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게 웃고 있는데, 앞선 공연이 끝나고 별안간 탱고 선율이 흘렀다. 이번에는 스포츠 댄스였다. 아름다운 남녀 커플의 안무가 진행되자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선수를 맞이했다.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에 선수들도 신이 난 모습이었다.
"와!"
"브라보."
"앵콜, 앵콜."
열정적인 모습으로 춤을 춰 힘들만도 하건만 '앵콜' 요청에 예정에도 없던 댄스를 또 한 번 선보였다. 예정된 한 시간을 조금 넘겨서 공연은 끝났다.
또 다른 지하철 전시물이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로모 전시로 도배된 벽, 독특하고 예쁜 벽이다. 로모는 LC-A 카메라로 찍은 작은 사진들을 모아 하나의 벽을 제작하는 작업을 말한다. 그렇게 완성된 벽은 정성이 듬뿍 담겨 보인다.
의미가 다른 작은 사진들이 모여 하나의 주제를 만들어낸 모습은 신기했다. 로모 전시회 하나 했을 뿐인데, 지하철역 벽은 하나의 예술품이 된 듯했다. 길 가던 사람들도 신기했는지, 카메라를 꺼내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빛의 축제' 루마니에, 대전 으능정이 거리에 가다
로모 전시회가 열린 벽 옆으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트리가 눈길을 끈다. 크리스마스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겨울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어디 그런가. 이른 크리스마스 장식은 아름답게 겨울을 수놓고 있었다.
문화공연과 로모 전시회, 아름다운 트리가 있던 지하철역의 위쪽으로 올라왔다. 대전 시내 모습이 보였다. 은행동쪽으로 5분쯤 걸어가니 '은행나무골'이라는 뜻의 대전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가 나타났다. '문화의 거리'라 불리는 이곳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전 시내의 중심이다.
으능정이 거리는 쇼핑 등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특히 주말에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런데 9일 찾은 으능정이 거리에서 특이한 장식이 눈에 띄었다.
'빛의 축제'라는 뜻의 루마니에였다. 겨울을 맞아 대전 으능정이 거리는 루마니에로 한껏 단장했다. 형형색색의 장식은 시내에 모인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보고 있자니, 아주 추운나라에 있을 법한 얼음성이 떠올랐다. 동화속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쩜, 어쩜 정말 예뻐."
"이야, 정말, 보석 같아."
아무것도 모르고 나온 연인들. 뜻밖의 횡재에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그럴 만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두 손 꼭 잡고 이 루마니에 거리를 걸어가노라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할 것 같았다.
또 가족 단위로 시내 구경을 나온 사람들은 기념촬영을 하고, 노점에서 맛난 음식을 먹으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문화 공연이라는 게 뭐 별것 있을까 싶었다. 즐겁다는 것, 그 자체가 최고의 가치 아닐까, 어느 먼 곳으로 떠난 여행이 이보다 좋을까 싶었다.
이 겨울, 어느 곳으로 문화기행을 떠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거리 공연과 로모 전시회, 크리스마스 장식과 루마니에로 풍성한 대전 시내 기행을 추천한다. 쏠쏠한 재미와 함께 대전에서 새로운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