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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석의 <대답의 책>.
고진석의 <대답의 책>. ⓒ 갤리온
인간의 삶이 문제 상황의 연속이라고 할 때에 이 책의 제목은 관심을 끄는 바가 있다. 그렇다고 책의 내용이 심오하거나 심각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나는 왜 태어났을까?' '회사가 언제 망할까?'처럼 느닷없기도 하고 '왜 나는 화를 잘 참지 못할까?' '어떻게 해야 인정받을 수 있을까?'처럼 일상적이기도 하고 '언제쯤 돈을 벌까?' '과연 유산을 상속 받을 수 있을까?'처럼 세속적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가볍기만 한 것도 아니다. '열심히 살았는데도 왜 이렇게 비참해졌을까?' '왜 나는 동성을 사랑할까?'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들은 또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

'어떻게 처세해야 할까?' 대뜸 한다는 말이 "아부가 최고입니다. 물론 실세에게 아부해야죠."이다. 사적인 자리에서야 종종들 하는 말이지만 상담하면서 이런 말을 한다? 그만큼 지은이는 체면차림을 하거나 점잖은 척하지 않는다. 꽉 막히지도 않았다. 좀더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이 시대에 충언은 이해하고 받아들일 만한 사람에게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중략)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능력에도 없는 아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중략) 한편 아부에도 도가 있는데, 우선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또, 그 자체로 진실성이 획득되어야 아부의 진가가 발휘됩니다. (68쪽)

이런 내용이 반드시 도움이 된다거나 유효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또 무작정 그렇겠거니 하고 수용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언제나 판단과 선택의 몫은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상담자나 독자의 마음을 한결 시원스럽게 풀어주는 효과만은 분명한 것 같다.

때로는 답변 첫머리가 웃음을 터트린다. '과연 우리 아이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까?' 아무래도 학부모의 상담 요청인 듯싶은데 답변 첫 마디가 이렇다. "못 갈 것입니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회사가 언제 망할까?' "월급이 밀리는 회사는 대부분 망합니다." 그러나 첫 머리가 다는 아니니 반드시 끝까지 읽어볼 것을 권한다.

답변 첫머리에서 혹은 끝자락에서 또는 사이사이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거절을 못 하는 성격인데, 어떻게 잘 거절할까?' '누군가에게 잘못을 했는데 어떻게 용서를 구할까?' '약한 몸을 어떻게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 등에 대한 답변을 각각 들어보자.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는군요. 자기 자신을 믿는 사람은 거절을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려움이 많으면 거절하기가 어렵습니다. (113쪽) / 중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진정한 고백과 사죄입니다. (127쪽) / 몸이 약하면 마음이 약해집니다. (중략) 몸이 건강해지는 방법 중 가장 탁월하고 빠른 방법은 음식을 잘 조절하는 것입니다. (중략) 식습관을 바꾸면 건강해지면서 운명도 좋아집니다. (중략) 그 중에 중요한 것은 내면에 있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일입니다. (116~117쪽)

이 책은 인간과 세계에 근본적인 문제를 던지고 사유해 나가는 철학서는 아니다. 그러나 삶을 돌아보고 설계하고 실천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는 면에서 소박한 생활철학서는 될 것이다.

<대답의 책>은 다섯 가지의 방식으로 물음을 구성하고 그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 'Why' 'How' 'What' 'When' 'Will'로 나누어 총 100개의 질문을 마련해 놓았다.

이러한 책의 질문 방식을 따라 자신을 향해(자신만의 질문지를 작성하여) 직접 묻고 답해보는 방식도 좋을 듯싶고 일기 쓰듯 하루에 한 가지씩 자신만의 질문과 대답을 해나가는 삶의 방식도 괜찮을 성싶다. 그럼에도 최종적인 문제는 실천 여부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늘 실천은 만만한 일이 아니니까.

덧붙이는 글 | * 지은이: 고진석 / 펴낸날: 2006년 9월 27일 / 펴낸곳: 갤리온 / 책값: 1만원


대답의 책

고진석 지음, 갤리온(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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