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진보주의자들이 뉴라이트에서 보수의 과거사를 반성하는 이율배반적 현상에 대해 박 이사장은 "김진홍, 서경석 목사는 합리적 진보였지, 수구적 진보가 아니었다"며 "과거 대한민국이 너무 보수로 흘러갈 때 진보나 개혁 입장에서 비판했듯, 나라가 너무 좌파로 갈 때 보수적 입장에서 비판하고 견제하자는 입장이므로 아주 올바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그룹인 신지호, 김영환씨의 경우에 대해서도 "과거 극좌적 운동을 한 사람들이 젊을 때 내 생각이 틀렸다고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면서 "그것은 대단한 용기"라고 칭송했다.
박 이사장은 또한 "내가 과거의 보수였다고 보나?"라고 반문한 뒤 "나는 보수주의자가 아니었다"며 "나는 우리 사회가 너무 보수적으로 갈 때 잘못이라고 얘기했고, 또 너무 좌편향으로 갈 때 그게 아니라고 비판하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또 보수세력이 스스로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는 게 눈의 띄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박 이사장은 "과거의 보수주의자는 많이 죽고 자연사했으며 없어졌다"며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합리적 보수주의자들"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아직도 '80년대 현상'이 남아있는 진보 쪽에 대해서는 "아직도 수구적 진보의 여진이 남아 있다"며 "잘 정리되지 않으면 앞으로 진보가 대단히 어려움을 겪는 자기모순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이사장은 그러나 "보수든 진보든 말로 반성하는 단계는 지났다"고 전제하고 "이제는 행동으로, 삶으로 보여줘야 한다"면서 "그 단계가 끝나면 같이 힘을 얼마든지 합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후반부 전문이다.
- 뉴라이트와 뉴레프트가 한 발씩 양보해 21세기 이념융합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념융합의 시대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이념융합이라기보다는 이념의 자기정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각자 자기가 믿는 가치, 사상, 이념의 정리가 필요하다. 보수는 자유, 진보는 평등을 강조한다. 보수가 시장을 강조한다면 진보는 국가개입을 강조한다. 또 성장과 분배, 세계와 민족으로 나뉜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의 헌법과 역사의 정당성을 존중한다면 두 가치는 조화와 융합이 가능하다. 이념융합이라기보다는 정책융합을 강조하고 싶다. 또 나는 공동체자유주의를 강조한다. 이기적 자유주의가 강화될 때 오래 못 간다. 공동체적 가치와 연대를 소중히 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 뉴라이트는 창립한 지 얼마 되지 않지만 벌써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고 있다. 서경석 선진화국민회의 사무총장이 제이유로부터 5억원을 받은 것, 어떻게 생각하나.
"서 목사가 여러 단체에 관여하고 있다. 그중 '나눔과 기쁨'이라는 단체가 있다. 여기는 복지단체 성격이다. 이 활동을 위해 제이유에서 지원받은 모양이다. 부패스캔들로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문제는 투명성 아닌가. 원래 목적대로 '나눔과 기쁨'에 썼으면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조사과정에서 전체가 파악될 수 있으리라 본다."
"뉴라이트의 보수혁신 노력에 주목해달라"
- 뉴라이트 행사에는 유독 한나라당 정치인이 많이 온다. 정치단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뉴라이트는 보수의 자기혁신운동이다. 과거에 보수가 '공'도 있었지만 '과'도 있었다. 과거의 '과'를 반성하고 미래지향적으로 간다는 게 뉴라이트다. 한나라당이든 아니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거다.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 뉴레프트가 연구단계에서 많이 생겨나고 있다. 여기에 동감하는 열린우리당 사람들이 뉴레프트를 격려하는 것도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뉴라이트가 얼마나 보수의 자기혁신에 충실하느냐이다. 얼마나 미래비전을 가진 세력이냐,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세력이냐, 이게 핵심 아니겠나."
- 뉴라이트에서 유독 눈에 띄게 행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과거 진보진영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다. 과거 보수의 핵심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 아니다. 왜 보수주의자가 안 나서고, 과거의 진보주의자가 얼굴마담이 됐나.
"김진홍, 서경석 목사는 진보의 편에 섰을 때도 합리적 진보였지, 수구적 진보는 아니었다. 급격한 진보는 아니었다. 60~70년대 학생운동과 빈민운동을 했지만,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주장했지 친북반미적 요소가 없었다. 이들은 과거에 대한민국이 너무 보수로 흘러갈 때 진보나 개혁 입장에서 비판했다.
또 너무 좌파로 갈 때 보수적 입장에서 비판하고 견제하자는 입장인 것이다. 아주 올바른 일이다. 청년그룹인 신지호, 김영환씨는 과거 극좌적 운동을 했다. 그러나, 사람 생각이 변할 수 있다. 젊을 때 내 생각이 틀렸다고 할 수 있는 거다. 그건 대단한 용기다. 자기 생각이 달라졌는데도 말하지 않는 것은 용기 없는 행동이다."
- 그렇다면 과거의 보수주의자 중에 진정으로 자기반성을 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
"나는 많다고 보는데?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도 다 보수주의자들이 한다. 기부나 사회복지 영역도 다 보수주의자들이 하고 있다. 이게 다 보수의 반성 차원에서 이뤄지는 일이다."
- 기부는 기업인들이 하고 있지, 보수주의자가 하는 게 아니다.
