로 올라옵니다.
꽃이 피었던 자리에는 씨앗들이 송글송글 열리고, 연한 아욱이파리들이 새로 올라옵니다. ⓒ 김민수
아욱의 학명은 'Malva'인데 이것은 그리스어 'malakas', 라틴어 'malache'에서 온 것이며 그 뜻은 '부드럽다'입니다. 아욱잎은 부드러울 때 식용을 하고, 그 이파리만 부드러운 것이 아니라 장운동도 부드럽게 해줌으로 고대 중국의 으뜸가는 채소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아욱씨는 '동규자'라고 불리며 산모가 젖이 잘 안나올 때 처방하고, 꽃을 말린 것은 '동규화'라고 해서 한방에서 이뇨제로 사용됩니다. 여름철 갈증을 많이 느낄 때에도 아욱이 좋다고 하니 우리 몸에 유익을 주는 좋은 것들을 듬뿍 담아 피어나는 꽃입니다.

아욱은 부드러운 줄기와 이파리를 먹는다고 했습니다. 시장에 가보면 아욱을 단으로 묶어 파는 것을 보셨을 것입니다. 손으로 아욱 줄기를 톡톡 꺾는데 꺽인 곳에서는 다시 새 줄기가 올라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꺾어도 꺾어도 늘 푸른 것이 아욱밭입니다.

아욱의 사촌인 당아욱, 두해살이로 꽃은 아욱에 비해 상당히 화려합니다. 원예종으로 많이 사랑받습니다.
아욱의 사촌인 당아욱, 두해살이로 꽃은 아욱에 비해 상당히 화려합니다. 원예종으로 많이 사랑받습니다. ⓒ 김민수
당아욱, 아욱의 사촌쯤이라고 해야겠지요. 씨앗은 아욱의 씨앗과 비슷하게 사용되지만 꽃은 상당히 크고 화사합니다. 접시꽃보다는 작지만 무궁화만큼의 크기인 것도 있고, 작아도 500원짜리 동전만큼은 합니다. 대충 꽃의 크기가 감이 잡히시는지요. 아욱꽃이 아이들의 새끼손톱만한 것에 비교하면 상당히 큰 꽃인 셈이지요.

꽃들을 볼 때마다 신비롭게 느껴지는 것이 있습니다. 각기 다른 색깔들을 어디에 숨겨놓았다가 늘 그 색깔로 피어나는지, 같은 땅에서 자라도 자기만의 색깔로 피어나는지 너무너무 신비롭습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자기만의 빛깔, 그 빛깔로 피어난다는 것이 신비롭습니다.

우리네 사람들도 자기만의 색깔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만 자기의 색깔을 잃어버리고 남의 색깔을 닮아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천편일률적인 미의 기준을 정해놓고 너도나도 그렇게 되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동양미인을 보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우리네 삶이 서구화되었다는 이야기겠지요.

제주에서는 한 겨울에도 햇살 한 줌만 비치면 어김없이 꽃을 피웁니다.
제주에서는 한 겨울에도 햇살 한 줌만 비치면 어김없이 꽃을 피웁니다. ⓒ 김민수
푸른 이파리의 겨드랑이에 피어난 조연같은 꽃
푸른 이파리가 주연이니 자기는 숨어 피겠다고 한다
고개를 숙이는 것만으로는 모자라
허리까지 굽혀 하늘을 바라봐야만 보이는 작은 꽃
아욱꽃을 보다보면 세상이 거꾸로 보인다
가끔, 세상은 거꾸로 살아가는 것도 재미있지
그리고 아주 가끔,
거꾸로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은 일이지
아욱꽃, 부들부들 부드러운 이파리 바람에 부들부들 춤을 춘다
언제나 축제같은 푸르름, 연한 보랏빛 아욱꽃의 축제(자작시-아욱)


무성한 이파리에 사이로 보이는 세상도 신비하기만 할 것입니다.
무성한 이파리에 사이로 보이는 세상도 신비하기만 할 것입니다. ⓒ 김민수
아욱꽃은 이파리의 겨드랑이에 피어납니다. 그래서 그를 자세히 보려면 허리를 굽혀야 하죠. 제주에서 아욱꽃을 보는데 제주의 오름이 거꾸로 눈에 들어옵니다. 잠시 일어나 가랭이 사이로 머리를 넣고 세상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내에게 참 재밌다고 한 번 해보라고 하니 아내도 깔깔거리며 재밌다고 합니다.

가끔은 세상을 거꾸로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입니다. 내가 거꾸로 바라보아도 세상은 그냥 그렇게 가겠지요. 거꾸로 가지 않을 것입니다. 가는 대로 가겠지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신진대사가 원활하지가 않습니다. 더군다나 시골에서 힘에 부칠 정도로 노동하고 산책하는 재미에 빠져 살다가 도시에서 샐러리맨 생활을 하니 더더욱 그렇습니다. 오늘은 아내에게 된장 훌훌 풀어 아욱국이나 끓여놓으라고 전화를 해야겠습니다. 시금치보다 단백질과 칼슘이 두 배나 많고, 변비탈출에 그만이라고 하면 마다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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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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