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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의 자전거 주차를 돕고 있는 '왓치어 문답(바라나시 대학교 불교학과에 재학 중)
ⓒ 박정규
자전거를 타고 왓치어가 탄 삼륜차 뒤를 따라 기차역에서 호텔까지 달렸다. 호텔에 도착했더니 갑자기 삼륜차 기사가 나에게 돈을 요구한다. 황당해 하자 왓치어가 설명해준다. 나 때문에 기사 아저씨가 길을 많이 돌아왔다고 그 대가를 달라는 거란다.

돈은 삼륜차를 탄 왓치어가 줄 건데 무슨 돈을 또 요구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결국 왓치어가 나 대신 돈을 조금 더 주는 선에서 타협을 봤다.

호텔 건물 옥상에서 직원이 날 부른다. 5층까지 열심히 뛰어올라 갔다. 5층 입구에서 '왜 따뜻해야 할 토스트가 식어 있었는지, 음식이 왜 그렇게 늦게 나왔는지' 그 원인을 발견했다. '주방'이 건물 5층에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서 요리 후 계단으로 내려오다가 음식이 다 식는 것이었다. 굉장히 비효율적인 구조다.




2006년 9월 3일 일요일 콜카타-뉴델리 2일차/ 맑고 더움

06시 20분 기상. '바라나시' 역 도착.

10시 40분 숙소 도착.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왓치어'에게 짐을 부탁하고 화물칸으로 전력질주. 150m는 될 것 같다. 난 중간 객차에 탔었고, 화물칸은 맨 뒷칸이었다. 다행히 자전거는 맨 윗칸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다시 왓치어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서 짐을 정리하고 기차 밖으로 나가려는데 계단 앞에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45도 정도 되는 계단 40개가 눈앞에 버티고 있었다. 왓치어는 미리 계단 위에 올라가 있고, 날 내려다보며 '시도해봐!'라는 말만 하고 그냥 지켜보고 있다.

앞바퀴 먼저 계단 위에 올려놓고, 핸들을 꽉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올라가고 있는데 갑자기 자전거가 가벼워지더니 평지를 달리는 것처럼 쉽게 올라왔다. 내가 갑자기 힘이 강해진 게 아니라, 키 작은 인부 아저씨가 뒤에서 들어준 것이다.

고맙다는 말도 하기 전에 바삐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내리막 계단에서 잠시 망설이고 있으니, 다른 인부가 도와줄 테니까 20RS만 달라고 요구한다. 거절하고 혼자서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왓치어는 자전거를 삼륜차에 싣자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 실을 공간도 없어 보이고, 그냥 타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먼저 출발하면 따라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역을 조금 늦게 빠져 나가버리는 바람에 왓치어가 탄 삼륜차를 놓쳐 버렸다.

그냥 직진하고 있는데 왓치어가 날 찾으러 왔다. 다시 삼륜차를 따라 15분 정도 작은 골목길을 달려서 한 호텔 앞에 멈춰 섰다. 하루에 150RS나 하는 곳. 방을 살펴보니 1인실(더블침대), 화장실(양변기)과 샤워실이 함께 있다. 더 저렴한 곳을 찾아보려다가 너무 피곤해서 그냥 여기서 쉬기로.

왓치어가 자신은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고, 학교를 방문할 생각이 있으면 찾아오라고 하면서 주소를 적어주고 갔다. 그런데 갑자기 삼륜차 기사가 나에게 돈을 요구한다. 황당해 하자, 왓치어가 설명해준다. 나 때문에, 기사 아저씨가 많은 길을 돌아왔다고 그 대가를 달라는 거란다.

돈은 삼륜차를 타고 있는 왓치어가 줄 건데 무슨 돈을 또 요구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왓치어에게 말하자, 왓치어가 기사 아저씨에게 나 대신 돈을 조금 더 주는 선에서 타협을 봤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함께 사진을 찍은 후에 왓치어는 삼륜차를 타고 학교로 돌아갔다.

학교 방문은 내일 일어나보고 결정해야겠다. 방값은 비싸지만 인터넷카페가 5m 거리에 있는 건 마음에 든다.

음식 주문한 지 20분이 지났는데, 차만 나오고 메인 음식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콧물은 계속 흐르고, 약간의 두통까지 느껴진다. 오늘은 푹 쉬고 내일부터 제대로 달려보자.

▲ 이 레스토랑의 자랑이라는 '조조라이스'. 꼭 김치+야채 국밥 맛이 났다. 몸 안 좋을 때 먹으면 좋을 것 같지만, 가격 대 맛은 비추천^^
ⓒ 박정규
드디어 음식이 도착했다. 직원이 추천해준 인도에서 유명하다는 '조조라이스'라는 요리. 그냥 보기에는 '김치국밥'처럼 보인다. 맛은 야채국밥 같다. 지금 나에게 적당한 음식인 것 같다. 하지만, 국밥치고는 가격이 조금 비싼 것 같다.

