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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세계일주를 목표로 지난 5월 인천항을 출발, 8월 중국 대륙 종단을 마치고 인도로 떠난 당찬 젊은이가 있습니다.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박정규의 생생한 자전거 세계여행 현장 보고서를 <오마이뉴스>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 다리 밑에서 낚시하는 아이들
ⓒ 박정규
기차에서 만났던 왓치어를 찾아 바라나시 대학에 잠시 들렀다 첫 번째 목적지인 '미르자푸르'로 향했다. 다리를 건너서 마을로 들어가니 큰 나뭇가지가 서로 손을 맞잡으려고 하는듯한 모습으로 서 있다. 덕분에 시원한 그늘 아래로 달릴 수 있었다. 덩치가 큰 검은 소들은 흙탕물 속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고, 다리 밑 소년들은 나뭇가지를 꺾어 만든 낚싯대에 웃으면서 미끼를 끼우고 있다.

숙소 근처에서 발견한 인터넷 카페. 인터넷 이용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고 '문서작업'만 열심히 한다. 별로 느낌이 좋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한글 설정이 안 된다.

왜 수많은 나라 언어는 다 설치되어 있는데, 한글만 없냐고…….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인도를 찾아오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2006년 9월 4일 월요일 콜카타-뉴델리 3일차/ 맑고 더움

06시55분 기상. 10시까지 여행기 정리하고 체크아웃하려는데, 어제 비단 가게로 날 인도했던 그 직원이 '자전거 보관료'로 15RS(1루피=약 20원)를 요구한다. 어처구니가 없다. 한 마디로 잘라서 'NO'라고 말하고 자전거에 짐을 싣고 있는 사이, 이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

짐 정리가 끝난 후, 다른 직원에게 계산을 의뢰하자 어제 먹었던 점심, 저녁, 숙박비만 받는 게 아닌가? 처음부터 '자전거 보관료' 따위는 없었던 것이다. 그 직원 임의대로 책정한 것 같다.

인근 주민에게 '바라나시대학' 위치를 물어봤는데, 길 따라 나가서 '4-5km 정도 쭉 직진'하면 된단다. 오토바이, 삼륜차, 영업용 자전거 등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어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다. 4-5km는 달려온 것 같은데, '대학교 안내 표지판'도 나오지 않는다.

인근 상점 주인에게 물어보니, '정반대로' 왔단다. 자전거 핸들을 돌려, 역주행 시작.

▲ 복잡한 골목. 저 사이를 역 주행했다.
ⓒ 박정규
아까는 그래도 같은 방향이어서 교통이 혼잡한 걸 많이 몰랐는데, 지금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몇 번을 다른 자전거와 부딪힐 뻔했는지 모르겠다. 10km 정도 달려가자 노점이 제법 많은 거리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다시 한 번 '대학 위치'를 물어봤는데, 바로 뒤에 보이는 '큰 문'이 '대학정문'이란다.

안에 들어 가보니 입구 분위기와는 다르게 시원하게 자란 큰 나무들과 한산한 도로에서 캠퍼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일단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걸어가고 있는 학생들에게 '학생식당' 위치를 문의 후 식당으로.

▲ 바라나시 대학교. 복잡한 도로 변에 있었다.
ⓒ 박정규
그리 크지 않은 단층 건물에 '식당'이 있었다. 식사가 나오는 곳에 가서 '밥'을 먹고 싶다는 몸짓을 취하자, '식당입구'에 가서 '쿠폰'을 사오란다. 입구로 가서 밥값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불하자 '쿠폰 한 장'을 준다. 다시 그곳으로 가서 '쿠폰'을 내밀자 식판에 '밥, 롤티 4장, 작은 밥그릇에 국, 카레 조금'을 담아준다. 12RS에 이 정도면 굉장히 저렴한 것 같다. 역시 학생식당이 좋긴 좋다.

다른 학생들 먹는 걸 잠시 관찰한 후에 나도 그들처럼 오른손만을 이용해서 롤티를 조금 뜯어서 카레에 묻힌 후 밥에 싸 먹었다. 나중에는 그냥 카레와 밥을 썩은 후에 롤티에 싸 먹었으면서 '국' 같은 걸 반찬 삼아 떠먹었다. 카레는 조금 매웠지만 맛있었고, 국은 된장국 맛이 나서 좋았다.

