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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1일 금연 약속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계속되는 자신과의 타협 때문이 아닐까?
ⓒ 전득렬
담배를 피는 사람이라면 새해 목표 1위는 단연 '금연'일 것이다. 흡연이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어 더욱 그렇다. 또 국·내외 유명 연예인이 흡연으로 사망하는 것을 보았지만 '금연'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지난해에도 그랬고, 그 전해에도 1월 1일을 기점으로 금연을 다짐했지만 얼마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모임에서 한잔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등 핑계는 참으로 다양하다. 1월 1일부터의 금연기간은 3일부터 길게는 1주일 정도는 인내심을 발휘하며 지속된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그리고 직장동료들에게 '담배 끊었다'고 큰 소리를 치고 담뱃갑을 구기며 금연을 선언한다. 담배가 가장 안 팔리는 시기가 1월 이라는 말도 있듯 참 많은 사람들이 연초에 금연을 시도하지만 얼마 넘기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한다. 왜 그럴까?

1월 1일 금연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BRI@"그래, 한 대만 피자. 진정한 1월 1일은 설날인 음력 1월 1일부터야. 그때부터 금연하자. 좀 있으면 설날인데…, 지금부터 담배를 조금씩 줄여 나가는 연습을 하자. 그러다보면 설날부터는 완전히 금연할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자신과의 타협은 담배 연기처럼 매번 연기 되어 사라져 버린다. 설날이 되면 며칠간 금연하다가, 또 3·1절을 기약한다. 가족을 생각하며 5월 5일에 굳은 결심을 하고, 그러다가 8·15 광복절에 국기를 달며 애써 다짐한다.

10월 3일 개천절을 맞으며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결심하는 듯 했는데 어느새 연말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리고 또 1월 1일을 맞으며 새로운 금연 계획을 세운다.

이런 금연 약속, 벌써 몇 년째 인가? 약속을 어기는 일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그동안 몸이 참 많이 상했다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 기침도 잦아지고, 목도 종종 아프다. 전혀 아프지 않았던 머리가 가끔씩 아프고, 한번 씩 흉통도 온다. 계단을 오를 땐 숨이 차고, 가래가 많아져 속도 울렁거린다. 그때 마다 병원을 찾아 처방을 받지만 담배를 피우면 다시 증상이 생긴다.

▲ ‘흡연으로 인한 질병’보다 ‘금연하면 좋아지는 내 몸’에 더 관심을 갖자고 구미 강심내과 서영배 박사는 강조한다.
ⓒ 전득렬
흡연의 고통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질병의 예후 증상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고 한다. 경북 구미 강심내과 서영배 박사(심장전문의)는 흡연과 그 질환의 사례를 들면서 '흡연으로 인한 질병'보다는 '금연하면 좋아지는 내 몸의 증상'에 더 무게를 두면 금연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흡연의 질환 사례와 같은 증상들이 나에게도 있다면 짧은 기간만이라도 금연해보면 내 몸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례① 담배 한 갑 10년, 흉통 그리고 급성심근경색

김광호(31세·가명)씨는 군 복무시절인 21살부터 하루 한 갑의 담배를 10년 간 피워 왔다. 그는 지난 12월 중순 송년회를 마친 후 택시를 기다리며 담배 연기를 내 뿜는 순간 갑자기 가슴을 칼로 도려내는 듯한 흉통을 느꼈다.

김씨는 며칠째 계속된 과음 때문이라 생각 하며 가슴을 움켜잡은 채 쓰러지듯 택시를 탔다. 하지만 계속되는 참을 수 없는 흉통에 택시를 돌려 인근 종합병원의 응급실로 갔다. 심전도, 심장초음파 등 정밀검사를 받은 그는 관상동맥 중 가장 중요한 혈관인 '좌전하행지'가 100% 막혀 있는 '급성심근경색증'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는 급히 막힌 혈관을 뚫기 위한 '심혈관 중재술'을 받은 후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했다.

사례② 담배 두 갑 20년, 기침 가래 그리고 폐암3기

▲ 담배를 쉽게 끌 수 있도록 친절하게 만들어 놓은 모래 단지. 담배가 많이 꽂힐수록 우리 몸은 병들고 질병의 무덤이 되어간다.
ⓒ 전득렬
초등학교 4학년과 7살 자녀를 둔 최동혁(40세·가명)씨.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상 그의 흡연량은 하루 담배 2갑. 하지만 조기축구와 사내 체육대회에서 MVP로 뽑힐 만큼 건강했기 때문에 금연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씨는 최근 2달 전부터 기침 가래가 심해지며, 온몸에 오한이 자주 들고 체중이 줄어든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기침과 함께 숨이 막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20여 년간 피워온 담배를 한순간에 끊기는 힘들었다.

