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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4당 초청강연회의 마지막 순서로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29일 조선대학교에서 '한국정치와 현실'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 조선대학교
11월 29일 오후 2시 20분, 광주의 조선대학교 공과대 제2공학관 세미나실. 70여명이 '한국정치의 현실과 과제'라는 주제로 민주노동당의 철학과 정책에 대해 강연할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선대 정치외교학부(학부장 기광서 교수)가 주최한 이번 강연은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11월 8일), 유선호 열린우리당 의원(11월 15일), 이낙연 민주당 의원(11월 23일)의 특강에 이어 열린 여야 4당 국회의원 초청강연회의 4번째이자 마지막 자리였다.

강연 시작 예정 시간인 오후 2시가 지났는데도, 학생들이 꽉 찰 거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군데군데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한 학교관계자는 "국회의원이 오는데 사람이 (별로 없네)"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속속 학생들이 들어오는 가운데 한 학생이 외쳤다. "끝나고 출석 체크합니다." 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학생이 학점과 직결되는 출석을 체크하기 위해 온 것 같았다. 총학생회 선거가 치러진 이날, 대학생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예정 시간이 30분 지난 오후 2시 30분, 심 의원이 반갑게 웃는 표정으로 서둘러 들어왔고 학생들은 열렬한 박수로 심 의원을 맞이했다. 얼룩말 문양의 세련된 갈색 스카프를 두른 심의원은 똑 부러진 인상이었다.

"심상정 의원의 별명을 아십니까?" 사회자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곳곳에서 다양한 별명들이 흘러나왔다.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수상의 별명과 같습니다. '철의 여인'이랍니다. 심 의원은 서민의 처지에서 정책을 만든다는 원칙을 철저히 고수하는 분입니다."

간단한 약력소개가 끝난 후 심 의원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 단상에 올랐다. 심 의원은 비정규직 관련 법안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법사위에서 급하게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오전 10시에 첫 번째 안건으로 여야 합의처리하기로 한 바람에 오늘 새벽부터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이 법사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하고 있습니다. 못 올 뻔했는데 학생 여러분들과 한 약속이고 꼭 뵙고 싶어서 살짝 빠져나왔습니다. 30분 늦었는데 여러분들이 제 이런 불찰을 용서해주신다는 의미로 박수 한 번 주시면 시작하겠습니다." (웃음)

'희망' 정치의 근간은 서민 참여... "월급 104만원으로 애 키울 수 있겠나"

심 의원은 이날 "우리 사회의 최대 문제는 양극화로 그 중에서도 비정규직 문제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민생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우리나라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현재 850만명으로 월 평균 임금이 104만원인데 그것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고 애 키우기도 힘들다"고 말하고 "집값 폭등으로, 결혼해 둥지 틀기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정규직 노동자는 850만 명이지만 그 가족을 합치면 얼마나 됩니까"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심 의원은 "대책 없는 개방이 거듭되면서 농촌에서 가구당 3500만원 정도 빚을 지고 있고 IMF 이후 구조조정으로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노동인력들이 대거 영세시장에 모여들어 자영업 시장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는 등 절대 다수가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다수국민의 이해를 처절하게 대변하는 민주노동당이지만 '3% 의석'의 절대적인 한계로 절차적 민주주의를 실현시키기 힘들다"고 안타까워했다.

심 의원은 "지금 국회에서는 다수 국민의 이해와 요구가 지극히 과소평가되는 반면 소수 기득권 세력의 이해와 요구가 독과점적인 형태로 대변되고 있다"고 현 정치구조를 평가한 뒤 "반공이데올로기와 성장제일주의 때문에 반세기 동안 다수 국민이 철저히 소수 기득권세력 위주의 정치에서 배제됐으며 그런 역사가 지금도 다수 서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정치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선거유세 때 '서민이 서민정당을 찍어야 하는데 부자정당을 찍어서 이 나라가 이렇게 됐다'고 말하면 몇몇 분들이 화를 내면서 '정치가 밥 먹여주냐'고 말하는데 정치가 밥 먹여준다"고 말하고 "국민들이 낸 돈을 누구를 위해서 어떻게 나눌까를 결정하는 것이 정치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이며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강조했다.

심 의원은 이른바 '폭력시위' 논란에 대해 "국회 안에 들어가서 의원들에게 얘기할만한 힘이 없는 노동자나 농민, 다수 서민들은 국회에 어떤 요구를 하려면 100미터 전방에서 시위해야 하는 반면 힘 있는 사람은 그냥 국회에 들어와서 의원사무실에 진을 치고 있다"고 전하고 "국민들이 TV에서 볼 때는 떼쓰는 농민만 보이지만 사실은 법을 다루는 공간적 거리가 정치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국민들이 뽑은 국회인데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최대관심사는 여야 할 것 없이 금배지를 영구보존하는 것"이라고 꼬집고 "만약 다수 국민의 이해와 요구를 외면할 경우 이 금배지가 날아간다고 하면 절대 그런 식으로 정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의원은 "일례로 IMF 당시 정리해고 관련법에 대한 의견을 묻자 국민의 90% 이상이 반대했는데도 국회의원들은 소수이지만 힘 있는 전경련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금배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법안을 날치기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민주주의와 다수 서민의 뜻에 부합하는 민주주의를 실천하며 서민을 책임질 수 있는 유일한 당은 민주노동당"이라고 말하고 "민주노동당의 성장과 승리는 시대적 요구"라고 덧붙였다.

질의응답 시간에 한 학생은 "좌파와 우파의 이념대립, 정치적 무관심과 불신, 부정부패 등 오늘날 한국정치에는 해결해야할 것들이 많은데 이런 현실에서 한국정치에 희망이 있다고 보느냐"고 심 의원에게 물었다.

이에 심 의원은 "2년 반 동안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우리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 즉 진보적인 방향으로 개혁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실천방법은 정치라는 것을 느꼈다"고 밝히고 "한국 정치에는 희망이 있으며 그 희망은 우리 서민들이 함께 일구어가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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