▲ 인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전통음식. 저렴하고 맛있다.
ⓒ 박정규
식사 후 학생식당 내부를 천천히 살펴봤다. 천정에는 팬이 아주 큰 선풍기 6대가 돌아가고 있다. 식탁과 의자는 대부분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식당 건물은 2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내가 있는 이곳은 60석 정도고 다른 곳은 조금 더 적다.

실내는 빛이 제대로 차단되어 있어 어두컴컴하다. 형광등을 곳곳에 켜놨지만 어두운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식사 후 그릇을 치우려고 '반납장소'를 찾아보고 있는데, 다른 학생이 그냥 그대로 두면 된단다.

밥 먹으러 온 학생에게 '왓치어'의 숙소 주소를 보여주며 위치를 물어봤는데, 모르겠단다. '왓치어'의 필기체를 알아보기 힘들단다. 주소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름'만 가지고 찾기는 어려울 것 같아 그냥 포기하기로.

인터넷사용을 위해 '학생컴퓨터실' 위치를 문의하니 '본교 학생'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상관없으니까 일단 위치만 가르쳐 달라고 하니까 자기가 밥 다 먹으면 안내해주겠단다.

식사하면서 그 친구가 나에게 간단한 질문을 했고, 간단하게 대답해줬다. '왜 자전거로 여행 하는가?' '아주 흥미롭고, 사람들을 만나기 쉽기 때문이다.'

▲ 표지판
ⓒ 박정규
학교 컴퓨터실에 도착하니 문을 닫았다. 그 친구가 학교 밖 인터넷 카페로 안내하겠단다. 그 친구가 자전거를 타고 먼저 앞장서고, 난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학교 밖 50m채 되지 않은 곳에 '인터넷카페'가 있었다. 친구의 말로는 이곳이 '초고속'이란다.

하지만 USB(이동식저장장치) 인식도 안 되고 한글 설정도 안 된다. '문제 사항'을 주인에게 이야기하자, '1분만 기다려 주세요'라고 말하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잠시 후 전문가로 보이는 분과 함께 오셨다. 전문가 분이 컴퓨터 뒤에 USB를 다시 연결하니까 '정상적으로 인식'이 되었다. 한글은 결국 못했지만, 메일 보내기는 성공.

확인할 내용들을 USB 안에, '다른 이름으로 저장'을 선택 후에 'HTML'로 '저장'했다. 그렇게 하면, 한글이 지원되지 않는 상태에서 깨어져 보이던 내용들이, 한글 지원되는 컴퓨터에서 '확인'하면 '정상적인 내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컴퓨터 사용을 마치고, 잠시 자전거 상태를 살피러 간 사이에 이 친구가 말도 없이 가버렸다. 고맙다는 인사도 못했는데…….

▲ 필자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었던 고마운 나무들.
ⓒ 박정규
▲ 더위를 식히고 있는 검은 소들
ⓒ 박정규

이제 첫 번째 목적지인 '미르자푸르(MIRZAPUR)'를 향해 가는 중.

다리를 건너서 마을로 들어가니 큰 나뭇가지가 서로 손을 맞잡으려고 하는듯한 모습으로 서 있다. 덕분에 시원한 그늘 아래로 달릴 수 있었다. 덩치가 큰 검은 소들은 흙탕물 속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고,

다리 밑 소년들은 나뭇가지를 꺾어 만든 낚싯대에 웃으면서 미끼를 끼우고 있다. 방과 후 집으로 돌아가는 꼬마 학생들은 날 신기한 눈으로 바라본다. 마치, 뭔가 신기한 걸 '발견'했다는 표정이 너무 귀엽다. 갑자기, 아까 기차 건널목에서 음식을 팔고 있던 소녀가 생각난다. 그 소녀는 '학교'에 다니고 있을까?

▲ 필자를 보고 놀라는 아이들.
ⓒ 박정규
▲ 기차 건널목에서 음식을 팔고 있던 소녀
ⓒ 박정규

14시. 17km. 도로변 주유소 옆 간이식당.

오는 길에 간이 슈퍼서 물 3병을 구입했다. 처음에 그냥 물 3병을 달라고 하니까 원래 가격보다 비싼 가격을 부른다. '물 가격 다 안다고, 한 병에 12RS 아니냐?'라고 말해도 이상한 종업원이 자꾸 돈을 많이 요구한다. 한참 실랑이하고 있으니까, 다른 종업원이 정상적인 가격으로 살 수 있게 도와줬다.

