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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국회 본회의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추병직 건설교통부장관이 서갑원 열린우리당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사냥이 시작됐다. 여야 구분이 없고 언론 논조의 차이도 없다. 모두가 엽총을 들고 나섰다.

사냥감은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과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이다. 입방정을 떨어 민심을 어지럽힌 죄가 우선시 됐다.

하지만 이들로 사냥이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중앙일보>는 8·31 부동산 대책으로 훈·포장을 받은 공무원들을 지목했다. 훈·포장을 박탈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입방정도 문제이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부동산을 미쳐 날뛰게 만든 정책 실패다. 이렇게 보면 두 개인을 문책하는 것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조세와 주택금융은 재경부가, 주택 공급은 건교부가, 지방세제는 행자부가, 투기 단속은 국세청이 맡아왔다. 이들 전체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답도 아니다. 따져보면 이들은 손발에 지나지 않는다. 머리는 따로 있다. 청와대다. "헌법만큼 뜯어고치기 힘든 부동산 정책"을 장담했던 참모도 있었지만 이 역시 손발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불패의 강남 아줌마들과 맞장을 뜨면서 불패의 대통령을 자신했었다. 부동산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부동산 대책을 독려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조선일보>는 청와대를 정조준했다. 청와대가 부동산 정책 주도권을 재경부로 넘겼으며, 지난 9일부터 가동해온 특별대책반에서도 청와대 관계자를 뺐다며 이런 코멘트를 붙였다. "(청와대가)경제부처에 책임을 넘기려는 것 같다."

사실 확인이 좀 더 필요한 보도이지만 의미는 있다. 다른 언론보다 훨씬 명징하게 청와대 책임론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그렇다.

'불패의 대통령' 자신하더니...

명징해지는 게 하나 더 있다. 지금 당장은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있다. IMF환란을 부른 정책 담당자들이 재판정에 섰다. 국민을 파산의 재앙에 몰아넣은 정책 실패를 단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이들은 모두 무죄 선고를 받았다. 더구나 최고 정책 책임자는 이런 재판 절차에서조차 열외 처분을 받았다.

또 있다. 외환은행을 미국의 사모펀드 론스타에 헐값 매각한 데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한결 같이 정책 판단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그 뒤에 따라붙는 말은 "그러니까 난 죄를 짓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실이 이렇다. 실제로 강구할 수 있는 방법은 인사 외에는 없다. 해임이든 사퇴든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여야 가리지 않고 문책을 요구한다.

사법적 응징을 강조하는 건 아니다. 탁자를 친 사람에게 분풀이를 해봤자 엎어진 물이 되 담기는 건 아니다. 정책 실패를 사법적 단죄 대상에 올려놓는 건 '무오류의 정책'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현실성도 없다.

중요한 건 역사적 단죄다. 이라크전을 감행한 부시 행정부에 대한 미국 국민의 단죄가 그 예가 될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부동산 대책은 뭘까

▲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서류를 살펴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시선은 자연스레 열린우리당으로 향한다. 동반 책임을 져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적잖은 의원들이 문책을 요구하면서도 당 책임은 거론하지 않는다. "잘못한 인사들이 있다면 마땅히 책임을 묻는 게 필요하다"(정동영 전 의장)면서도 자신을 되돌아보지 않는다. "과거 같았으면 모가지가 잘렸을 사람들이 수두룩하게 널려 있다"(강봉균 정책위의장)면서도 그 '수두룩한' 명단에서 자기 당 사람들은 빼고 있다.

언론은 '이별 연습'이라고 칭한다. 정계개편을 염두에 두고 청와대와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열린우리당이 역사적 심판자를 자인하는 형국이다. 난센스다. 동반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들이 책임을 묻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래도 양보하자. 백번이라도 좋다. 심판과 단죄를 가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열린다면 그것이 최선이다. IMF환란은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부동산 대란은 다르다. 쐐기를 박을 여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지금이라도 미쳐 날뛰는 부동산의 고삐를 잡을 수만 있다면, 그래서 민생이 안정될 수만 있다면 단죄를 운위할 이유는 없다. 그럴 수 있을까?

김근태 의장은 "부동산 문제에 대한 우리의 대책을 먼저 확실하게 세우고 인사 문제는 다음에 논의하자"고 했다. 맞다. 문책은 언제라도 가능하다. 하루 이틀 상관으로 부동산 시장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 중요한 건 부동산 대책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까지 열린우리당이 스스로 만든 부동산 대책, 내놓기도 전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정부 대책을 뛰어넘는 열린우리당의 대책을 듣지도 보지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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