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승리하자, 다수의 언론들이 "뉴미디어가 올드미디어를 이겼다"고 그 배경을 분석했다. '인터넷'이 민주파정부의 정권 재창출을 앞서서 이끌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은 더 이상 진보진영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대의 변화를 읽은 보수진영도 현재 '디지털족'으로 변신 중이다. 보수진영이 2002년 대선 패배 이후 인터넷신문과 정치웹진 등 다양한 인터넷매체들을 선보이며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분주하다는 얘기다.
14일 현재 랭키닷컴에 따르면, 인터넷뉴스분야 20위권에 <데일리안>과 <독립신문>, <브레이크뉴스>, <뉴데일리>, <데일리NK>, <프리존뉴스> 등 대표적인 보수매체가 6개나 진입해 있다. 이들의 점유율은 19.7%에 이른다.
현재 보수 인터넷매체들은 크게 정통보수계열(old right)과 뉴라이트계열(new right)로 나눌 수 있다. 이는 2002년 대선 패배와 2004년 탄핵 실패 등을 계기로 뉴라이트 흐름이 나타나면서 보수진영이 분화한 것과 대체로 일치한다.
정통보수계열에서는 <독립신문>과 <조갑제닷컴>, <다요기>, <자유북한방송>, <코나스> 등이, 뉴라이트계열에서는 <데일리안>, <뉴데일리>, <프리존뉴스>, <데일리NK>, <업코리아>, <뉴라이트폴리젠>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지폴>이나 <브레이크뉴스>, <프론티어타임즈>, <뉴스타운>, <빅뉴스> 등처럼 보수성향이면서도 중립지대를 형성하고 있는 매체들도 있다.
심지어 보수 인터넷매체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허브(hub) 사이트'까지 생겨나 눈길을 끈다. '보수의 포털사이트'로 불리우는 자유넷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보수성향 사이트(96개)와 일반사이트까지 합쳐 총 761개의 사이트가 연결돼 있다.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들의 팬클럽과 미니 홈피도 링크돼 있다.
아직은 뉴라이트계열보다 정통보수계열이 수적으로 많은 편이다. 하지만 대중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뉴라이트계열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지난 2004년 이후부터 뉴라이트그룹의 영향력이 높아진 것과 관련 있다.
이들은 한국인터넷언론협회(회장 강승규)와 자유언론인협회(회장 양영태)에 결집해 있다. 한국인터넷언론협회가 '유명무실'하다는 점에서 현재 25개 보수 인터넷매체가 참여하고 있는 자유언론인협회가 보수 인터넷매체의 실질적인 연대체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상호 기사교환 ▲풀기자단 구성을 통한 합동취재 ▲정치인 초청 토론회 등 합동 개최 ▲좌파매체에 대한 공동대응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보수 인터넷매체간 연대를 통해 내년 대선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데일리안>, 가장 먼저 뉴라이트 흐름에 주목하다
뉴라이트계열의 선두주자는 <데일리안>이다. 조선·철강·자동차·화학 등 산업뉴스만 특화해서 다루는 <이비뉴스>가 모체다. 일부에서는 <오마이뉴스>(26.62%)와 <프레시안>(9.31%), <데일리서프라이즈>(6.7%), <데일리안>(4.53%)을 '인터넷언론 4강'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괄호 안은 14일 현재 랭키닷컴 인터넷뉴스 분야 점유율).
2004년 4월 창간한 <데일리안>은 지난해 창간 1주년을 맞아 인터넷매체로는 처음으로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단독으로 인터뷰해서 주목을 받았다. 또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후보들을 초청해 토론회도 열었다. 이후 한나라당에서 <데일리안>의 인지도와 영향력은 상당히 높아졌다.
특히 <데일리안>은 가장 먼저 보수진영의 혁신흐름에 주목해왔다. 신자유주의연대로 대표되는 '뉴라이트' 흐름을 계속 추적하면서 뉴라이트그룹에서도 가장 높은 신뢰를 받는 인터넷매체로 자리잡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진보매체인 <오마이뉴스>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현상'에 주목했다면, 보수매체인 <데일리안>은 '뉴라이트현상'에 주목해왔다"고 얘기한다. 결국 <데일리안>의 성장은 뉴라이트그룹의 성공여부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김인배 편집국장은 <데일리안>의 급성장과 관련 "먼저 진보세력이 100% 장악하고 있던 인터넷언론 시장에 보수우파라는 틈새를 사실상 우리가 먼저 선점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이전에 <업코리아>나 <독립신문>이 있긴 했지만, 우리처럼 정통언론사의 편집국 체계를 가지고 운영한 곳은 없었다. 즉 보수우파를 표방하더라고 찌라시 수준의 뉴스가 아닌 객관성과 합리성을 담보한 뉴스를 다뤘기 때문에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우파 논객 등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데안토'라는 웹진을 함께 운영했다. 우파논객들의 토론거점이 구축된 셈이다. <뉴라이트폴리젠>이나 <프리존> 등에서 활동하는 보수우파 논객들은 대부분 '데안토'에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데일리안>은 일간지 경력을 가진 기자출신들이 이끌고 있다. 민병호 대표와 김인배 현 편집국장, 김영 기획실장 등이 대표적이다.