간식으로 따뜻한 짜이 한 잔과 비스킷 3개를 함께 먹으니 피곤이 가시는 것 같다.

18시50분. 77.2km. 숙소 도착.

마을 어귀에서 사람들에게 숙소를 문의하니 쉽게 가르쳐 준다. 가르쳐 준 곳으로 찾아가니 하룻밤에 200-300RS나 한다. 좀 더 싼 방을 원한다고 하니까, 직원이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저렴한 곳'이 있다면서 위치를 가르쳐 주었다.

▲ 숙소
ⓒ 박정규
1시간 골목길을 헤맨 끝에 저렴한 숙소를 찾았다. 완전 기진, 맥진, 땀범벅 상태. 처음에 200RS라고 해서 내 친구가 150RS라고 했다고 하니까, 그냥 50RS만 달란다. 하루면 무조건 50RS라고 한다(1인실).

자전거는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니, 입구 안에 그냥 세워두면 안전하단다. 자신들이 계속 지켜보고 있으니 걱정말란다. 피곤한 상태에서 3층까지 자전거를 들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냥 자물쇠만 잠근 채 중요 물건들만 들고 방으로.

▲ 잠금장치 안과 밖
ⓒ 박정규
방에 들어가니 넓은 창문과 침대 하나, 의자 하나가 놓여있다. 그리고 홈이 파진 곳에 '쇠막대기를 밀어 넣는 방식'의 간단한 잠금장치가 전부였다. 밖에 나갈 때는 문 안쪽에 있는 잠금장치와 비슷한 원리의 막대기에 '자물쇠'를 채워 놓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열쇠구멍이 어릴 적에 사용하던 '작은 일기장 열쇠구멍'이랑 아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마음먹으면 쉽게 열릴 것 같은 느낌이랄까?

대충 짐 정리를 마치고, 숙소 주인에게 인터넷 카페 위치를 문의하니 친절하게 약도까지 그려주신다. 골목길 탐험 20분 끝에 겨우 발견. 간판은 전혀 눈에 띄지 않고 인터넷카페 분위기도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입구 안으로 들어가니 컴퓨터는 보이지 않고, '타자기'만 놓여있다. 왼쪽 사무실로 들어서자 구형모니터가 4-5대가 놓여 있다. 인터넷 이용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고 '문서작업'만 열심히 한다. 별로 느낌이 좋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한글 설정이 안 된다. XP윈도우 CD를 요구하는 메시지가 뜬다. 주인에게, 혹시나 몰라서 CD를 달라고 말해봤다. 잠시 후 주인이 정말 'XP윈도우 CD'를 가지고 나타났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하지만 CD인식이 안 된다. 휴우~ 한글보기가 너무 어렵다.

주인에게 다시 한 번 도움을 요청하니, 이번에는 'XP 윈도우 CD'가 저장되어 있는 다른 컴퓨터랑 네트워크공유'를 시켜주었다. 덕분에 '한글 설치 성공'

아까 '왜 수많은 나라 언어는 다 설치되어 있는데, 한글만 없냐고…….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인도를 찾아오는데……. 이유를 모르겠다'고 푸념 섞인 목소리로 말한 효과를 본 것 같다.

여행수첩

1. 이동경로: 바라나시-미르자푸르(VARANASI - MIRZAPUR)

2. 주행거리: 77.2km / 5시간55분 / 평균속도: 13km/h / 누적거리: 4,751km

3. 경비: 337RS
어제 점심, 저녁: 115RS / 오늘 점심: 12RS / 물 1리터 4병: 48RS/ 숙박비: 50RS / 짜이 한 잔: 2RS, 과자3: 8RS / 거리음식1: 2RS / 소다: 10RS /콜라: 20RS / 과자1: 5RS

4. 음식
아침 겸 점심: 밥, 롤티 4장, 조금 매운 카레, 된장국맛 나는 국
저녁: 롤티 3장, 밥, 카레, 양파
간식: 물 4병, 짜이 한 잔, 과자, 거리 음식, 소다, 콜라, 과자

5. 신체: 전체적인 피로.

6. 환율: 1달러 = 45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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