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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보호법, 파견근로자보호법, 노동위원회법 등 비정규직 관련 3법이 직권상정돼 처리됐다. 비정규직 관련 3법 직권상정 소식을 들은 민주노동당 당직자와 보좌진들이 본회의장 문앞에서 항의하고 있다.
11월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보호법, 파견근로자보호법, 노동위원회법 등 비정규직 관련 3법이 직권상정돼 처리됐다. 비정규직 관련 3법 직권상정 소식을 들은 민주노동당 당직자와 보좌진들이 본회의장 문앞에서 항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하철노조 파업, 발전노조 파업, 포항건설노조 파업 등 올해 있었던 굵직굵직한 파업들은 모두 불법이었다. 정부는 지난 22일 민주노총의 총파업 선언에 대해서도 '정치파업'이라며 불법으로 규정했다.

한국에서 이른바 '정치파업'은 곧 불법파업이다. 보수언론들은 도심 집회를 금지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은 이제 파업하면 불법이나 '손해'의 이미지부터 떠올린다. 반대로 파업권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권리라는 사실은 점점 잊혀 져 가고 있다.

합법파업, 가능하긴 한가

노동계는 불법파업이 양산되는 까닭으로 정부가 쟁의의 목적을 너무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1998년 만도기계 노조는 대량해고에 반대하는 파업을 했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파업은 일면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정리해고에 관한 파업은 경영권 침해라는 이유로 불법으로 규정됐다.

현행 노조법에서 정당한 쟁의의 목적은 '임금인상'과 '근로시간'에 관한 사안으로 한정되어 있다. 즉 구조조정, 정리해고, 인사경영권 관련 사안뿐만 아니라 임금체불, 부당노동행위 등 권리분쟁 사안도 현행법에서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야말로 노동자의 권익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이것이 정당한 목적이 아니면 파업은 도대체 언제하나?"라고 반문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에 따르면 쟁의의 목적은 훨씬 광범위하다. ILO는 구조조정이나 정부의 노동정책 관한 파업을 '경제적 정치파업'으로 정의하고 이를 정당한 쟁의의 범주에 포함하고 있다. 권 변호사는 "국제노동계에서 상식으로 통하는 것들이 한국에서는 전혀 지켜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나 비정규직 법안, 산업재해보상법 등은 노동자의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사안인 만큼 이에 대한 파업은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불법파업 조장하는 직권중재

올해 5월 1일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서울로 올라와, 확약서 이행 등을 요구하며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신축공사장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다.
올해 5월 1일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서울로 올라와, 확약서 이행 등을 요구하며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신축공사장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합법파업이 애초에 어려운 사업장도 있다. 병원과 철도, 지하철,발전 노동자들은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곳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고 직권중재를 통해 파업권을 제한해 왔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직권중재를 내리면 노조는 15일간 쟁의를 할 수 없고 그 기간 안에 사측과 단체협약을 맺어야 한다. 직권중재 회부 이후 돌입하는 파업은 불법이 되며 노사는 중노위의 중재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권 변호사는 "사측은 직권중재를 기다리며 교섭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또 "직권중재 이후의 파업은 불법이기 때문에 사용자는 손해배상청구나 재산가압류가 가능하며 이래저래 사용자는 교섭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덧붙였다.

직권중재가 내려지면 노조의 선택은 불법을 감수할지, 아니면 항복할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조합원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기 때문에 노조는 대부분 불법을 감수한다. 그러면 사용자는 불법을 이유로 사법적 조치를 취한다. 직권중재는 노사 교섭을 강제하기 위한 제도였지만, 실제로는 파업을 무력화하여 불법의 악순환을 낳고 있다.

2001년 11월 16일 서울행정법원은 직권중재에 대해 "아예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행정기관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해 봉쇄하게 되므로 (중략) 단체행동권을 사실상 박탈케 함으로써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게 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03년 5월 15일, 필수공익사업에 한정해 강제 중재제도를 인정하는 것은 공익과 국민경제 안정을 위해 최소한의 필요한 조치며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구속노동자·손해배상청구액 증가 추세

지난달 11일 노동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용자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액은 187억원으로 2004년의 67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파업 때문에 구속된 노동자도 2004년 71명에서 작년에는 114명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7월까지 136명에 이르고 있다. 2002년엔 170명, 2003년엔 165명이었으며 2004년까지 감소세였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권 변호사는 "현행 노조법은 단체행동권을 제약하고 있다"고 말하고 "노조법 개정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입법청원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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