민 대표는 <전자신문>과 <서울경제>에서 중소기업부·산업부·인터넷부·정보통신부 등을 두루 거친 '산업통'으로 산업뉴스 전문인 <이비뉴스>를 창간했다. 경희대 방송국출신인 김인배 국장은 <무등일보>를 거쳐 <데일리안> 정치부장을 지냈으며 '뉴라이트 전문가'로 통한다. 김영 기획실장은 <환경일보>와 <내일신문> 산업팀장을 거쳐 <이비뉴스> 창간작업에 참여한 뒤, <데일리안> 기획취재팀장·편집국장을 지냈다.
우파웹진 <프리존>, 친노웹진 <서프라이즈>에 도전장 내다
최근 뉴라이트계열 인터넷매체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정치토론 사이트인 <프리존>이다. 뉴라이트계열로 분류되긴 하지만, 스스로 "우익 성향 국민들을 대변하는 본격적인 정치토론 사이트를 지향한다"고 밝힌 것처럼, 정통보수 쪽과도 가깝다. 정치전문 인터넷언론인 <프리존뉴스>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양영태 자유언론인협회 회장과 이승현 자주국방네트워크 총무실장과, 정창인 재향군인회 안보위원, 강화식 폴리젠 회장, 변희재 <빅뉴스> 편집국장, 김형수 전 <업코리아> 편집국장 등이 칼럼진을 형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대유감', '강철군화', '무명논객', '프레즈', '삼덕', '소나무', '단비', '파인' 등의 논객들도 '필명'을 날리고 있다.
청년보수들의 커뮤니티인 '무한전진'에서 활동했던 지민호 대표는 최근 정치웹진 <다요기>와의 인터뷰에서 "보수는 인터넷에 취약한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 약점은 필히 극복해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보수의 논리와 주장은 옳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진보의 감정적 접근법에 항상 밀렸다. 그것은 진보의 주장에 쉽게 동조하는 젊은이들의 문화적, 정서적 특징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다고 방치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젊은층을 유입하기 위해 그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그 정서에 맞추어 접근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일부에서는 "보수성향의 <데일리안>이 진보성향의 <오마이뉴스>에 맞서 이념전선을 구축하고 있다면, 정치웹진 <프리존>은 <서프라이즈>에 맞서 전선을 형성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강길모 편집인도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프라이즈>의 대항마가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프리존>이 만들어졌다"며 "인터넷이 좌파이론에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연스럽게 우파 논객이 모이고 이런 공간이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존뉴스> 대표를 겸하고 있는 강 편집인은 전향한 '주사파 386'이다. 반미청년회에서 활동한 그는 "나는 (80년대) 주사파 운동을 실질적으로 수행한 최고지도부에 있었다"며 "내게 주사파 교육을 받고 김일성에게 충성을 맹세한 운동권 출신들이 현 정권 실세로 활동하고 있다"고 여권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해 논란을 빚었다.
<데일리안>은 자유주의연대, <뉴데일리>는 전국연합?
웹진인 <뉴라이트폴리젠>도 우파논객들의 주요 토론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라이트폴리젠>은 최근 자유주의연대의 시사웹진이었던 <뉴라이트닷컴>과 우파논객들(자유네티즌협의회)의 정치웹진인 <폴리젠>이 통합한 뉴라이트계열 매체다. 자유주의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재교(부대표)·홍진표(사무총장)·최홍재(조직위원장) 등이 주요 칼럼진을 형성하고 있다.
강화식 폴리젠 대표와 박용석 운영위원장이 각각 대표와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이 모두 평범한 생활인이라는 점이다. 강 대표는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기계제작업체를 운영했고, 박 위원장은 피시통신 시절 천리안의 '열린사회 동아리'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또 <뉴데일리>는 김영한 전 <데일리안>의 편집국장이 지난해 말 창간한 매체다. 대표 겸 편집국장을 맡고 있는 김영한 대표는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기자생활을 출발해 <연합통신> 외신부·정치부 기자를 거쳐, <국민일보> 경제부장·정치부장·논설위원·국장대우를 지냈다.
<데일리안>과 <뉴데일리>는 대체로 뉴라이트 흐름을 지지하고 있지만, 특정조직과의 선호도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은 신지호 대표가 이끄는 자유주의연대, <뉴데일리>는 김진홍 목사가 이끄는 뉴라이트전국연합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데일리안>에서 <뉴데일리>가 분화된 것도 이러한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있다.
