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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최대 일간지 <가제타 비보르차>에 실린 오마이뉴스 특집기사.
폴란드 최대 일간지 <가제타 비보르차>에 실린 오마이뉴스 특집기사.

폴란드 최대일간지의 시민기자 열풍 보도

10월 24일, 폴란드 최대 일간지인 가제타 비보르차(Gazeta Wyborcza)는 <오마이뉴스>를 중점으로 전 세계에 불고 있는 시민기자의 열풍을 크게 보도했다.

<오마이뉴스>로 대표되는 한국 언론의 혁명과 <오마이뉴스>의 창간배경, 활동상황 등을 깊이 보도한 이 기사는, 폴란드 내에서 나타나고 있는 시민언론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고도 남았다.

이전까지 독자들은 기껏해야 기사에 대한 의견이나 개진할 수 있는 수동적인 존재였지만, 시민언론은 이제 독자와 기자 사이에 벽을 허문 언론의 혁명을 만들어내었으며, 이런 개혁의 선두에는 전체 가구의 82%가 초고속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고 시민들이 공공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대한민국이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이 그동안 한국에 관한 기사라면 주로 어둡고 비판적인 기사만을 실어왔다는 것을 보면, 사뭇 새삼스럽기까지하다.

폴란드에도 '시민언론' 속속 등장

그러나 그 기사는 단지 <오마이뉴스>의 활동 상황을 폴란드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었다. 폴란드 역시 '시민언론'을 모토란 다양한 인터넷 신문들이 그 1~2년 사이로 급속히 늘어나고 있고, 그것이 단지 일시적인 현상으로만이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새로운 언론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충분히 주지했기 때문이다.

폴란드에서 시민언론의 길을 처음으로 연 것은 인디미디어(indymedia)라고 하는 매체이다. <오마이뉴스>처럼 시민들이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는 공간으로, '자원봉사'의 성격이 짙은 비상업매체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인디미디어는 폴란드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사이트가 아니라, 1999년 WTO활동에 반대해서 시애틀에서 조직되었던 독립미디어센터(Independent media center. IMC)가 전신인 단체이며, 시민기자들이 담당하는 영향력이 <오마이뉴스>처럼 크지는 않다.

폴란드 남부에 있는 고도 크라쿠프에는 6개월 전 크라코프인포(www.krakoff.info)라는 인터넷 매체가 문을 열었다. 공개적으로 '시민언론'을 내세운 크라코프인포는, 아직은 정식 인터넷 신문이라기보다는 형태나 규모 면에서 '도시 블로그'에 가깝다.

이 신문은 지역적인 특성을 살려 건축, 교통, 환경, 예술과 거리 예술, 해프닝, 밤문화 같은 독특한 주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활동적이고 창조적인 크라쿠프 시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알리는 장소가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아직 참여시민들의 수는 많지 않지만 서서히 지명도를 넓혀가는 길이다.

공통관심사를 가진 그룹의 의견을 '공동출판'기 위한 활동의 장으로 알려진 <아이씽크> 초기화면.
공통관심사를 가진 그룹의 의견을 '공동출판'기 위한 활동의 장으로 알려진 <아이씽크> 초기화면.

<아이씽크(www.ithink.pl)>는 폴란드에서 이미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시민언론매체로 통한다. 이 신문은 자신들을 '공동출판' 이라는 원리에 입각하여 텍스트, 오디오, 사진, 비디오 등 모든 자료들을 내보일 수 있는 마당이라고 소개한다.

시민기자들 각자가 참여할 수 있다는 데에는 다른 시민언론과 별반 차이점이 없지만, 사용자들에게 일정한 주제와 연관된 공통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준다는 특징이 있다. 개개인의 기자들의 발전도 도모하지만, 공통관심사를 가진 그룹의 의견을 '공동출판'하기 위한 활동의 장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모든 시민기자들의 글이 기사화되지는 않고, 무작위 선정을 위해서 뽑힌 그룹의 대표 기자들이 기사를 만들어 올리는 식으로 진행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오마이뉴스>와 가장 형태나 기능면에서 비슷한 신문은 <레포르테지(www.reporterzy.pl)>와 <뉴스24(www.wiadomosci24.pl)>를 들 수 있다. 레포르테지의 주요임무는 다양한 관심사의 정보서비스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인터넷 사회 구현이며, 주요 관심사는 주류언론이 보도하는 사건이 아니라, 서비스의 사용자들이 그것을 보는 시각이다. 그리고 다른 정보 시스템에서 다루지 않는 지역적인 정보에도 주안점을 둔다.

"쓰라, 사진을 찍어라, 그리고 의견을 개진하라!"

레포르테지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다음과 같은 활동원리를 설정해 놓았다.

어떤 주제로의 중앙집중식 접근태도를 버림으로써, 거대인터넷 사이트의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며,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강조를 두고자 한다. 어떤 폴란드 신문도 작은 도시와 시골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을 두지도 않고 규모가 작은 행사에 대해서는 정보를 제공하지도 않는다.

올 6월에 창간된 <뉴스24>는 현재 폴란드에서 가장 발전된 시민언론매체로 손꼽힌다.

"쓰라, 사진을 찍으라, 그리고 의견을 개진하라! 이곳엔 여러분 자신과 주변 친구들의 글이 있다. 이 신문은 당신을 위한 것이고 같이 만들어 나가는 신문이다. 미디어는 바로 우리다."

뉴스24가 내세우고 있는 상당히 인상적인 모토이다. 폴스카프레세(Polskapresse)라는 출판사가 운영하고 있는 이 신문 역시 시민이면 누구나 기사를 작성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지만, 글재주와 능력이 인정되면 자체적으로 편집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특성이 있다.

폴란드에서 가장 발전된 시민언론매체로 꼽히는 <뉴스24> 홈페이지 초기화면.
폴란드에서 가장 발전된 시민언론매체로 꼽히는 <뉴스24> 홈페이지 초기화면.

과연 이러한 시민언론은 폴란드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이와 같이 폴란드 내에서의 시민언론매체에 대한 관심은 1-2년 사이에 부쩍 늘었다는 것을 보면 성공의 가능성은 존재하고 있다.

대부분의 신문들이 1년을 넘지 못한 것들이라서 아직 임시적으로 사이트를 운영하는 곳들이 많고, 편집이나 디자인 차원에서 해야할 일들이 많다.

뒤떨어진 인터넷 환경이 가장 걸림돌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시민언론은 인터넷 활동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폴란드는 아직까지 인터넷 사용이 한국처럼 보편화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야 산간벽지, 섬 지방까지 초고속 인터넷이 깔려있지만, 폴란드는 여전히 수도 바르샤바에서도 인터넷 설치가 불가능한 곳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폴란드 내 인터넷 보급율은 전체 인구 중 3분의 1선에 불과하여 인구대비로 보았을 때 유럽연합에서 가장 저조한 편이다.

폴란드가 어둡기만 했던 사회주의 시절을 가장 먼저 청산하고, 철의 장막 같은 동유럽에 자유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던 힘도, 어쩌면 이런 끊임없는 토론과 대화의 정신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을까? 시민언론이라는 매체를 바탕으로 동유럽의 선두주자로서의 입지를 새로이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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