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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둥구미를 만들고 계신 김동일 할아버지와 멍석을 만들고 계신 장우상 할아버지
ⓒ 전향화

노인들이 짚공예 솜씨를 전수하는 교육이 있다고 하여 충북 음성군 생극면 차평1리 수리뜰 마을을 찾았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니 짚풀공예 전시 체험관이란 2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밑에는 농촌건강 장수마을이란 설명이 붙어 있는데 이 마을은 농촌진흥청에서 지정하여 지원하는 마을이란 뜻이다.

이 마을에는 짚풀공예로 명성이 있는 장우상 할아버지(78세)가 계신다. 2005년 농촌진흥청에서 주최한 짚풀공예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신 분인데 오늘은 체험관에서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솜씨를 전수 받기 위해 모이셨다고 한다.

체험관에 들어서니 지푸라기가 온방 가득 어질러져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둘씩 셋씩 모여 앉아 뭔가 만드느라 조용하다. 멧방석을 만드는 분, 멍석을 만드는 분, 삼태기를 만드는 분…. 할머니들은 다들 똬리를 만드신다.

"할머니 이게 똬리지요? 저도 어렸을 때 이런 것 봤거든요."
그랬더니 할머니가 설명을 하시기 시작하신다. 용도며 할머니가 어른들께 들었던 얘기까지….

정월 보름 아침에 제일 먼저 우물가에 가서 물을 긷기 위해 아낙네들이 경쟁을 한 모양이다. 용알을 줍는 다고. 제일 먼저 우물에 도착한 사람이 자기 똬리를 우물에 띄운다고 하더라고 할머니가 들은 얘기를 해 주셨다.

내가 똬리의 용도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는데도 할머니는 물동이를 집에 가서 가져오겠다고 하시더니 정말 예쁜 옹기 물동이를 가져오셨다. 그러면서 이렇게 하는 거라고 보여 주신다

▲ "와라지, 그러니까 여름 쓰래빠", 일본 사람들 게다를 보고 짚신을 응용해서 만들어 신었다고 하신다.
ⓒ 전향화

한 할아버지는 짚신을 만드시는 것 같아서 여쭤보니 '와라지'를 만드신다고 하신다. 그러니까 '여름 쓰래빠'…. 뭔지 이해가 간다. 박재순 할아버지(79) 말씀은 일본사람들이 신은 게다를 보고 짚신을 응용해서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튼튼하게 오래 신으려면 밑에 자전차 바퀴 고무를 대면 좋다고 하신다.

김영식 할아버지(71세)는 삼태기를 만들고 계신데 제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 댁에 가면 삼태기에 재를 담아서 잿간에 갔다 버리는 걸 봤다고 했다. 그러자 김영식 할아버지가 또 자세히 설명하시며 6.25때 최임식 할아버지와 삼태기 만드는 걸 배웠다고 하신다. 그때는 12살, 15살이었는데 뭐든지 다 배워서 자신들이 해결했는데 요즘은 대학생들도 부모가 해주는 밥을 먹고 학교 다닌다고 뭐라 하신다.

▲ 둥구미들, 여기에 콩을 푹 삶아 청국장을 띄우면 기가 막히게 잘 뜬다고 한다.
ⓒ 전향화

할아버지, 할머니 사이에 있으니 마흔이 가까워지는 나이인데도 아가씨라 불러주신다.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고 할머니들께 점심까지 얻어먹고 옛날이야기도 듣고 새끼 꼬기도 배우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 1층 전시관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
ⓒ 전향화

이제 그만 가야겠다고 하니 김동일 할아버지(74세)가 1층의 전시관으로 잠깐 가자고 하시며 데리고 내려오시더니 자신이 만든 아주 작은 지게를 하나 주신다. 원래 쌀 한말을 받아야 하는데 그냥 주신다고 하신다. 많은 시간이 들고 손이 거칠어지고 손마디가 휘어지는 고통을 감수하고 만든 지게라는 걸 생각하니 너무 감사한 일이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돌아서며 생각하니 '장수마을은 장수마을'이라는 생각이 든다. 70대의 노인들이 작품을 만들며 창작열을 불태우니 연세보다 젊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자는 농촌에 인구도 적고 더군다나 노인들만 있는데 거기 뭘 그렇게 투자 하냐고 하지만, 농촌에서는 전통이 계승되고 아직도 서로 돕고 살아가는 따뜻함이 있고 어른을 공경하는 정신이 살아 있었다. 경제적으로 보자면 투자가치가 없지만 정신적 가치로 볼 때 농촌에는 투자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음에는 아이들은 데리고 가야겠다. 아이들에게도 전세대의 삶을 할아버지 할머니의 따뜻한 얘기와 손길로 가르쳐주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수리뜰 할아버지, 할머니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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