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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민이 키보드
충민이 키보드 ⓒ 이충민
충민이 마우스
충민이 마우스 ⓒ 이충민
케이블 TV에서 PC용 키보드와 마우스 부수기 경쟁을 하는, 실로 '기상천외한 대회'를 본 적이 있다.

유럽의 어느 한 마을에서 열린 이 대회는 PC 사용자들이 느린 인터넷 환경으로 인해 받았던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유럽은 유·무선 통신환경이 잘 구축된 한국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인터넷망이 원활하지 못하다. 속도는 둘째 치고, 장소불문 웹 접속이 가능한 무선 통신망 조차 없는 지역이 많다.

참가 선수들은 사무실과 집에서 사용하던 마우스와 키보드를 모조리 들고 나와 망치로 내리쳤다. 한 참가자는 키보드를 땅에 세차게 던지고는 마구 짓밟기까지 했다. 이에 환호성을 지르는 관중의 모습을 보면서 이들 역시 부수는 자들과 같은 심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참가자들이나 관중 모두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거북이처럼 둔한 PC와 달팽이처럼 느린 인터넷 환경'에 대한 십년 묵은 체증을 토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대회를 개최한 단체는 말미에 재치 있는 반전을 준비했다. 키보드 자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파손 시킨 참가자가 받은 상품이 새 키보드와 마우스였던 것.

충민이의 '계륵' 컴퓨터 본체, 일명 탱크다.
충민이의 '계륵' 컴퓨터 본체, 일명 탱크다. ⓒ 이충민
사실 내가 쓰고 있는 PC도 구식이다. 펜티엄2, CPU-300Mhz로 동급 모델 중 초기 제품에 해당한다. 지난 2003년 게임 방에서 거금(?) 14만원을 들여 장만한 중고 PC다. 내 마음은 키보드와 마우스 부수기 대회 참가 선수들의 심정과 같다.

'나도 PC 이하 키보드, 마우스를 모조리 부수고 싶은 마음이란 말이야!'

인터넷 사용이 많기에 웹 페이지 여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 답답함을 넘어 화가 치민다. 몸값 14만원의 중고 PC도 '주인' 잘못 만난 탓에 매번 옆구리를 걷어차인다. 내 옆차기는 PC의 옆면을 찌그러뜨리기에 충분한 파괴력이었다. PC는 성한 구석이 없다.

속도감 있는 인터넷 환경을 구현하기 위하여 조각모음, 쿠키삭제, 시작프로그램 변경, 바탕 화면의 아이콘 및 불필요한 파일 등을 삭제해보지만, 나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몇 개월 전 방문했던 한국통신 AS 직원도 나의 PC를 보고는 이렇게 진단했다.

"PC자체가 사양이 낮다. 또 여러 프로그램이 서로 뒤엉켜 있다 보니, 시스템상의 느려짐 현상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포맷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단, 포맷을 하더라도 사양의 한계로 지금보다 '확연히 차이 나는 속도감'은 보장 못한다."

결국 그 직원은 나에게 PC를 장만하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경제적인 여건이 허락지 않기에 교체하는 건 어렵다. 호환이 힘든 PC라 '업그레이드'하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있다. 심정적으로는 PC를 던지고 싶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셈이다.

계륵 같은 존재 PC

그러나 계륵 같은 존재인 PC 덕분에 이득을 본 경우도 있다. 애물단지이긴 하지만 이 PC 덕택에 인터넷 언론매체에 글을 투고할 수 있었다. <오마이뉴스> < SBS U포터뉴스> <데일리안> 등의 언론매체가 내 공식 일기장이 된 것이다.

내 구식 PC로는 사진이나 영상이 가득한 웹 페이지를 여는 데 무리가 있다. 소요시간이 긴만큼 참을성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용량이 작은 텍스트 파일을 여는 건 전혀 문제없다. 글쓰기에서 만큼은 내 구식 PC도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PC를 사용하여 글 쓰게 된 장소, 인터넷 매체들. 이 매체의 장점은 일반 시민도 '시민기자, 넷포터 혹은 U포터 등의 명함이 주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누가 되었던 지간에 자유롭게 참여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언론매체 덕분에 나는 하루하루 삶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전문 리포터는 아니지만, 시민 참여 리포터로서 국내 주요 언론매체들을 통해서 내 뜻을 전달하는 것은 흥미진진한 일이다. 일정 부분 사회에 반영 될 수도 있기에 가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즉, 나보다 PC 환경이 좋은 네티즌도 수두룩할 것이다. 나와 함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글'을 쓰는 건 어떨까. 이건 제안이다.

"새소식을 가진 전국의 모든 생활인이여 OhmyNews에 모여라. 기자는 별종이 아니라 새소식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남에게 전하고 싶은 모든 시민들이다. 우리는 살다보면 거의 매일 '가슴 뛰는' 상황을 접한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 슬로건의 오마이뉴스가 있다.

"다원화되고 급변하는 사회에서 큰 목소리가 판치는 세상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제 목소리를 내며 잘 살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매체. 그동안 할 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대화의 장을 찾지 못해 머뭇거러 온 네티즌, 이제 용기를 내라. 네티즌 리포터(Netizen Reporter)의 준말 데일리안 넷포터"도 있다.

"유비쿼터스 시대, 나이와 학력, 성별을 따지지 않고 진실하고 유익한 정보를 나누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매체, 유비쿼터스 리포터(Ubiquitous Reporter), '유 아 더 리포터(You are the reporter)'라는 두 가지 뜻이 담긴 SBS U포터"도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글을 쓰는 자체로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다. 버리자니 아쉽고 쓰자니 성능이 모자란 계륵 PC. 난 계륵 PC 덕택에 글쓰기의 참맛을 알았다.

충민이의 '계륵' 컴퓨터 본체 정면, 일명 탱크다.
충민이의 '계륵' 컴퓨터 본체 정면, 일명 탱크다. ⓒ 이충민
나는 오늘도 구식 PC와 씨름하며 글을 쓴다. 언론매체에 글을 쓰게 됨에 따른 '언론매체로부터 받은 원고료'로 구식PC를 업그레이드 해줘야겠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내 PC에게 더 이상 망치를 들 마음이 나지 않게끔 레벨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계륵 같은 존재 PC가 내게 준 유일한 선물은 글쓰기. 못난 구식 PC도 나름대로 쓸모가 있었던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안과 SBS U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충민이 블로그 blog.daum.net/jkgh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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