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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시, 후평동과 석사동을 감싸 안고 있는 야산에는 ‘특별한’ 쉼터가 있다.

흔히 애막골이라고 불리는 이 야산의 정상에는 운동기구를 이용해 체력을 단련할 수도 있고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도 있는 공간이 있다. 용도 면에선 여느 산의 쉼터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쉼터를 만든 이가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 쉼터는 김현도(85)옹이 나무를 대고 흙을 덮어 터를 닦고 주택가에 버려진 운동기구를 재활용해 만들었다.

▲ 쉼터의 보수를 위해 김현도(85)옹이 만든 창고.
ⓒ 이덕원
쉼터에서 운동을 하고 있던 박모(48)씨는 “할아버지께서 손재주가 좋으시다”며 “사람들이 시설을 사용하다 망가뜨리면 할아버지께서 뚝딱하고 고치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할아버지에 대해 “뵐 때마다 주민들을 위해 일하고 계신다”며 “타고나신 천사”라고 표현했다.

김옹은 한때 심한 무릎 통증을 앓았는데 1999년 초 애막골로 운동을 다닌 뒤 불과 석 달 만에 건강이 좋아져 지팡이 없이도 걸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이 무렵 그보다 앞서 이곳에 운동기구를 만들었던 서강렬씨가 세상을 떠났고, 이에 그가 산에 대한 고마움을 돌려주고자 이어 맡은 것이다.

▲ 아령은 가져가는 사람들도 있어 관리가 어렵다고 한다.
ⓒ 이덕원
이후 김옹은 점심 도시락까지 싸가지고 오전 일찍 산에 올라 망치질 톱질하며 대여섯시간은 족히 일하고서야 내려오곤 했다. 이에 동사무소에서 2001년 처음 쉼터에 철봉과 평행봉을 마련해준 데 이어 지금은 시에서도 동네 체육시설 관리 및 지원 차원에서 돕고 있다.

춘천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원래 동네 체육시설을 지원하고 관리하지만 (애막골 쉼터는) 할아버지께 주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의견을 여쭤본다”며 “특히 아령처럼 관리가 어려운 것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애막골 쉼터는) 관리를 해주시는 대표자격인 분이 계시니까 다른 데보다 좋은 상황”이라며 “그만큼 주민들이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 '애막골은 지리적 특성상 후평동과 석사동의 많은 주민들이 찾는다(애막골 등산로 안내 표지판).
ⓒ 춘천시
실제로 애막골 산을 오르며 이 쉼터에서 운동해 건강을 되찾은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그 고마움을 곳곳에 알려, 결국 김옹은 2005년 7월에 '모범시민 춘천시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김옹의 건강이 안 좋아져 쉼터를 자주 찾지 못해 주민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얼마 전 김옹을 만났다는 심은희(66)씨는 “할아버지께서 한동안 보이지 않으셔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편찮으셨다고 하시더라”면서 “쉬시는 사이에도 ‘내일은 가서 뭐 만들어야 하는데’ 하고 꿈도 꾸셨다고 한다”고 전했다.

때문에 건강이 안 좋아진 김옹을 만날 순 없었지만, 그는 전화를 통해 “눈 코 입이 다 비틀어지고 다리까지 마비돼 고생했다”며 “아직 치료중에 있다”고 건강상태를 전했다. 이어 그는 “3일 전(28일) 눈도 치우고 손댈 데 대러 (쉼터에) 잠깐 갔었다”며 “거의 다 회복했으니 봄이 되면 다시 자주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곳곳에서 주민들을 위한 김현도(85)옹의 손길이 보인다.
ⓒ 이덕원
비록 김옹이 예전처럼 쉼터를 자주 찾을 수도 많은 일을 할 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간밤 내린 눈에 망가진 운동기구에 주민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김옹의 마음이 있어 애막골의 쉼터는 온전히 ‘특별’하다.

덧붙이는 글 | 김현도 할아버지의 쾌차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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