<데일리안>이나 <뉴데일리>, <프리존> 등이 생겨나기 전부터 활발하게 활동한 보수 인터넷매체로는 <업코리아>나 <데일리NK> 등을 들 수 있다.
<업코리아>는 지난 2003년 8월 중도보수성향 인사 600여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창간됐다. 서경석 목사가 대표를 맡고 있고, 중도보수를 표방한 '선진화국민회의'나 '기독교사회책임' 등과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레이크뉴스> 대표와 편집국장을 지낸 이진우씨가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데일리NK>는 북한민주화네트워크에서 만드는 북한전문 인터넷언론이다. 보수진영에서 가장 사상무장이 잘된 조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향 386' 출신인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가 주도하고 있으며, 최홍재 자유주의연대 조직위원장과 홍진표 사무총장 등이 논설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손광주 편집국장은 <신동아>와 <뉴스플러스> 기자를 거쳐 통일정책연구소 연구위원,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이념연구센터장을 지낸 '북한통'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다룬 책을 여러 권 펴내기도 했다.
정통보수 쪽은 여전히 <독립신문>·<조갑제닷컴> 등이 강세
정통보수계열에서는 <독립신문>와 <조갑제닷컴> 등이 여전히 보수진영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은 '애국매체'로 불리고 있다.
<독립신문>은 '애국주의'와 '반김정일'을 내세우고 창간됐다. 한때 인터넷뉴스 사이트 중 9위를 차지하고 1일 방문자수가 10만∼12만에 이를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현재는 예전에 비해 영향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로 보수단체들의 집회나 시위 등을 꼼꼼하게 챙겨 보도하고 있다.
<독립신문>은 '행동하는 젊은 보수'로 통하는 신혜식 대표가 이끌고 있다. 그는 안티DJ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이후 그는 민주참여네티즌연대대표와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대변인을 거치면서 '젊은 보수'의 중심인물로 급부상했다. 현재 한국인터넷언론협회 대변인 겸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조갑제닷컴>은 대표적인 보수언론인인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지난 99년부터 운영해온 사이트다. <독립신문>의 후견인이라는 평가도 있다. <조갑제닷컴>은 각종 '애국단체들'과 연대하며 노무현 정부를 비판하는 데 앞장서왔다. 조 대표는 '구국의 논객'이라는 평가와 함께 '안보상업주의자'라는 혹평도 따라다닌다.
<자유북한방송>(FNK)은 2004년 4월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과 조갑제 대표 등과 함께 세운 인터넷라디오방송이다. 올 5월 부시 대통령을 면담했던 김성민씨가 대표 겸 방송국장을 맡고 있다. 김씨는 김형직사범대 작가양성반출신으로 자주포군단 예술선전대 작가로 활동했다. 최근 미국에 'US-자유북한방송'(공동대표 최동철)을 설립했다.
이밖에도 이원창 전 의원이 창간한 <프론티어타임즈>, 변희재씨가 '안티조선 논객'에서 '안티포털 논객'으로 변신하면서 창간한 <빅뉴스>, 타블로이드 주간지 <주간현대>의 문일석 대표가 인수한 <브레이크뉴스> 등도 보수 인터넷언론의 한축을 차지하고 있다.
대선후보 공개지지할까?...정통보수계열 '긍정'-뉴라이트계열 '신중'
현재 보수 인터넷매체들은 한국인터넷언론협회와 자유언론인협회(자유산악회)로 결집해 내년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가 '정권교체'에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내년 대선에서 특정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 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정통보수계열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면, 뉴라이트계열 쪽은 상당히 신중한 편이다.
신혜식 <독립신문> 대표는 특정후보 공개지지에 대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법적인 제한이 있어서 할 수 없지만 특정후보 공개 지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할 수도 있다"며 "그런 과정을 통해 매체 성향을 드러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 '빅3'를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있지만 드러내놓고는 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한나라당의 최종후보가 결정되면 분명하게 지지성향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인터넷 등 뉴미디어가 내년 대선에서도 파괴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보수 인터넷언론의 경우 정치에 관심있는 (한나라당) 당원이나 국민에게만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김인배 <데일리안> 국장은 "우리는 한나라당 경선에 대해선 엄정 중립"이라며 "박근혜든 손학규든 이명박이든 어느 누구도 편드는 것은 금물이라고 엄명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 후보가 최종 결정되더라도 정계개편 등 정치권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 후보를 전면 지지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사이비 좌파나 얼치기 좌파의 정권 장악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고건 전 총리 등도 (지지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경우는 유력지들이 사설을 통해 후보에 대한 호불호를 분명하게 나타내며 색깔을 드러내지만 사실보도나 객관보도 원칙은 잃지 않는다"며 "우리도 그런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2년 대선 때에는 <오마이뉴스> 등이 '노비어천가'로 도배를 했는데 이건 언론의 정도가 아니다"라며 "언론의 정도는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