아내의 권유로 병원을 찾은 그는 '흉부X선'과 '흉부전산화 단층촬영' 등을 했다. 결과는 청천벽력 같은 '폐암 3기'. 그는 수술 후 항암 치료를 하며 폐암과 투병 중이다. 병간호를 하는 그의 아내와 두 자녀는 매일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사례③ 한 갑 35년, 감기증상 그리고 만성폐쇄성 폐질환

35년간 애연가였다는 박민규(62세·가명)씨. 평소 건강하다고 자부해 왔는데 한달 전부터 기침이 끊이질 않았다. 그는 오래 피워온 담배가 약간 마음에 걸렸지만 환절기인데다 마침 경미한 감기 증상이 있어 별다른 의심 없이 감기약을 구입해 복용했다.

하지만 호흡곤란이 점점 심해져 병원을 찾아 검사를 해보니 오랜 기간 흡연으로 인한 '만성폐쇄성 폐질환'이란 진단을 받았다. '만성폐쇄성 폐질환'은 '만성기관지염'과 '폐기종'을 말한다. '만성기관지염'은 1년에 3개월 이상 기침이나 가래가 나오고 이런 증상이 2년 이상 지속되는 병. '폐기종'은 폐포벽이 파괴되어 허파꽈리가 커져 혈관에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생긴다.

박씨는 오랫동안 기침이 나는 증상을 방치해 '우심실부전'이 동반되어 몸이 붓고 손끝 청색증과 함께 성기능까지 떨어졌다. 이 질환은 하루 1갑 이상 20년 동안 담배를 피운 사람에게 주로 서서히 증상이 발생한다.

금연하면 당장 좋아지는 것들

▲ 금연하면 당장 좋아지는 것들을 기억하며 새해에는 반드시 ‘금연’하자.
ⓒ 전득렬
서영배 박사는 앞서 말한 흡연의 폐해와 사례보다 더 심각 것들이 많다는 것을 흡연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 박사는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기침이 나고 흉통이 오는 일련의 초기 증상들이 내 몸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금연하면 당장 좋아지는 것들을 기억하는 것'이 금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기침이 심해진다면, 6개월 만 '금연'하자고 약속해보자는 것. 6개월만 금연하면 심하던 기침이 잦아들고, 가래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6개월 후 다시 6개월 금연다짐을 하면 폐암과 후두암 같은 호흡기계통의 암 사망률이 20~90%정도 감소한다고 한다. 흡연과 관련된 구강 식도 췌장 방광암의 위험도 금연 후 즉시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후두암은 1년 이내에 사라지며 협심증, 심근 경색증 등의 심혈관계질환은 1~5년, 뇌졸중(뇌경색증, 뇌출혈 등)은 5~10년, 폐암은 10년, 만성폐쇄성폐질환은 10~20년이면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위궤양은 금연 후 즉각적으로 사라지며 방광암은 3년, 자궁경부암은 2-3년, 말초 하지 동맥 환자는 1년 이내 흡연으로 인한 악영향이 없어진고 한다.

흡연 그리고 피해 갈 수 없는 폐암

▲ 폐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다. 때문에 아무리 좋은 장비로 검사를 받더라도 발병 1년 뒤에나 폐암이 발견된다.
ⓒ 전득렬
흡연으로 인한 질환 중 폐암은 아직까지 조기 발견할 수 있는 진단 방법이 거의 없다고 한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는 발견 당시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성 폐암'이 많다. 특히 담배를 오래 피운 사람의 경우 폐암 자체의 병기는 수술이 가능하지만 폐 기능 자체의 감소로 인해 치료기회를 놓치는 불행한 경우가 대다수라고 한다.

최근 폐암의 조기 진단율을 높이기 위한 '저선량 CT(전산화단층촬영)'가 개발되었다고 한다. 과거 2~3cm이상일 경우에만 확인이 가능하던 흉부 X선 사진에 비해 '저선량 CT'는 0.3cm 까지의 폐암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폐암 위험군에 속하는 40세 이상, 20년 이상 흡연자는 검사를 받아보고 바로 금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폐암은 흉부X선 촬영에서 정상으로 진단되어도, 아무리 좋은 장비로 정기적인 검사를 받더라도 발병 1년 뒤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금연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폐암 예방법'이라고 한다.

1월 1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금연은 누구와의 약속도 아닌 나와의 약속이다. 이제 미루지 말고 또 어기지 말자. 당장 몇 개월 만이라도 금연을 해보자. 단기간의 금연으로도 내 몸은 틀림없이 좋아진다고 한다. 몸이 좋아지면 담배연기가 싫어지고 담배연기가 싫어지면 자연스럽게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새해에는 꼭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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