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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패 '출'의 공연 모습.
춤패 '출'의 공연 모습. ⓒ 김소라
너희들의 무기도, 포크레인도, 병사도
모두다 씨 품는 땅으로 돌아가는 곳...
그곳이 바로 이 곳, 대추리.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만화전에 게시된 '도단이'님 시)

'평화를 원한다면 대추리를 지켜라!' 10월 31일 저녁 7시, 서울 종로 보신각에선 어김없이 평택 대추리·도두리 주민들과 함께 문화예술인들이 함께하는 거리 예술제 공연이 열렸다.

공연은 이날로 19일째(10월 13일 시작). 퇴근길, 바삐 오가는 인파들 속에서 그들은 이날도 '대추리 사수'를 소리 높여 외쳤다.

특히 촌각을 다투며 일하는 '퀵서비스 청년'도 오토바이를 멈추고 30분 가량 춤과 노래 공연을 지켜봐 눈길을 끌었다.

"회사 앞에서 아내와 아이를 만나 같이 집에 들어가는 길이죠. 길을 건너다가 공연을 하는 것 같아 잠시 보려 했는데 '대추리' 문제에 대한 공연이었네요."

회사원 김병기씨는 식구와 함께 이날 공연을 관람했다. "'주한미군' 문제와 '대추리', 우리 세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문제이기도 하죠. 그래서 오늘 본 공연은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김씨는 유치원생 딸과 함께 보았기에 이날 공연의 의미가 더욱 컸다고 덧붙여 말했다.

"공연 순서 중에 대추리 농민의 애환을 표현한 '춤'이 있었잖아요? 딸아이가 호기심 있게 보더라고요. 저건 왜 저런 거냐며 묻기도 하고요. '출'이 보여준 춤이 모든 걸 말해 주더군요. '미군기지 이전'이라는 게 아이가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인데도 딸은 대충이나마 이해하는 것 같더라고요."

"춤이 모든 것을 말해주더군요"

이날 공연 중에 단연 돋보였던 것은 춤. 농민의 애환과 쌀의 귀중함을 퍼포먼스로 승화한 춤패 '출'의 공연이 인기였다.

관람객으로 앉아 있던 대학생 이민경씨는 "연기 하시는 분들 감정이 풍부한 것 같아요. 특히, '쌀'을 놓고 구직자와 서민 사이에 치열하게 경쟁하는 그 춤은 가슴 속에서 찡한 울림을 느끼게 했어요"하고 이야기했다.

쌀은 죽었다. 이 지긋지긋한 아스팔트 농사.
떠나버리면 쉬우련만. 이제 나도 떠나야지.

('출'의 공연 내레이션 중)

춤패 '출'의 사무국장 구영회씨는 "오늘 공연한 퍼포먼스는 작년 12월에 만든 작품이에요. 이 작품으로 전국 순회공연을 다니면서 '대추리'도 많이 방문했죠"하고 말했다.

구씨는 '대추리' 이야기가 나오자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대추리' 문제가 단지 사회·정치 영역에 한정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분노를 느껴요. 어떻게 자국민을 내쫓고 그 자리에 미군 기지를 들입니까? '한미동맹'이 무색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이건 강대국에 종속하는 것입니다. 시대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이날 보신각 대추리 예술제에서는 '출'의 퍼포먼스 외에도 '바로 지금이에요', '봄' 등을 부른 노래패 '우리나라'와 가수 정태춘씨의 공연이 펼쳐졌다. '대추리 예술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정태춘씨는 이날 건강이 안 좋아 기약한 노래를 다 부르지 못하고 무대에서 내려가야 했다.

노래패 '우리나라'의 공연 모습.
노래패 '우리나라'의 공연 모습.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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