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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의 <한국의 근대신문과 근대소설-1_대한매일신보>.
김영민의 <한국의 근대신문과 근대소설-1_대한매일신보>. ⓒ 소명출판
오래된 자료들을 애써 찾아 일일이 모으고 정리하는 일은 많은 시간을 요하는 작업이다. 실제로 글 쓰는 작업은 이에 비하면 수고가 덜한지도 모른다. 그나마도 다행히 찾는 자료가 공적인 장소에 있다면 모를까 없다고 한다면 아마도 답답함을 겪을 것이다.

이럴 때에 이러한 작업을 앞서 해 놓은 이가 있어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면 크나큰 덕을 입는 일일 것이다. 김영민의 <한국의 근대신문과 근대소설-1·대한매일신보>도 이러한 자료집 중의 하나이다.

제1부는 연구편이다. 연구논문 ‘한국의 근대신문과 근대소설’에서는 근대신문과 근대소설의 상관 관계를 살펴보고 있다.

초창기 한국 근대소설의 작가는 신채호나 이인직처럼 신문사의 주필이기도 했고, 이해조나 조중환처럼 신문기자이기도 했다. 한국 근대계몽기 소설들에서 서사와 논설이 강력하게 결합된 상태로 존재했던 원인 가운데 하나는, 신문 소설의 작가가 곧 동일한 신문의 논설 집필자였다는 사실과도 관계가 없지 않다. (59쪽)

근대신문이 근대소설의 형성에 기여한 점 몇 가지도 확인할 수 있다. ▲신문소설 독자의 범주를 확장시키고 근대소설의 대중화를 이룬 점 ▲한국 근대 서사물들의 문체 변화와 서술 시점의 변화 등을 이끈 점 ▲근대소설의 정착 과정에서 신문 편집자들의 작품 길이에 대한 인식 변화를 보인 점 등을 논하고 있다.

근대초기 서사물들은 대부분 삼인칭화자를 전면에 내세운 서술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1900년대 후반 <경향신문>에 연재 발표된 번안소설 <파선밀사(破船密事)> 등에서는 일인칭화자가 서술자로 등장하기도 한다. (61쪽)

무엇보다도 소설 연구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새로운 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소설의 개념에 대한 서구적 인식으로 말미암아 소홀하였던 신문 수록 서사물들에 대해 관심의 눈을 떴다는 점에서 특히 그러하다.

연구논문 ‘<대한매일신보>와 한국의 근대소설’은 대한매일신보에 수록되어 있는 근대소설들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근대계몽기 소설의 특색이 서사와 논설이 분리되지 않는 것이듯이 대한매일신보의 경우에도 소설과 논설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특색을 보인다.

<대한매일신보>에 수록된 소설들에서 서사와 논설이 분리되지 않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소설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편집진들의 태도 때문이었다. <대한매일신보>의 편집진들은 사회 변화는 대중들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라는 생각 아래, 소설을 대중 교화의 주요 수단으로 인식하고 활용했다. (중략) 이러한 그들의 입장이 현실성을 강조하는 토론체 소설들과, 비상업적 공익성을 지향하는 ‘역사ㆍ전기소설’류의 작품 창작으로 귀결되었던 것이다. (122쪽)

제2부는 자료편이다. 107편을 수록하였다. 그런데 솔직히 일반인이 읽기에는 불편하다. 직관적으로 무슨 내용인지 대략 파악은 되지만 시원스럽게 읽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로 주를 달거나 풀어놓거나 옮겨놓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유독 무슨무슨 문답형, 담화형의 소설들이 많다. ‘갑을 우담(甲乙耦談)’, ‘소경과 안즘방이 문답’, ‘노상문답(路上問答)’, ‘시사문답(時事問答)’, ‘삼부지문답(三不知問答)’, ‘갑을문답(甲乙問答)’ 등등 자료집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 시골 형편 어떠한가. 살 수 없네. 어찌하여 살 수 없나. 촌에 살자 하니 도적 때문에 살 수 없고 읍근처에 살자 하니 일인압제 난감(難堪)일서 우리 전답 억탈(抑奪)하며 우리 가옥 빼앗으니 살 곳이 없어지며 마초(馬草)라 철로역부(鐵路役夫)라 성화같이 독촉하며 (중략) 요사이에 서울 형편은 어떠한가. 서울 형편 그 말 말게. 기막히네. 무엇이 기막히나. 나온다네. 나온다니 무엇이 나오는가. 통감(統監)이 나온다네. 내치 외교 다 차지하고 재정 군정 다 감독하며 통감부 관제 반포 벌써 되어 통감 이하 칠십여명 나온다네. - ‘노상문답(路上問答) _ 1906.1.4’ 중에서

서울 사람과 시골 사람의 문답(김서방과 박서방)을 통해서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인 상황과 그러한 상황 속에서의 사람들의 힘겹고 비참한 삶을 감지할 수 있게 한다.

‘시사문답(時事問答) _ 1906.3.8~4.12’은 ‘철마’라는 신문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속내는 우려로 가득하다.

한갓 눈으로 좋게만 보고 입으로만 유용한 것이라 말할 뿐 아니라 그간 선한 백동푼을 모아다가 철로 윤선 전거 전보 등속의 소비로 들여 보낸즉 그 돈은 외국인의 수중으로 들어가는 것이라 그런 이익을 남을 주어 가며 유용하다 편리하다 하면 무엇이 유용하고 편리한가 지금 세계는 전혀 학문과 재물로 싸우는 시대인즉 학문과 재물이 없으면 무엇으로 나라를 보전한다 하리오. - ‘시사문답(時事問答) _ 1906.3.15~3.16’ 중에서

대개는 근대 신문 자료를 열람하기 위하여 국립중앙도서관이나 국회도서관 등 발품을 팔 것이다. 물론 요즘에는 인터넷으로도 열람이 가능하기는 하다(http://www.dlibrary.go.kr/). 그러나 이러한 자료들이 일반 대중들에게도 알려지려면 재차 풀어놓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지은이: 김영민 / 펴낸날: 2006년 8월 30일 / 펴낸곳: 소명출판 / 책값: 2만 8천원


한국의 근대신문과 근대소설

김영민 지음, 소명출판(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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