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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작동 중'이란 글자가 무색하기만 하다.
'CCTV 작동 중'이란 글자가 무색하기만 하다. ⓒ 이명희
"한 번은 제 근무시간인 아침에 출근했어요. 그런데 가게 문이 잠긴 거예요."

놀란 임씨는 서둘러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CCTV를 본 후, 야간 아르바이트생이 포스기의 돈을 훔쳐 달아나 생긴 일임을 알게 되었다.

임씨를 더욱 화나게 한 것은 모든 것이 계획된 범죄였다는 것. 그 학생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핸드폰이 없다며 이력서에도 연락처를 쓰지 않았다. 그나마 이력서에 기재돼 있던 집 전화번호도 거짓이었다.

"가정 형편도 좋지 않아 보이고 일도 정말 열심히 하던 학생이라 마침 월급을 올려주려 했던 참인데, 정말 배신감이 많이 들었죠. 그땐 말도 안 나오더라고요."

아르바이트생 때문에 걱정이 많다는 전상구씨.
아르바이트생 때문에 걱정이 많다는 전상구씨. ⓒ 이명희
의정부시 녹양동에 있는 한 편의점도 얼마 전 아르바이트생 때문에 피해를 봤다. 평소 얌전하게만 보였던 여대생이었기에 충격은 더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주인이 설마 8~9시간 분량의 CCTV를 다 돌려볼까 생각하겠지만, 저는 틈틈이 돌려봅니다. 그러지 않으면 경영주가 자릴 비웠을 때 매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기 때문이죠." (전상구씨, 42)

그날도 습관처럼 CCTV를 보던 전씨는 문제의 여학생의 범행 장면을 정확하게 포착했다. 그 이전 CCTV를 모두 돌려 꼼꼼히 봤다. 피해액이 무려 150만원이었다. 그 여학생이 훔친 것은 주로 상품권이었다. 다행히도 학생이 잘못을 시인하고 훔친 액수를 변상해 일이 커지지는 않았다.

40대 중년남성도 예외는 아니었다

임씨는 학생들이 자주 말썽을 부리자 40대 남성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했다. 하지만 이 남자의 행태는 더 심했다.

술에 취한 손님이 깜빡하고 물건을 가져가지 않으면 손님에게 아무 말 않고 자신이 그것을 챙기고, 물건 값을 두 번 내는 손님에게도 아무 말을 하지 않은 채 자신이 챙기기 일쑤였다.

또한 손님을 서서 맞이해야 하는데도 이 사람은 포스기 앞에 의자를 두고 앉아 있기도 했고, 심지어는 거기서 밥을 먹기까지 했다. 담배와 돈을 훔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임씨는 CCTV를 보여주며 잘못을 지적했지만, 그 남자는 적반하장이었다. 그러더니 월급을 안 주면 가만 두지 않겠다며 욕설을 뱉고 편의점을 나갔다.

"학생들은 그래도 잘못이라도 인정하는데, 비슷한 또래의 사람을 고용하니 주인과 맞먹으려 하더군요. 더 힘들어서 이젠 나이 많은 사람은 쓰지 않아요."

대책은 없는 걸까

이렇게 성실한 아르바이트생만 있었으면 좋으련만.
이렇게 성실한 아르바이트생만 있었으면 좋으련만. ⓒ 이명희
범죄를 저지르고 협박까지 당한 임씨. 하지만 그 40대 남성을 경찰에 고발하지는 않았다. "액수가 그렇게 크지도 않고, 무엇보다 경찰서에 자주 드나들면서 조서를 꾸미려면 업무에도 방해가 될 것 같아서요. 그리고 생긴 지 얼마 안 되는 가게인데, 동네를 시끄럽게 해서 이미지 안 좋은 가게가 되는 것도 싫었고요."

실제 이런 이유로 많은 경영주들이 법적조치를 하는 것을 꺼린다고 한다. GS편의점의 박금남씨는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 후 이력서에 기재된 연락처가 제대로 된 것인지 반드시 확인해봐야 합니다."

박씨는 아르바이트생의 부모와 통화해, 부모도 자녀가 아르바이트하는 것을 아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르바이트생을 믿을 수 없어 CCTV를 통해 감시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부당한 방법으로 얻은 돈은 그에 따른 대가를 요구한다. 정직한 근무를 한 후 받는 월급만이 웃음과 보람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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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입니다. 미래교육, 융합교육, 인공지능교육, 지속가능개발교육에 관심이 있습니다. 아이들과 세상을 조금씩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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