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요즈음 논술 열풍이 불면서 글쓰기 혹은 작문 관련 서적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도 다양해서 도대체 글쓰기, 작문의 범주가 이렇게 다양하게 쓰여질 수 있는 것인지에 간혹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대다수의 작문 관련 서적은 이태준의 <문장 강화>에서 더하고 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렇게 논술 책들이 휘황찬란하게 포장되어 나오는 것을 보면 가히 논술 관련 회사의 주가가 폭등한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글쓰기에 왕도가 없지만, 항상 방법론에 목말라 하는 독자들을 위해 출판사들은 시시탐탐 있지도 않은 오아시스를 제공하는 냥 독자들을 구슬린다. 정작 몇 페이지를 넘어가지 않아 실망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우리 작문, 글쓰기 서적들의 실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 글쓰기 교육의 핵심을 찌른다!

▲ 글 고치기 전략 표지
ⓒ 다산초당
<글 고치기 전략>은 제목부터 기존의 글쓰기, 논술 서적과는 다르다. 글쓰기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글 고치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책 전체가 글 고치기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슨 대단한 작문 이론을 제시하기 보다는 첫 페이지에서부터 다양한 예문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제대로 글을 고치고 다듬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간결하고, 쉽고, 정확하게 우리말로 써라!’는 것을 핵심 명제로 삼고 수사학과 문법, 나아가서는 심리학의 다양한 이론과 실제를 끌어오고 있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문장 중심의 글쓰기 이론을 넘어 단락과 문맥까지도 적절하게 다루고 있는데, 이는 기존의 단편적인 수사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한 글쓰기 교과서와는 상당히 차별적인 부분이다.

특히 단락에 관련된 내용은 상당히 고심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단락은 문장에 매력을 일으키는 마술사다. 단락은 굽이치는 문맥의 여울목이요, 새 생각과 새 방향의 신호탄이다. 단락으로 인해 문장은 읽는 맛이 생기고, 얼개(구성)의 단위로 인해 운율 있는 가락을 선보인다.”

쓰기를 내용과 형식으로 이원화한다면 단락은 내용과 형식에서 가장 중요한 단위라 할 수 있다. 내용에 있어서는 일정한 의미단위로, 형식상으로는 문장들의 집합으로 간주할 수 있다. 지나치게 문장 중심으로 글쓰기를 강조하다 보면 일정한 의미단위로 갈무리 하는 것이 힘들고, 내용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논리적이고 수사적인 글을 구성하기 힘들다.

특히 아랫 부분들은 실제로 학교 현장의 글쓰기 교육에서 가장 핵심 단위라 할 수 있는 단락에 대한 좋은 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락은 ‘생각의 꺾임’이나 ‘문맥의 변화’로 새기면 좋다. 단락은 첫째, 의견?논리가 다음 단계로 옮겨질 때, 둘째, 추상적 기술에서 구체적 기술을 할 때, 혹은 그 반대로 옮겨질 때, 셋째, 인물?장소?시간이 바뀔 때, 넷째, 특정 문장을 강조할 때, 다섯째 인용단락을 독립시킬 때 쓰인다.”

“학생들의 문장에서 으레 드러나는 것이, ‘단락 의식 결여’요, ‘접속어의 문란’이다. 단락 의식 결여는 ‘문장의 구조’에 어둡다는 것이요, 접속어의 문란은 ‘문맥의 흐름’, 곧 논리적 전개에 미숙하다는 것이다.”


‘문장의 손질’이 글쓰기의 고갱이다!

<글 고치기 전략>은 시종 일관 글을 이렇게 써 라고 주문하는 대신 이런 식으로 고쳐 보라고 조언한다. 물론 책의 제목에 적절하게 부합하는 면이라 할 수 있다.

가령 ‘여기저기 박혀 있는 접속어’, ‘지루하게 반복되는 어휘’, ‘애매한 지시어’, ‘주체가 없는 피동형’, ‘조사 오용’ 등 일반적으로 저지르기 쉬운 문장의 문법적이고 수사적인 표현들을 예문으로 뽑아 보다 적절한 표현으로 제시해 주고 있다.

글쓰기의 무슨 거창한 이론에 의지해 한편의 전범이 되는 글을 제시하기 보다는 일상에서 저지르기 쉬운 문장의 표현들을 예로 들면서 지루하지 않으면서 알차게 글 고치기의 전형을 잘 보여준다. 특정 장의 제목이 ‘나쁜 글과 좋은 글, 그 사소한 차이’는 그 일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제목에서 시사 하 듯 일단은 사고의 흔적으로만 머릿속에 남아 있는 생각의 씨줄과 날줄을 글로 시각화 시켜 보아야 한다. 그래야 자신만의 문체, 그리고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시각화한 생각의 파편들을 반복해서 다듬게 되면 결국은 좋은 글은 명확하고 분명한 사고의 덩이로 정형화 되는 것이다.

논술 교과서와 참고서에 대한 편견을 버리자!

<글 고치기 전략>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미덕은 내용을 쉽고 간결하게 전개해 가는 저자의 글 솜씨에 있다. 여기에 더해 외래어나 외국어에 오용된 우리말을 순 고유어를 찾아가면서 더하고 깁어 가는 저자의 부지런하고 알뜰함도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아이들의 글쓰기를 가르치다 보면 이런저런 작문 교과서를 만나게 된다. 특히 일선 학교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작문 교과서는 기존의 수사학 이론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더해 논술관련 서적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기 있는 판에 정작 글쓰기의 방법론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교과서를 고른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흰 여백으로 꽉 채워져 있는 종이만을 그대로 아이들에게 들이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언가 글쓰기에 자잘하지만, 꼭 필요한 글쓰기 이론과 실천의 내용물이 필요하게 된다. <글 고치기 전략>은 그런 글쓰기 교사들에게 쉽지만 알찬 정보를 제공해 주는 길잡이 역할을 어느 정도 해 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 '콩팔칠팔'은 횡설수설의 순 우리말입니다.


글 고치기 전략

장하늘 지음, 다산초당(다산북스)(2006)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