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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선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그는 29일 당내 대선주자들을 만찬에 초청해 경선결과에 절대 승복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시동을 거는 모양이다. 당내 대선주자들을 오늘 만찬에 초청했다. 대상은 대선 출마를 선언한 4명이다.

강재섭 대표가 이 자리에서 요구할 것이라고 한다. 경선결과에 절대 승복하고, 상호 흑색선전을 자제하며, 의원들 줄세우기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강재섭 대표는 관리형 대표다. 그런 그가 경선 논의를 조기화 하는 데 반대해왔다. 경선 분위기가 과열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제 때가 된 것일까? 강재섭 대표 스스로 고삐를 풀기로 했다. 슬슬 경선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얘기다.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강재섭 대표의 요구사항을 거부할 명분도, 그럴 대선주자도 없다. 오늘 만찬회동은 단합을 다지고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지금'은 페어플레이를 다짐하겠지만...

지금은 그렇다. 하지만 '지금'을 벗어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강재섭 대표의 초청대상엔 중요한 인물이 빠졌다. 이회창 전 총재다. "순신불사-나 아직 죽지 않았다"고 외치는 그다. 내년 대선 국면에서 '반좌파 대연합'을 구축하겠노라고 공언하는 그다.

이회창 전 총재가 변수다. 그의 행보에 따라 한나라당 경선구도와 분위기는 달라진다.

두 가지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 하나는 이회창 전 총재가 직접 경선에 뛰어드는 상황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쳐진다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도 여당 주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넓지 않다.

또 하나의 상황은 이회창 전 총재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킹메이커를 자처하는 경우다.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아니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게 바로 이 상황이다.

이렇게 전망하는 이유가 있다. 이명박 전 시장이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안전지대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기도 이르다. 그에 대한 국민 지지표가 '콘크리트 표'가 아니라는 점만을 두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이명박 전 시장이 당원 지지도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를 제쳤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그 차는 근소하다. 국민 지지도와 비교해 볼 때 당원 지지도의 변화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이 현상은 박근혜 전 대표의 당원 장악력이 여전하다는 얘기를, 당원들의 고민정도가 매우 높다는 얘기를 낳는다. 고민이 크면 쉽게 움직이지 않는 법이다.

당원 지지도만 놓고 보면 아무리 높게 잡아도 박근혜 전 대표와 대등한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래야 치밀한 경선전략을 짤 수 있다.

관건은 절반의 선거권을 갖고 있는 일반 국민이다. 일반 국민 지지도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확실히 제쳐야 한다.

얼핏 봐서는 무난할 것 같다. 이명박 전 시장의 국민 지지도는 40%를 육박한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격차도 점차 벌어지고 있다. 지금 추세를 잘 관리하면 될 것 같다.

'킹메이커' 이회창이 갖는 위력

▲ 지난 5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한나라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이회창 전 총재의 위력이 바로 이 대목에서 발휘될 수 있다.

경선 투표장에 직접 나와 투표를 할 일반국민이 누구일까? 한나라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국민일 것이다. 뉴라이트에 몸담거나 동조하는 국민이 그 예가 될 것이다.

더 쪼개보자. 뉴라이트 진영도 스펙트럼이 넓다. 수구부터 합리 보수까지 두루 망라하고 있다. 이들 중에서 좀 더 결연한 자세로, 보다 왕성한 참여도를 보일 그룹은 아마도 우파 색이 상대적으로 짙은 쪽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그룹은 이회창 전 총재의 이념적 지향에 동조하고 있다. 거꾸로 말하면 이회창 전 총재의 최대 대중기반이 바로 이들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이회창 전 총재의 당원 지지기반이 완전히 붕괴한 것도 아니다.

이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여 한나라당 경선에 참여한다면? 우연찮게도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경쟁이 호각세로 간다면?

열쇠를 이회창 전 총재가 쥐게 된다. 이 걸 무기로 요구할 것이다. 색깔을 분명히 하라고 다그칠 것이다. 이면에서 정치적 거래가 이뤄질 것인지 여부는 논외로 하자.

이회창 전 총재가 이렇게 요구하고 나설 경우 누가 먼저 움직일까? 이명박 전 시장에 비해 좀 더 오른쪽으로 가 있는 박근혜 전 대표가 먼저 다가설 공산이 크다. 이념적 정체성 뿐 아니라 경쟁구도에서 밀리는 처지를 봐서도 그렇다.

만에 하나 '박근혜-이회창' 연합이 성사된다면 이명박 전 시장에게는 크나큰 타격이다. 경선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

이회창을 바라보는 이명박의 딜레마

그렇다고 박근혜 전 대표를 제치고 이회창 전 총재에게 먼저 손을 내밀기도 어렵다. 그렇게 하면 열린우리당에서 이탈한 국민 지지표를 잃을 수 있다. 가까스로 경선에서 승리해 본선에 나간다 해도 지지율이 요동치는 현상을 제어하지 못할 수 있고, 이회창 전 총재의 부정적 이미지까지 짊어져야 한다.

한나라당이라고 해서 벤츠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게 아니다. 상황은 유동적이고 전망은 불투명하다.

여권이 '노무현 요인' 때문에 몸살을 앓는 것처럼 한나라당은 '이회창 요인' 때문에 요동을 칠 수 있다. 그 요동이 분열로 귀결될지 승복으로 정리될지는 알 수 없지만 여권 못잖게 큰 소리를 낼 것은 거의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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