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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이재용감독, 시네마테크 세르조 토페티, 조영재 주 이탈리아 한국대사, MK픽처 심재명 대표, 임상수 감독.
ⓒ 김은정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와 이탈리아 시네마테크가 공동 주관한 '한국영화주간'이 지난 달 22일부터 29일까지 시네마테크가 운영하는 로마의 시네마 트래비에서 열렸다.

'15명의 감독, 15편의 영화를 소개한다'라는 목적으로 열린 이번 한국영화주간은 지금까지 한국과 이탈리아가 공동으로 주최한 전례가 없는 행사였다.

사실 영화의 도시 로마에 왜 이런 행사가 한번도 없었을까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크고 작은 개별적인 영화주간에서 한국영화를 살짝 끼워넣는게 고작이었던 것이 현실이다.

몇 년 전엔 한국대사관과 시네마테크가 공동으로 주관한 한국영화주간이 있긴 했지만 행사가 계속 이어지지 않고 단발로 끝났다.

이번 행사에서 소개된 15명의 감독들은 지난 10년간 한국영화의 활력을 일궈내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으며 동시에 한국 및 해외 비평가의 호평과 관객의 호응을 동시에 받고있는 감독들이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하여 홍상수, 허진호, 임권택, 임상수, 김대승, 김동원, 김지운, 김기덕, 이창동, 이재용, 민규동, 박찬욱, 류승완, 유하 감독의 영화들이 각각 한 편씩 상영됐다.

8일 동안 시네마 트래비를 찾은 이탈리아 관객은 모두 5백여명이다. 홍보물 제작이나 감독 초빙 등 영진위와 시네마테크에서 쓴 돈에 비해 턱없이 저조한 실적이지만 이 사람들은 상업적인 광고가 없어도 한국영화를 정말 사랑하여 찾은 사람들임에는 틀림없다.

행사가 열린 시네마 트래비가 로마 시내의 트래비 분수 앞에 위치하고 주차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영화를 보기 위해 일부러 발걸음 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에는 MK픽처 대표이자 영진위 위원인 심재명 대표를 비롯해 임상수 감독과 이재용 감독이 참석해 기자회견과 관객과의 대화를 가졌다.

다음은 한국영화주간에 참석한 두 감독이 이탈리아 관객들에게 털어놓은 자신들의 영화이야기이다.

▲ 이재용 감독
ⓒ 김은정
▲ 임상수 감독
ⓒ 김은정
-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임상수 감독(이하 임) "여섯번째 작품 시나리오 쓰고 있어요. 로마, 리옹, 파리를 20일간 여행할 계획인데 앞으로 5개월 안에 시나리오를 끝마쳐야 합니다. 다음 작품은 프랑스와 공동 제작하는 작품이구요. 파리에서 촬영할 예정입니다."
이재용 감독(이하 이) "다음 영화를 구상중인데 노인이 나오거나 동물이 나오거나 우주인이 나오는 것들 중에 하나를 할 거예요."

-영화감독을 하게 된 계기는?
"위대한 소설가가 되거나 위대한 미술가가 되고 싶었는데 돌아다니면서 보면서 생각해보니까 너무나 위대한 소설과 미술이 많았죠. 반면에 영화는 1백년 역사밖에 안되니까 영화를 하면 나도 뭔가 위대한 것을 만들어 볼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해보자라고 생각했는데 나만 그러는게 아니라 다른 감독들도 다들 그래서 감독 되었을 걸요?"
"보통 말하는 직업(월급쟁이, 번듯한 직장)을 하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알았고 다른 직업중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영화였으니까 영화감독을 해봐야 겠다거나 확신이 들거나 해서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해보고 싶은 것은 것은 영화였죠. 그 당시에는 영화감독이 될 수 있다는 것과 나같은 사람이 영화 감독이 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죠."