"기업인들이 다 보수주의자지, 진보는 아니다. 물론 그중에는 일부 있겠지만."
- 학계라든가 시민사회에서 보수를 반성한 사람을 못 봤다.
"학계에도 많다. 내가 과거의 보수였다고 보나? 나는 보수주의자가 아니었다. 나는 우리사회가 너무 보수적으로 갈 때 잘못이라고 얘기했고, 또 너무 좌편향으로 갈 때 그게 아니라고, 합리적 진보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나 같은 사람은 많다."
"옛날 보수주의자 나이 먹어 다 도태됐다"
- 이사장께서는 많다고 하나, 눈에 띄게 반성하는 사람은 없다.
"(웃음) 내가 볼 때 과거의 보수주의자는 많이 죽었다. 없어졌다. 나이 먹어서 다 도태됐다. 말이 수구적 보수지, 연세 잡순 옛날 스타일의 보수가 없어졌다. 내가 보기에는 다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들이다. 도리어 진보 쪽이 문제다. 진보의 일부가 반대한민국적 성격을 띠게 된 것은 80년대 현상이다. 아직도 수구적 진보의 여진이 남아 있지, 수구적 보수는 거의 없다. 자연적으로 많이 도태된 것 아닌가."
- 보수주의자들이 진정 미래로 나가려면 충분히 과거를 반성해야 하는데, 많이 부족하다.
"보수든 진보든 말로 반성하는 단계는 지났다. 이제는 행동으로, 삶으로 보여줘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게 말과 행동의 일치다. 소신과 행동의 일치. 정말 무엇이 나라를 위한 길인가, 인간성 회복을 위한 길인가에 대해 자기성찰을 하는 시기라고 본다. 그 단계가 끝나면 같이 힘을 얼마든지 합칠 수 있다고 본다."
- 내년 대선을 준비하는 정당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당 민노당 국민중심당 중 어떤 정당이 차기 국정운영의 주인이 될 만한 자격이 있다고 보나.
"대한민국 선진화를 이룰 비전과 신념, 더 구체적으로는 정책능력을 가진 정당이 차기 국정운영의 주인이 될 만한 자격이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 선진화를 위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몸을 던지는 정당 말이다."
- 현실 정당 가운데는 이 비전을 갖고 일할 만한 주체가 없다는 건가.
"없다고 하면 실례고, 심히 부족하다. 대한민국 선진화 정당으로서는 비전과 실력, 정책능력을 가졌다고 보기에는 심히 부족하다고 보는 게 예의겠다."
- 선거 시기가 되면 진보 혹은 보수진영은 나름대로 대선활동에 돌입했다. 올해 뉴라이트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대선에서 어떤 활동을 해야 한다고 보나.
"지금까지 대선은 '이미지+지역구도'였다. 정책과 비전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국민들도 그냥 이미지와 지역구도로 대통령 뽑았다. 그래놓고 국민 멋대로 기대하다 실망하는 식이었다. 국민도 책임 있다. 적어도 이 사회에 지식인집단, 언론, 학자들이 있다면 내년 대선에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 후보도 국가발전과 비전을 위해 정책연구를 한다. 과거처럼 적당히 학자에게 공약을 맡겼다가 정책토론회 할 때 질문하면 답이나 하고, 대통령 되면 싹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정말 정책을 알고 실현할 수 있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또 대통령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고, 그 만한 능력이 돼야 하는구나, 이런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이미지나 구호, 선동만 갖고 대통령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내년 대선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 노무현 대통령은 얼마 전 '임기를 못 채우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전직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서 노무현 대통령을 평가한다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 할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분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다만, 어려운 때일수록 평상심을 잘 유지해서 국정을 잘 끌어가기를 바란다."
- 진보와 보수가 대립하는 한 측면이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북한은 정상국가가 아니다. 병영국가이고 실패한 경제국가다. 문제는 우리 동포가 산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상국가를 만드는데 지원도 해야 한다. 그래서 포용정책이 나왔다. 왜 햇볕정책이 비판을 받느냐. 소위 당근만 주고 채찍하지 않았다. 북한이 엉뚱한 방향으로 갈 때도 당근만 줬다. 북한의 비정상 국가화에 기여한 것이다.
처음에는 좋은 뜻으로 포용정책을 추진했겠지만 도중에 (DJ가) 사심이 생겼다. 북한의 변화가 아니라 북 지도자를 만나 파티하고, 민족화해 이미지를 갖는 게 더 강해진 것이다. 국내정치에 악용한 것은 굉장히 잘못됐다. 외교와 민족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올바른 정치가 아니다. 여야 모두 이런 경향이 있다. 극복해야 한다."
- 햇볕정책적 관점에서 북한 지도부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포용정책을 받을 만한 의지와 가능성을 체크해야 한다. 1단계가 그렇게 시작돼야 한다. 북한의 지도부가 정상국가로 가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나는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세금을 더 내서라도 북한을 돕자고 할 사람이다.
그러나 어떤 개인의 장기집권과 체제유지를 위한 것이라면 안 된다. 북한을 잘 들여다보고 내부적으로 보면 정론이 나온다고 본다. 진보와 보수의 대북논쟁을 보면, 팩트(사실관계)를 자기 멋대로 대고 자기 편한 식으로 대화하니 잘 안 된다. 주관적인 환상을 갖고 대화를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