자전거는 호텔 앞에 주차하고 밤에는 건물 안으로 들여 놓으니 안전하다고 한다. 그냥 내 방에 들여놓고 싶다고 했으나 그건 안 된단다. 밥 먹고 방에 들고 들어가야겠다. 식사하고 있는데, 호텔 직원이 와서 인근에 '비단' 가게가 있는데 물건을 사지 않아도 상관없으니 구경한 번 가자고 끈질기게 조른다. 식사 후에 같이 비단 가게로 들어갔다.

큰 방 하나 사이에 큰 커튼을 쳐서 벽처럼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 커튼 안으로 들어가니 사장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계셨다. 호텔 직원은 커튼 밖으로 나가고 사장님이 비단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사진 한 장 찍는 시간보다 빠른 속도로 수많은 실크 천을 계속해서 바닥에 펼쳐대고 있다. 어느새 바닥에는 50장 넘는 비단이 여기저기 깔려 있다.

가로 1m 20cm, 세로 2m 비단은 1800~2500RS, 가로 50cm, 세로 2m 비단은 450RS이란다.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닌 것 같다. 그냥 나가려는데 주인이 일단 앉아 보라며 '어머니와 누나'에게 선물하며 그들이 '행복'해 할 거라며 '한 장'을 선택하란다.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마치, 수많은 비단을 펼친 것에 대한 대가를 받으려는 듯……. 너무 종류가 많아서 생각해 본다고 하고 도망치듯이 그곳을 빠져나와서 인터넷카페로. 호텔직원은 날 그곳에 내버려두고 자기 혼자 숙소로 가버린 것 같다.

▲ 아저씨가 너무 빨리 비단을 펼치는 바람에 40-50장의 비단 중 3장을 촬영하는데 그쳤다.
ⓒ 박정규
여행 사무소와 인터넷 카페를 같이 하는 곳. 오래된 컴퓨터 4대가 있고, 윈도우98과 윈도우me가 설치되어 있다. 속도는 느리고 오류메시지도 자주 뜬다. 인내심을 가지고 한 시간가량 인터넷을 한 후에 숙소로.

저녁은 김치볶음밥과 토스트. 김치 볶음밥은 흉내만 낸 거지만, 그냥 먹을 만하다. 방에서 쉬고 있는데 밖에서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가 난다. 밖에 나가보니, 상여를 맨 사람들과 상주들이 강을 향해서 가고 있다.

사람들의 행렬이 지나가고 멍하니 보고 있는데 누가 옥상에서 날 부른다. 위를 올려다보니 아까 비단가게로 날 안내했던 직원과 다른 직원 한 명이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게 손짓하며 올라오라는데 '비단가게' 일이 생각 나서 그냥 방으로 와 버렸다.

하지만 왠지 올라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5층까지 열심히 뛰어올라 갔다. 5층 입구에서 '왜 따뜻해야 할 토스트가 식어 있었는지, 음식이 왜 그렇게 늦게 나왔는지' 그 원인을 발견했다. '주방'이 건물 5층에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서 요리 후 계단으로 내려오다가 음식이 다 식는 것이었다. 굉장히 비효율적인 구조다.

창가에 서 있던 직원들이 날 반기며 어서 오라는 손짓을 한다. 창가로 다가가니 하늘이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었고, 동네 여기저기 옥상 위에서 출발한 수많은 연들이 황금빛 물결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정말 '장관'이었다. 직원들 말에 따르면, 매일 저녁마다 저렇게 연을 날린다고 한다. 그리고 돈을 걸고 연 싸움(상대방의 실을 끊는 사람이 승리)을 하기도 한다고.

잠시 후 아까 그 직원이 강에 노 젓는 배를 타러 가자고 한다. 일몰 무렵에 배 타면 거의 '환상적'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서 가격을 물어봤다. 1시간에 100RS. 너무 비싸다! 내가 더 낮은 가격을 부르자, 노 젖는 일은 굉장히 힘든 일이라면서 2시간에 100RS로 해주겠단다. 왠지 속는 기분이 들어서 싫다고 하고 그냥 숙소로 돌아왔다.

밖에서 다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아까 그 상주들과 상여를 메고 가던 무리들이 돌아오고 있었다. 상여는 없고 상주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고 있었다.

여행수첩

1. 이동경로: 바라나시역 - 인근 숙소

2. 주행거리: 14.3km / 1시간 32분 / 평균속도: 9.2 / 누적거리: 4,675km

3. 경비: 173RS

병 펩시: 8RS / 숙박 비: 150RS / 인터넷 카페1시간: 25RS

4. 음식
점심: 조조라이스(김치국밥 흉내 낸 야채국밥 맛)
저녁: 김치볶음밥(그런대로 먹을만 함), 시원한 토스트 두 쪽, 밀크 티
간식: 병 펩시, 물 한 병

5. 신체: 전체적으로 피곤하고 약간의 콧물과 두통.
6. 환율: 1달러 = 45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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