-대학에서 전공학과와 무관한 길을 걷고 있는데 전공이 영화에 도움이 되는가. 그리고 영화를 하면서 만족하는가?
"사회학이 내 영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죠. 내 영화속에서 사회학적인 어떤 것을 발견할 수 있죠. 그것을 발견해 주는 비평가에게 '나는 영화로 사회학을 하는 사람입니다'라고 하지요. 영화를 만들면 행복해요. 내 몸으로 진짜 뭔가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조둥아리로 뭔가를 하는게 아니라)에서 행복해요."
"굳이 이야기하자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터어키과 때문은 아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 반하는 것에 항상 매력을 느꼈거든요. 사물의 이면이나 우리가 모르는 비밀에 대해 항상 궁금했는데 터어키를 하다보니까 우리가 수업을 통해 배운 터키가 너무 달라서 내가 가진 사고방식, 사물이나 세상을 한면으로 보고 보여질 수 없다는 생각을 굳히게 하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영화감독을 하는 일이 행복해요. 왜냐면 다른 것(직업으로서)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제게 행복은 고민이나 갈등이 없는 상태, 강박관념이나 부담감이 없는 편안한 상태에요.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영화를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목표를 정해놓고 어디에 도달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영화를 하면서 재미있었던 일화 한가지만.
"임권택 감독 조수할때 <개벽>이라는 영화를 찍었어요. 임 감독이 어느날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 멀리있는 산 꼭대기를 가리키며 사람들을 산 위에다가 화면에 잘 보이게 배치하라고 했어요. 1백여명이 조금 못 되는 사람들을 데리고 임 감독이 가리켰던 산을 향해 가까이 가는데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산이 모두 비슷해 보이는 거에요. 어느 산인지 몰라서 헤맸던 기억이 있습니다.
"<순애보>를 일본에서 촬영했는데 그때 스태프들과 정말 즐겁게 찍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도 저와 일한 것이 행복했나봐요. 자기들끼리 모임을 만들었데요. 그래서 연말이면 나를 생각하면서 모여서 술 한잔씩 하면서 언젠가 다시 한번 함께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하기도 한대요. 그런 것을 들으면 나도 마음이 참 따뜻해져요. 로마에 오기전에 도쿄영화제를 다녀왔는데 갑자기 연락을 받고 가서 다들 만나 보지는 못했지만 다음에는 미리 연락을 하면 다 집합을 시켜놓겠다고 했어요."

-한국영화주간에서 상영된 영화들이 한국내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들도 있고 외국에서 비평가들에게 호평을 받은 영화들이 있었는데 상업영화와 작가영화의 경계점은 무엇일까?
> "제작자를 돈 벌어 주느냐, 제작자를 등쳐먹느냐의 차이죠. 작가영화하는 사람은 개런티 받아서 자기 돈만 벌고 제작자는 등쳐먹는 거지."
"관객을 더 많이 생각하느냐 자신의 생각을 더 많이 드러내려고 하느냐 뭐 이런거 아닐까. 보는 사람의 입장을 더 많이 생각하는것과 자신의 생각을 더 많이 하느냐의 차이랄까…."

-한국영화감독은 영화를 하지 않을 때 무엇을 할까?
"주로 생각을 많이 해요. 영화에 대한 생각…. 그런 면에서 조금 불행할 수 있지요. 영화를 하지 않을 때는 잊어 버리고 다른 생각도 하고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돼요."
"사람 만나고 책 보고 여행하고…. 혼자하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지금은 점점 혼자하는 여행보다 좋은 사람과 나누고 싶은 게 더 강해요. 혼자서 여행을 많이 하다보니까 호기심이 줄어서 그런거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하면서 어디에 도달하고 싶나?
"아무한테도 이야기 안 하는 거에요. 개인적인 꿈은 영화감독 말고 딴 직업은 안 갖는 것 그것이 나의 꿈!"
"목표는 없어요.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면서 살고 싶어요."

-한국과 이탈리아 영화 교류에 대해서 한마디.
임, 이 "이탈리아는 좋은 시기를 살았고 지금은 한국이 좋은 시기를 살고 있다고 봐요. 우리 세대가 이탈리아의 비스콘티, 드 시가, 펠리니 같은 감독의 영화들을 보고 자랐는데 이탈리아 후세는 한국영화를 보고 자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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