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거리예술제 "평화를 원한다면 '대추리를 지켜라!'"가 벌써 18일째가 되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다니는 종로 거리에서 하는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공연 시작할 때 관객은 단 8명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이 공연하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대추리 문제는 우리가 그저 관심을 가지는 게 아니라 모두 함께 알아야 될 내용이기 때문이다.
가수 정태춘씨가 말한 것처럼 "무엇인가 잘못되고, 무엇인가 억압받고, 무엇인가 부당"한 일이 대추리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인들이 모두에게 대추리 문제를 알리기 위해 택한 방법은 예술이다. 모두가 예술가들이기 때문에.
거리공연 시작 이후, 행사를 주최한 '들사람들'이 가장 괴로워했던 것은 바로 '관객'이다. 준비하는 사람은 많은데 보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날 세 번째 출연진으로 나온 가수 정태춘씨는 "종로에서 구경꾼이 없을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이 행사를 들여다보는 사람이 없어서 행사를 1주일정도 하고 난 이후 그만 끝내라고 했다"고 말할 정도로 관객이 적었다.
이번 행사의 기획 연출단장인 신형욱씨 역시 "사람들이 별로 없다. 특히 일, 월, 화는 사람들이 적다. 사람들이 없어서 처음에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관객이 적어도 최선을 다한다. 가수는 노래를 열심히 부르고 화가들은 그림을 열심히 그린다. 많은 관객도 좋지만 그들은 대추리에 대해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대추리는 아직 모든 것이 진행중이다"라는 것을.
관객은 적지만 힘이 넘치는 보신각 공연장
이날 공연에는 가수 박준씨, 류금신씨, 정태춘씨가 나와서 노래를 불렀다. 비록 관객은 적었지만 그들은 노래 한 곡 한 곡 최선을 다해 불렀고, 그들의 진심이 통해서인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종로를 지나다 우연히 공연을 보게 되었다는 이영기(27·학생)씨는 "대추리 문제가 오래되어서 연대하는 분위기가 적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 대해서는 "잠깐 왔지만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인원만 봐서는 초라해 보이지만 예술인들의 공연으로 인해 이곳이 힘이 넘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인석(42·회사원)씨는 "매일 저녁 이곳을 지나가면서 가끔 공연을 보기도 한다"며 "추운 날씨에 모두가 고생한다. 예술인들의 이런 행사로 인해 좀더 쉽게, 그리고 좀 더 가깝게 대추리 문제에 다가가는 것 같아서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가수들의 공연에 이어 등장한 풍물굿패 '우리마당'의 공연은 모든 이들에게 흥겨움을 주었다. 꽹과리와 북의 신나는 소리는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을 멈추게 만들었다.
처음 시작할 때 8명의 관객으로 시작한 공연은 어느덧 40여명의 관객으로 늘어나 있었다. 구경을 하시던 할아버지는 무대 한 가운데에서 어깨춤을 추시기 시작했고, 지나가던 외국인들은 공연을 지켜보며 풍물소리에 흥겨워했다.
빈대떡 집에서의 뒷풀이... 내일 공연을 위하여
2시간의 모든 공연이 끝났다. "공연이 끝났다"라는 소리에 40여명의 관객이 순식간에 흩어지면서 '들사람들'의 행동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공연장 정리 때문이다. 화가들의 사진이 가장 먼저 정리되고 여자 분들은 기념품 판매하는 곳을, 남자 분들은 무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리 작업은 30여분만에 끝났다. 이날 공연의 사회를 맡은 이성호씨는 "처음에는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18일째 정도 되니 순식간에 끝나게 된다"면서 웃음을 지었다.
모든 정리가 끝낸 뒤 '들사람들'은 가까운 빈대떡 집으로 향했다. 그들은 막걸리와 빈대떡을 주문하고는 회의에 들어갔다. 이날 공연에 대한 평가와 내일 있을 공연 준비, 그리고 12월에 있을 문예인들의 큰 행사 준비 때문이다.
기획연출 담당인 신영욱씨는 "오늘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관객이 점점 더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공연 마지막 날 행사 진행과 정태춘씨와 배인석씨, 이윤엽씨 등의 벌금과 재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덧 밤 11시가 되면서 내일 공연을 위해 헤어졌다. '들사람들'은 다른 이들을 계몽시키거나 가르치기 위해서 공연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자신들이 잘하는 것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것이다.
그들이 함께 하는 대추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상욱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